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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야? 얼마 걸려? 언제 와?"
질문 폭격기 아빠

절대 닮지 말아야지, 했던 그 성향을 그대로 닮아 버렸다.

by 제니 Feb 07. 2025

"어디까지 왔어?"

"집까지 몇 분 걸려?"

"어디서 출발했는데?"


 아빠의 질문은 끊기지 않는다. 통금 시간이 있던 대학생 시절, 밖에서 집으로 들어갈 때 "이제 집 들어가."라고 한마디를 보내면 열 마디가 돌아왔다. 답하지 않으면 전화가 왔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부재중 전화는 수 개가 남겨져 있었다. 아빠는 늘 모든 걸, 다, 알고 싶어 했다.


 점점 대답을 안 하기 시작했다. 아빠한테 카톡이(문자가) 왔다는 알림이 뜰 때면 숨이 막혀왔다. 하루는 엄마한테 숨이 막힌다고 털어놨다. 그랬더니 엄마는 "네 아빠가 통제하려는 게 좀 있어."라고 답했다. 엄마는 이미 연애시절부터 알고 있던 아빠의 성향이었던 거다. "아빠는 우리 가족이 모두 자기 손안에 있어야 해. 어디서 뭘 하는지 다 알아야 직성이 풀려."


 엄마는 전형적인 고분고분한 그 시대의 여성이었다. 그래서 당시엔 그게 사랑인 줄 알았다고 했다. 또 내향적인 엄마 성격에 크게 반하지 않아, 크게 부딪힐 일도 없었다고 했다. 엄마는 오히려 아빠가 가정적이어서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자식한테 그러는 것을 보고 아빠의 성향이 '통제형'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결혼 십몇년차가 되어서야 상대의 성향을 알게 되다니 이래서 결혼은 참 아이러니한 것 같다.)


 오빠도 나도 결국 아빠한테는 말을 아끼게 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꼬리 질문이 나올 것 같거나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이슈가 생기면 아빠 앞에선 참다가 엄마한테만 말하곤 했다. 부모 차별일 수 있지만, 그게 우리 모두의 정신 건강에 맞을 거라 생각한 거다.


 그런데 최근 나도 '통제형'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절대 닮지 말아야지, 했던 그 성향을 그대로 닮아 버렸다. 어느 날 남자친구의 일거수일투족을 몰랐을 서운해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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