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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Nov 15. 2024

독립했지만, 아직 못 했습니다.

독립을 연습하려고 집에 일부러 안 간 날도 있었다.

  “결혼하면 어차피 평생 떨어져 살 텐데 지금이라도 본가에 들어오면 안 돼?” 이따금씩 물어보는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면 괜스레 마음이 쓰리다. “회사까지 교통이 안 좋아서 어떻게 가~”라고 하면 “차 사줄게!”라며 엄마답지 않은 회유 정책을 펼치기도 한다. 나는 독립 4년 차다.


 아직도 부모님은 종종 내게 독립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친다. “나는 누가 물어보면 딸이 없다고 하려고~” 엄마가 이렇게 시작하면 아빠는 “아빠 얼굴은 안 까먹었대?”라고 옆에서 덧붙이곤 했다. “독립하고도 이렇게 자주 오는 딸내미가 어딨어!” 나는 이렇게 반격했지만, 부모님에게는 별로 와닿지는 않아 보였다.

 

 독립한 자식치고 나는 본가에 자주 가는 편이라고 자부한다. 여유 있으면 일주일에 한 번, 바빠도 이주일에 한 번은 가니 말이다. 독립 초창기에는 나 스스로도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간 적도 많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 서로 잘 적응할 거라 생각했다. “난 엄마가 밥 하기 귀찮으니까 오지 말래ㅋㅋㅋ”라고 말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부모님의 저런 말 한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턱 하니 걸릴 때가 많았다. 일부러 독립을 연습하려고 집에 안 간 날도 있었다. 그럴 때 두 분이서 재밌게 놀면 좋으련만, “딸이 없으니 영 심심하다”는 톡이 영락없이 날아왔다. 이런 부채감이 쌓이니 나도 모르게 의무적으로 본가에 가기 시작했다. 주말에 편하게 쉬는 것보단 부모님과 어딜 가서 좋은 추억을 만들면 좋을지 고민하면서 말이다. 시간과 체력이 안 돼서 못 가는 날이 많아진 요즘에는 “맛집 알아놓았는데 올래?”라며 부모님을 꼬시기도 한다.  


 물론 부모님이 먼저 쿨하게 “혼자 쉬고 싶을 때도 있지. 푹 쉬어~”라고 말해준 적도 많다. 나도 고분고분 집에 가지 않고 “집에 가는 게 더 불편하고 피곤하다”며 쏘아붙인 적도 많다. 이번주에는 어떤 이유를 들어 본가에 가지 않을지 고민 중이다.


늦여름 어느 주말 오전, 부모님과 함께 서울 근교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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