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외로움, 아빠의 게으름, 그리고 나의 부담감이 해결될까?
"그건 강아지한테 못할 짓이야." 엄마는 늘 반려동물 입양을 반대했다. "인간의 이기심"이라고도 했다. 엄마의 논리는 이거다. 인간이 좀 더 행복하자고 자유롭던 생명을 데려와 공간을 제한하고 여유로울 땐 예뻐하고 일이 있을 땐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게 맞냐는 거다. 그럴 정과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자식한테 쏟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인간과의 연보다 동물과의 연이 짧을 게 뻔하기에, 그런 때가 오는 게 무섭다고도 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번번이 강아지 입양 설득에 실패했다. 나의 강아지 타령은 초등학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교 O 등하면, 외고 입학하면, 원하는 대학에 가면... 수많은 조건을 달성했지만 30살이 넘은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내 생각이 조금은 바뀐 것도 있었다. 바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다. 독립을 하면서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들어지자, 반려동물 입양에 대한 생각이 사라진 것도 있었다. 나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는 또 다른 생명체가 있다면 너무 벅찰 것 같았다. 그래서 한동안은 강아지 유튜브를 열심히 구독하며 위안받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오빠가 다시 해외로 떠나고, 홀로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지자 다시 생각난 게 반려동물이었다. 이게 바로 엄마가 말한 '인간의 이기심' 아닐까,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가족이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엄마의 외로움이, 아빠의 게으름이, 그리고 나의 부담감이 강아지 한 마리로 해결될 것만 같았다. 부모님 성격상 반려동물을 끔찍이 아끼고 사랑할 게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 가족에게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일을 '그저 그렇게' 보내다 나를 만나는 주말만 기다리는 부모님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딜 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도 그만하고 싶었다.
"안락사 위기에 놓인 동물을 데려와서 건강하게 잘 키우면 그 또한 그 생명체에게 좋은 일 하는 거 아닐까?" 유기동물 보호소를 가보자고 설득하면서 한말이다. 엄마도 보호소에 있는 아이들 사진을 보더니 마음이 쓰였나 보다. "그러면 털은? 엄마는 비염 심하고 아빠는 기관지가 약하고 너는 눈 알레르기까지 있잖아." 엄마는 또 다른 걱정을 꺼내 들었다. 맞는 말이다. 덜컥 입양했다가 가족들 건강에 아이가 또 버려지면 안 되니까.
"그러면 우리 앞으로 몇 달간 시간을 갖고 보호소 봉사라도 가볼까?" 엄마는 그건 좋다고 했다. 아빠는 여전히 옆에서 고개를 젓고 있다. 우리 가족에게 좋은 연이 찾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