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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 대하여

청춘

by 둥이

나의 청춘 그 아득함에 대하여

누구나 다 그렇치만 그시절에 나를 떠올리자면 고운 입자의 모래 해변을 걷는 듯한 느낌에 휩싸이게 된다. 모래가 빨아 들이는 발끝의 감촉은 장단지 허벅지를 거쳐 복부와 심장을 관통해 사상하부에 저장되어 있는 사소한 물건들과 시절을 나누었던 별것 없던 장소와 공간들과 언어들이 순식간에 밀려 왔다 꺼지는 하얀 파도 처럼 덥쳐온다. 그 장소와 공간들과 언어들은 청춘의 시간이다. 긴밤 이슬 머금고 피고 지고를 놓치 않은 들꽃 처럼, 그 아름다움의 짧음을 체 알수도 이해하지도 못했을 그 시절의 우리들이 아련하게 피어 오른다. 나에겐 청춘이란 길위에 놓여진 시간 즉 길위에 청춘이다.


우리의 청춘은 너무나 빨라 그것이 그렇게도 좋은거라는걸, 먼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것을 잃고 나서야 알게 된다. 대개의 경우 소중한것의 의미는 그런 방법으로 남게된다. 이십대를 잃고 나에게 올것 같지 않았던 아득하기만 했던 삼십대를 알현 했을때 우리는 노래방에 모여 서른즈음에 노래를 몇번씩이고 불러댔다. 그렇게 어느날 맞을 준비도 못한 우리에게 찾아온 삼십대의 어색함은 내 몸에 어울리지 않는 기성복이 되어 걸쳐 있었다. 그때서야 바로 앞에 꼭 붙어서 다가오는 사십대와 오십대의 알수 없는 불안의 시간을 조금 생각해보고 지금 나의 위치를 가늠해 볼수 있었다. 늙는다는건 이렇듯 쉽다. 우리는 우리가 알수없고 느끼지 못하는 삶의 속도속에 묻혀 살아 가지만 옷속으로 숨긴 손등과 단추를 두개 끄른 푸른 셔츠의 깃사이로 엿보이는 주름진 목덜미와 웃을 때래야 보이는 눈가의 작은 잔주름과 손으로 가리고 웃어야 될정도로 깊게 패이는 팔자 주름을 어느날 친구가 웃으며 이야기해 주거나, 멍하니 거울을 볼때 원래 태어날때 부터 있었던 주름일꺼야 라고 생각 들게 만들때 바로 그때 우리는 늙어감을 객관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우리의 얼굴은 손등이나 눈이나 목주름 만큼 많은것을 말해 주지는 못한다. 싫다고 거부할수 없고 또 모든이에게 공평 하기에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무라카미하루키 소설속 주인공의 말데로 "작은, 정말로 작은데서 사람은 나이를 먹어간다. 그리고 지울수 없는 얼룩처럼 그것은 조금씩 온몸을 뒤덥어간다."


영원할것 같았던 청춘의 시간은 멈춤을 모르고 흐름은 계속 이어간다. 뒤돌아 생각해보거나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보면 뭔가 아쉽고 아련할것만 같지만 꼭 그런건만은 아니다.


시간과 시절을, 공간과 장소를, 그 시절의 모든것들을 함께한 친구가 있어서다. 내게 그런 친구가 있다. 한기가 방안 전체를 휘감고 있었고 온기를 뿜어 내는거라곤 작은 석유 난로 밖에 없었다. 우리는 학교 당직실 작은 곁방에서 이불을 몇겹씩 덥고 한뎃잠을 잤다.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팠던 나이였던가 우리는 자다가 일어나 방구석에 박혀있는 유일한 취사도구인 부스타를 꺼냈다. 그 위에 양은 냄비를 얻고 물을 끓였다. 부글부글 물 끓는소리가 따뜻하게 들려왔다. 우리는 같은돈에 양을 푸짐하게 먹을수 있는 국수를 자주 해먹었다. 간부식당 취사병 출신이였던 친구는 뚝딱 뚝딱 뭐든 맛있게 잘 만들어 냈다.

