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길가를 걷다보면

골목 산책

by 둥이

꽃 향기가 스며나는 솔지 까페

양방향 이차선 도로를 따라 상가들이 잇닿아 있다. 언제 부터인지 그길을 걸을 때마다 상가 하나 하나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 들여다 본다는게 가던 걸음을 멈추고 상가로 들어 간다기 보다 걷는 속도를 평소 보다 느리게 보폭을 조정 하여 흘터 볼수 있을 정도로 걸으면서 대강 그집의 살림살이를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그 재미를 견줄 만하거라곤 사람 구경 이다 .

날 좋은날 햇살이 까페 깊숙이 까지 밀고 들어오는 통유리 로 된 이층 커피숍에 앉아 오고가는 행인들을 구경하는 재미는 몇시간이고 멍때리며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든다. 지나는 그들과 부딪힐 걱정없이 익명성에 갇혀 실컷 사람들의 꼬락서니를 보는 재미는 솔솔하다. 그사람의 머리스타일과 입고 있는 옷들을 본다. 그 사람의 나이와 직업도 생각 해보고 속옷의 색깔과 디자인도 얼굴과 비교해보며 상상해본다.

"누구를 만나러 가는걸까 비율이 좋구나! 이름은 뭘까 종교는 가진 사람일까 왜 저렇게 걷지 와 예쁘다 키는 얼마나 될까 " 이층 높이에서 누구도 의식하지 않은체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은 내가 쌩쌩하게 젊은시절 그러니까 시간 많고 놀기 바뻤던 대학생때 자주 했던것 같다. 종로삼가 단성사 옆 커피숍이나 경희대 정문앞 롯데리아 이층은 사람구경 세상 구경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우리는 담배 두갑을 속쓰림도 잊은체 피어 댔다. 수북하게 쌓여 가는 담배꽁초와 주문한 커피 한잔 ᆢ창밖만 쳐다보며 별거없는 이야기를 심각하게 나눴던 기억의 중심은 사람구경 이였다.

사람 구경 만큼은 안되겠지만 도로옆에 잇닿아 있는 상가들의 행색을 살피는 재미 역시 그 못지 않음이 사실이다.

몇벌의 옷이 걸려있고 단아한 색상의 가디건과 밑단을 접어올린 청바지 그 옆으로 겨울색을 담은 목도리가 코트위에 걸쳐져 있는 옷가게는 드나드는 손님을 본적이 없다. 옷들도 제법 예쁘고 오고 가는 행인들도 없는편은 아니였던 지라 옷가게 사장님이 가게문을 닫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계절과 절기에 맞추어 그때 그때 옷들이 바뀌었고 적당히 수수한 것들에서 부터 유행에 떨어지지 않은 색감으로 채워 났음에도 찾는이가 없었다. 가끔 월세는 내고는 있는것인지, 월세 내고 벌이가 이문이 남는 장사인지, 그 돈으로 생계는 꾸려나갈수 있는건지 별 도움도 되지 못할 시원찮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위로 프렌차이즈 통닭집은 시커면 오토바이 헬멧을 뒤집어쓴 배달 복장으로 중무장한 라이더들이 시끄럽게 드나든다. 그 앞을 지날때 마다 고소한 기름냄새를 먼저 기대한 탓인지 내 의지완 별개로 아드레날린 분비가 촉진된다. 오늘도 장사가 잘 되네 ! 우리나라 만큼 닭을 편애 하는 나라도 드물꺼야 닭뼈에 묻힐수도 있지 않을까 ! 코로나가 밀려 오기전 조류독감이 그나마 가장 유명한 감기축에 속했는데 이젠 뉴스거리도 안되는걸 보면 지극히 인간중심 이다. 매년 오던 조류독감이 코로나에 밀려 안올리도 만무했을 터인데 뉴스한번을 몇년간 들어보지 못했다.

무질서한 라이더들의 경적소리만 요란을 떤다.

시끄러운 치킨집 옆으로 들어서 있는 몇층짜리 교회는 교인들로 북쩍 거려야 되는데 이 집 역시 고요하다. 교회가 절간 같다. 이 역시 코로나 덕일까 ! 1월 인데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놓치 못하고 둘레 향나무 몇그루는 저녁마다 반짝이는 장식들로 버겨워 보였다.

