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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늘 반대만 하는 사람이구나"

가족한테 늘 반대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엄마

by 제니 Nov 09. 2024

그날은 토요일 아침이었다. 전조증상은 있었다. 전날 금요일에 일을 마치고 조금 늦게 본가로 퇴근했다. 원래 같았으면 자취방에서 점심까지 늦잠도 자고 혼자 시간을 보냈겠지만, 부모님이 조금이라도 빈자리를 덜 느꼈으면 해서 한 내 나름대로의 노력이었다.


 일찍 눈을 떠 거실로 나갔다. 혼자 텔레비전을 보던 엄마의 무릎을 베고 남자친구에게 카톡을 남기고 있었다. 그때 엄마는 “아침부터 그렇게 좋냐!”라고 했다. 엄마의 장난이 반가워서 “응, 행복해!”라고 답했다.

 

 엄마는 그 말에 또 꽂혔다. 한 번도 부모님과 놀 때 “행복해”라고 표현한 적이 없다는 거다. (사소한 거로 삐지고 서운해하는 엄마 모습을 보며 나는 덜 삐지는 여자친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엄마는 왜 반대만 하는 거야 대체!”라며 반박에 나서려고 할 때, 아빠가 잠에서 깨 거실로 나왔다. “두 여자가 이렇게 있으니 기분이 너무 좋네~어디 나가자!” 분위기 전환하는 아빠의 말에, 얼른 엄마를 밖으로 끌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근교 사찰에 가서 명상도 하고 기분 좋게 돌아오던 길이었다.


 운전 중이던 아빠는 재건축에 들어간다는 한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20년 전에 아빠가 사려고 했는데 엄마가 반대했어”라고 말했다. ‘반대했다’는 말이 엄마한테는 또 서운했나 보다. “나는 이 집에서 반대만 하는 사람이네.”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다. 엄마는 “난 내 인생도 포기하고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았는데 가족들한테는 내가 늘 반대하고 잘 못하는 존재야. 인생 잘못 살았네”라며 울기 시작했다. 무언가 단단히 꼬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도 처음에는 “아니 당신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그냥 그때 반대했다는 사실 자체를 얘기한 거지~”라고 말했다. 내가 생각해도 아빠가 공감형은 아니다. 뭐 어찌 됐든, 달래 지지 않는 엄마가 아빠 입장에선 답답했는지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또 한 가지 사실, 아빠는 다혈질이다.


 결국 차 안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우회전 차선에 들어섰다가 빨간 불이 켜졌을 때, 엄마는 그대로 차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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