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 Nov 09. 2024

"엄마는 늘 반대만 하는 사람이구나"

가족한테 늘 반대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엄마

그날은 토요일 아침이었다. 전조증상은 있었다. 전날 금요일에 일을 마치고 조금 늦게 본가로 퇴근했다. 원래 같았으면 자취방에서 점심까지 늦잠도 자고 혼자 시간을 보냈겠지만, 부모님이 조금이라도 빈자리를 덜 느꼈으면 해서 한 내 나름대로의 노력이었다.


 일찍 눈을 떠 거실로 나갔다. 혼자 텔레비전을 보던 엄마의 무릎을 베고 남자친구에게 카톡을 남기고 있었다. 그때 엄마는 “아침부터 그렇게 좋냐!”라고 했다. 엄마의 장난이 반가워서 “응, 행복해!”라고 답했다.

 

 엄마는 그 말에 또 꽂혔다. 한 번도 부모님과 놀 때 “행복해”라고 표현한 적이 없다는 거다. (사소한 거로 삐지고 서운해하는 엄마 모습을 보며 나는 덜 삐지는 여자친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엄마는 왜 반대만 하는 거야 대체!”라며 반박에 나서려고 할 때, 아빠가 잠에서 깨 거실로 나왔다. “두 여자가 이렇게 있으니 기분이 너무 좋네~어디 나가자!” 분위기 전환하는 아빠의 말에, 얼른 엄마를 밖으로 끌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근교 사찰에 가서 명상도 하고 기분 좋게 돌아오던 길이었다.


 운전 중이던 아빠는 재건축에 들어간다는 한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20년 전에 아빠가 사려고 했는데 엄마가 반대했어”라고 말했다. ‘반대했다’는 말이 엄마한테는 또 서운했나 보다. “나는 이 집에서 반대만 하는 사람이네.”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다. 엄마는 “난 내 인생도 포기하고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았는데 가족들한테는 내가 늘 반대하고 잘 못하는 존재야. 인생 잘못 살았네”라며 울기 시작했다. 무언가 단단히 꼬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도 처음에는 “아니 당신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그냥 그때 반대했다는 사실 자체를 얘기한 거지~”라고 말했다. 내가 생각해도 아빠가 공감형은 아니다. 뭐 어찌 됐든, 달래 지지 않는 엄마가 아빠 입장에선 답답했는지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또 한 가지 사실, 아빠는 다혈질이다.


 결국 차 안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우회전 차선에 들어섰다가 빨간 불이 켜졌을 때, 엄마는 그대로 차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이전 01화 엄마는 "남자친구 생겼어" 한 마디에 몸살에 걸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