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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만 나오면 싸우는 엄마와 딸

친구와 마주 보고 폭소했다. "야, 너도?"

by 제니 Jan 17. 2025

 학창 시절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한다. 연애나 결혼에는 큰 관심이 없던 친구였다. "네가 이렇게 빨리 할 줄 몰랐어!!!!"라고 하자, 친구는 "다 사연이 있어"라고 했다.


 물론 너무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현실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결혼 논의의 시작은 당사자가 아닌 친구의 부모님이었다고 한다. 부모님들끼리 서로 마음에 드셨는지 자식들 빨리 결혼시키자는 이야기가 나왔단다. 그때만 해도 자식들끼리는 "그래, 좋으니까 언젠가 하면 되지~"하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후 떠난 여행길에서 친구는 엄마에게 온 전화를 받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내가 친구들하고 일본 여행 가서 얼마나 울었는지 알아?"라면서 웃는 거다. 결혼 이야기가 어른들 사이에서 한 번 나온 뒤로, 친구의 엄마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설득하려 했다고 한다. "빨리 결혼 날짜 잡자"라고 말이다. 딸이 해외여행 가있는데도 전화하시는 열정에 우리 엄마를 보는 것 같았다.


 "엄마는 왜 딸을 엄마 원하는 대로 하려고 하는 거야?" 친구는 펑펑 울었고, 엄마도 "내 뜻대로 안 된다"며 같이 우셨다고 한다. 친구는 "결혼 때문에 왜 이렇게 스트레스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결혼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싸우는 우리 엄마와 상황은 정반대지만, 양상은 똑같았다. 딸들의 생각보다 한참 앞서나가 당신 뜻대로 하려는 거 말이다. 친구와 서로 이 경험담을 나누고 한참이나 웃었다. "엄마들은 다 똑같은가 봐. 딸 결혼 갖고 엄청 싸우는 거."


 결국 친구가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시기를 합의하는 대신 결혼을 하기로 결정하기로 했다는 거다. 친구의 직장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잘 해결된 덕도 있지만, 아무튼 친구는 행복해 보였다. 친구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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