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진드기조차, 삶을 뒤흔들 수 있다
이 글은 반려견인,
라울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입니다
【 내 이름은 라울, 나는 반려견이다 】
2부-웃음과 사건이 있는 일상
열한 번째 이야기-너도 끔찍하냐, 나도 끔찍해
윤 집사의 비명이 거실 공기를 가르며 터져 나왔다.
“라~~~ 우울, 어떡해, 어떡해!”
나는 그제야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 같으면 ‘또 뭐야?’ 하고 무심히 흘려들었을 테지만, 이번엔 뭔가 다르다. 털 사이로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가려운 기운. 뒷발로 슬쩍 긁어보니, 그곳엔 작고 단단한 갈색 점 하나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진드기. 그 이름이 떠오르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번졌다. 마치 작은 얼음 조각이 척추를 따라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해마다, 아니 매일같이 산책을 나간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계절이 바뀌어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진드기를 완전히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예방 약을 먹고, 방지 목걸이를 하고, 목덜미에 스팟온 약을 발라도 녀석들은 기회를 엿본다. 풀숲 속 그림자처럼,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그날도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카펫 위에 몸을 늘어뜨린 채 졸음을 즐기고 있었다. 포근한 털 속에 스며든 햇빛이 나를 감싸고, 부드러운 결이 발바닥을 간질였다. 그런데 머리 한쪽이 간질거렸다. 나는 무심히 발로 긁었지만, 나를 보던 누나가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엄마! 빨리 와! 얘 머리에 뭐가 있어!”
다음 순간,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 울렸다.
“꺄악!”
순식간에 거실이 아수라장이 됐다. 처음 보는 ‘살인 진드기’를 앞에 두고 둘은 우왕좌왕, 발을 동동 굴렀다. 그 불안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고, 몸속에 있던 따뜻한 기운이 싸늘하게 식었다.
결국 누나가 족집게를 들고 용감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떼어낸 직후, 머리 부분이 피부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걸 알았다. 다음 날 병원에 가서 차가운 금속 기구가 머리를 스칠 때, 살 속 깊이 파고드는 통증에 나는 몸을 움찔했다. 그 부위엔 지금도 털 한 올 나지 않는다. 작지만 지독한 흉터다
11월, 바람이 매서워진 날이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몸이 떨리고 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밥맛도, 기운도 사라졌다. 윤 집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안았고, 누나는 안경 너머로 나를 훑어보다가 입 주변에서 또 다른 진드기를 발견했다.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동물응급의료센터로 달려갔다.
채혈관에 떨어진 피 한 방울이 붉은 꽃잎처럼 번졌다. 바늘이 스친 자리엔 작고 하얀 점이 남았지만, 더 무서운 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사흘 뒤, ‘진드기 매개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다행히 치료가 빨라 큰일로 번지진 않았다. 일주일 동안 약을 먹으며 서서히 기력을 되찾았지만, 그때의 불안은 오래 남았다.
두 번의 사건을 겪고서야 깨달았다. 진드기를 피하는 건 운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걸.
진드기는 3월에 활동을 시작해 6~9월에 절정을 맞는다. 가을이 되면 줄지만, 나는 11월에도 당했다. 겨울에만 거의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 이제는 산책 후 귀 뒤, 발바닥, 다리 안쪽, 배, 꼬리 밑까지 꼼꼼히 확인한다. 예방제는 3월부터 11월까지 꾸준히 해야 한다. 산책은 풀숲 대신 포장길을 걷는 게 좋지만, 솔직히 풀숲의 유혹을 완전히 끊기는 어렵다. 그럴 땐 집사의 손길이 유일한 방패다.
그리고 진드기를 발견하더라도, 절대 함부로 떼면 안 된다. 진드기의 입은 갈고리처럼 피부를 움켜쥔다. 억지로 떼면 머리 부분이 남아 감염 위험이 커진다.
진드기에 물렸다고 모두 감염되어 죽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진드기가 옮기는 병원체는 특히 노령견, 소형견, 어린 강아지에겐 치명적이다. 그래서 결론은 단순하다. 예방하고, 발견 즉시 병원에 가고, 증상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것이다.
작은 생명을 두려워하는 건 겁이 아니라, 살아남으려는 본능이다. 풀숲은 여전히 나를 부른다. 하지만 그 속에 숨은 적을 아는 나는, 오늘도 윤 집사의 손길 덕분에 안전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