나의 자취생활 내내 우리는 붙어 다녔다. 갈매동 담터라는 동네에서 시작한 첫 자취생활은 지금 생각하면 방이라고 하기엔 어울리지 않은 벽돌로 대충 이어붙인 시궁창과 수도꼭지가 붙어 있었고 연탄보일러와 부엌이 그리고 방이 좁은공간안에 들어가 있었다. 자취방 뒤편으론 경춘선 기차 레일이 알수 없는 곳으로 아마득하게 뻗어 있었다. 그곳으로 정해진 시간 때에 맞춰 기차는 지나갔다. 우리는 늦은밤 레일위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가끔은 레일 옆에 누워 술도 마셨다. 그렇게 다음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래야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가 않았다. 기차가 지날때마다 머리속에 잡생각들이 기차에 묻어 가버린듯 해 잠깐은 진공상태로 상쾌해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먼바다에 배를 보고, 레일위을 달리는 기차를 보고,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보는것일꺼라 생각 했다. 내 생각을 잊게 해주어서 일꺼라 생각했다. 우리는 가끔 그 기차길로 돌아서 자취방으로 갔다. 자박 거리는 발자국 소리와 나무 보다 키가 큰 검은 그림자가 집까지 쫒아왔다.

그곳에서 이년 정도를 살았다. 내 자취방은 친구들과 선배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엄마가 반찬 보내주는 날이면 우리는 전기밥솥에 한가득 밥을 해놓고 막된장과 밑반찬에 비벼서 배가 터져라 밥을 먹었다. 그 작은방에 책상과 침대 냉장고와 286켬퓨터 한대그리고 전화기까지 들여 놓았으니 큰 호텔 부럽지 않았다. 큰 호텔을 가보진 않았지만 부족한게 없어서 불편하지 않았다. 복학전에 노가다로 일당을 모아 사들여 놓은 살림살이가 조금씩 늘어나게 되었다. 우리는 한 이불속에서 부미며 잠이들었고 닭도리탕이니 비빔국수니 하는것들로 끼니를 같이 때웠고 불안하기만 했던 내일을 잊은체 오늘에 젖어 살았다. 우리는 심심할때면 늘상 만나는 친구들과 휘경동에 모여 당구를 쳤고 술을 마셨고 담배를 피웠고 포카를 쳤다. 그래도 시간은 천천히 흘렀고 무언가를 해야만 할것 같은 넘쳐나는 시간들로 시간속에 갇혀 지냈다.


나는 중학교때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다. 열네살 이라는 나이가 좀 이른감도 있었지만 나에 부모님은 나를 낯선 기숙사에 떠어놓고 가셨다. 그렇게 이른 나이에 떨어져 지내서 그 이후의 나의 삶은 기숙사와 하숙생활 그리고 자취생활로 이어졌다. 그 시간안 에는 한 친구가 있다. 서로에게 기대어 무료함을, 편안함을, 또는 어떤 답 없는 해답을, 그렇게 시간을 신용카드 긁어 대듯 사용했다. 우리는 지금도 그렇치만 마음이 잘 맞았다. 와 닿는바가 같은듯 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그때서 부터 였더라면 사물을 관찰하고 사유하고 일상의 풍요를 더 일찍 느꼈을 꺼라고.. 타인의 다른 생각 다른 삶 다른 모든것들 죽은자와 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경청할수 있는 방법이, 그 좋은 방법이 있다는것을ᆢ

반평생을 잃은 후에라야 알수 있었다. 친구에 영향 일꺼라 생각한다. 친구는 어느순간 책을 읽기 시작했고 나역시 어느순간 친구를 보며 책을 읽고 있었고 지금은 책을 탐닉 하고 있었다.


청춘의 시간속에 얽혀 있는 말들이 실타래 풀리듯 선명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우리들은 많은 시간 붙어 지내며 서로가 걸어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친구는 간호학을 전공했고 당시의 선택한 진로에 대해서 지금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을 거라고 만족해 한다. 나역시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그래도 취업문이 넓은 화학과를 선택했고 그 선택된 길로 지금까지 밥벌이를 해오고 있다. 우리들의 수많은 헛발질과 착오와 선택들과 노력들은 우리를 현재의 자리로 데려다 주었다.


쉴새 없이 흔들렸던, 불안하기만 했던 우리의 청춘은 저 먼치 떨어져 있다. 모든것들이 자욱하고 아련 해지지만 그 시간을 함께한 친구의 존재감만은 선명해져 간다. 나라는 사람이 보여주고 있는 인격과 가치관 도덕률 인류애 그리고 세상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서 친구는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고 그 친구 덕분으로 인문학의 혜학이 주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듯 했다. 7월의 해바라기가 해만을 쫒듯이 누구에게나 친구가 전부인 시절이 있다.

늙도록 마음 한줄 나눌 친구가 있어 감사할 일이다.


서른 즈음에 가사를 되뇌여 본다.

그 언어에 모든게 베어있다. 김광석은 좋아하지 않을수 없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속엔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서른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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