몇 발자국 더 걷다보면 그제서야 조그만 식당과 과일 가게들이 간격을 두고 잇닿아있다. 대오를 잃지 않고 군집한채 생존을 이어 나가는듯 했다. 그나마 그 길목에선 싱싱함을 유지 하고 있다.

정거장 앞 과일가게는 이른 이침부터 박스 위에 과일을 진열해 놓았다. 밤새 저러고 있었을 듯한 과일들의 행색은 추워 보였고 헐거워 보였다. 수분이 빠져나간 자리에 아침 서리가 올라와 있었고 얼지는 않았는지 궁금해서 몇알 사보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다. 사과박스 위에 진열된 주황색 감들과 사과 그 옆으로 대파와 무우 배추들 김장철이 지났는데도 김장용 야채들이 며칠째 같은 모습으로 자릴 지키고 있다.

"누군가 사가고 어제 그 무우나 배추는 아니겠지 새로 내온 것들일꺼야 근데 누가 사갔을까 싱싱해 보이지도 야무져 보이지도 않았는데 "

채소나 과일이 놓여진 위치나 모양이 별 다른게 없는듯 하다. 요 며칠 한파에 얼다 녹기를 여러번 했을 것이다.

행상들 옆으로 할머니 밥집이 있다. 식당이름도 정겨운 할머니집 이다. 백반을 주문했다. 집밥 구색을 갖춰서 내온다. 부족하면 더 갔다 먹으라며 고봉밥을 떠준다, 졔법 맛이 난다. 칼칼하면서 구수한 된장국, 알맞게 익어 알싸한 알타리김치, 노른자가 터지지 않은 후라이, 뻘겋게 고추장으로 버무린 멸치,칠첩반상은 안되도 반찬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입맛을 땡긴다. 싹싹 비우고 일어날수 있어서 기분 또한 상쾌해 진다.

포만감에 주변을 살핀다. 애써 찾지 않아도 눈에 들어오는 까페만 여러군데다. 수익구조에 문제가 있는걸까 어디를 가도 커피숍은 과밀 할정도로 모여 있고 포개져 있고 겹쳐 있었다. 기댈수 없는곳에서 기대고 있는것 같았다.

까페들은 질서 없이 들어 섰고 살고자 하는 몸부림에 진퇴는 버거여만 보였다. 그 무질서한 생존 다툼안에서 각기 집중하고 흩어지고 모였다 흩어짐이 어수선했다. 그런 공간속에 대형 프렌차이즈 전문점들 사이에 솔지라고 하는 작은 까페가 하나 들어서있다. 그 어수선함 속에서 몇년째 커피향을 흘날리는 가지런한 까페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봄볕에 부푼 흙의 향기가 밀려온다. 카페안을 가득 메운 꽃 향기가 바람에 일렁이는듯하다. 화분을 좋아 하는 젊은 사장님은 커피보다 화분에 승부수를 던진듯 하다. 커피를 주문했는데도 꽃 이야기만 읍조린다.

커피내음은 꽃 향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홍콩야자, 보리수, 이름을 다 헤아리지 못하는 화분들로 공간들이 채워졌다.

카페안은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는듯 했다. 카페안 풀들은(꽃) 바람에 갈래에 따라 이랑을 이루며 흔들렸다. 창가옆, 계산대 앞, 올라서는 계단,

사각진 구석, 카페 중앙, 각테이블 옆, 놓을수 있는 공간 공간을 놓치지 않고 빼곡히 풀들로 채워져 있다. 카페를 찾은 사람들의 마음은 꽃 내음 위에 실려서 흔들렸다. 사계절 온실을 담아낸다.


카페 아닌 까페

풀 내음 꽃 향기 가득한 솔지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커피 한잔이 선사하는 그 한계를 넘어선다. 꽃들이 피고 지기를 잇대어 그침이 없는것 처럼 솔지 까페의 커피 한잔은 그윽하고 아득하다.

keyword
이전 16화청춘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