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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질문을 삼키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 속은 문드러졌다. 건강하지 않았다.

by 제니 Feb 14. 2025

 "여기 피자집도 맛있는데!" 남자친구 직장 근처를 산책하다가 문득 몇 년 전에 가봤던 피자집이 눈에 들어왔다. 꽤나 맛있었던 거로 기억이 났다. 다음에 가자는 의미에서 말했는데, 남자친구가 "괜찮더라~" 이렇게 답하는 거다. "언제 가봤대?"라고 물으니, 몇 달 전 동료들과 점심시간에 왔다고 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남자친구는 내게 '뻔한 일상'은 잘 공유하지 않는다. 연락은 계속 하지만 출근은 했는지,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하는지 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게 어른의 연애인가, 싶었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연하다!) 그동안 내가 했던 연애는 일단 아침에 출근했다는 인사로 시작해서 점심에는 누구랑 무엇을 먹고 하는 자잘한 일상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물론 궁금하지 않을 때도 있었고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그게 관심이고 사랑이라고 생각해 열심히 했다. 


 하루는 궁금해서 지나가는 길에 "왜 자기는 내가 물어보기 전까지 이런 거 말 안 해?"라고 물어보니, "어차피 그 시간에는 출근을 무조건 했을 거고 내게 밥 먹는 건 특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남자친구 성격을 알고 있기에 동료들과 피자집도 사실 그런 맥락에서 말을 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남자친구는 아차 싶었는지 "근데 저 날 진짜 바빠서 거의 나오자마자 먹지도 못하고 바로 복귀했어. 10분 먹었나?"라고 덧붙였다. 


 팩트가 무엇이든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나도 이해가 가면서도 서운한, 복잡한 감정에 잠시 말을 멈췄다.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웃음이 나오진 않지만 그래도 웃어주며 그래! 하고 넘겨야 하나? 아니면 서운해! 해야 하나. 


 결론은 서운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자기는 내가 똑같이 그랬어도 아무렇지 않아?"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남자친구는 의외로 "응,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답했다. 


 몇 번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악순환이 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자친구의 무심한 성격을 탓했고, 나중에는 "혹시 찔리는 거 있어서 일부러 말을 안 하는 건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혹여나 상대가 답답해하고 질려 할까 봐 질문을 삼켰다. 그러다 보니 내 속은 문드러졌다.


 그래서 이 연애를 건강하게 지속해 보고자 나를 돌아봐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내 성격에 답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일거수일투족을 알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 아빠의 통제성이 내게도 있던 거다. 다행히 아빠를 닮지 않으려고 하는 마지막 정신줄 하나는 남겨놓았는지, 애인한테 '어디야? 언제 와? 뭐 해? 왜 전화 안 받아?'와 같은 집착을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욕하면서 닮는다했던가. 이 성향을 갖고 있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모르면 불안하고 의심되고, 알고자 하면 상대가 힘들고 답답해하니 말이다. 이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유튜브는 끊임없이 '현명하게 연애하는 방법', '왜 사랑하면 불안할까요'와 같은 연애 심리 유튜브 콘텐츠를 추천해 줬다. 예전 같으면 "유치해!"라며 거들떠도 보지 않았겠지만, 나도 스스로 변화하고 싶어 하나씩 눌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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