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에 꽃이 피었다
이십년이 다 되간다
내가 수리산 기슭에 터잡고 살아온 시간이..
해마다 땅의 기운이 넘쳐 나는 이맘때 쯤이면 수리산 골짜기마다 소리가 넘쳐 난다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물줄기는 고여 있다가는 흐르고 받아줄 웅덩이를 채우고 나서는 또 흐른다 쉬지 않고 내려오는 물줄기는 어디서 오는걸까 수리산이 만들어 내는 모든것이 기특할 뿐이다 인기척에 놀란 산새들이 푸드둑 날아간다 단체로 숲체험을 나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해져 하늘 아래 더 좋은곳이 있을까 !!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손뻗으면 닿을듯 펼쳐져 있는 수리산의 풍경은 마치 마을 한가운데 병풍을 펼쳐 놓은듯 느껴지곤 한다 수리산에 가을이 내려오기 시작 할때쯤이면 산색은 산정상에서 부터 자기색을 버린다 녹음과 습기를 버리고 바스락 말라간다 색으로 말을 걸어오는 수리산 가을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로 이어지며 어제의 지금과 오늘의 지금과 내일의 지금이 맞닿아 취하고 버림 이라는 섭리에 순응한다 사계절 향기를 네모난 유리벽 안으로 실어다 주는 수리산 바람이 고마울 뿐이다
수리산은 사람 사는곳과 맞닿아 있다 그 경계가 구분되지 않아 그 풍경이 사람 사는곳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어디까지가 산이고 어디부터가 인가 인지 구별이 없다 산과 사람이 맞닿아 기대고 있다 산둘레로 산성이 휘감고 돌아가듯 수리산은 한마을을 끼고 감싸 안고 있다 유리벽 안에서 내다보는 수리산은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어 트린다 산들은 호흡하며 싱싱 해져 간다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기분 좋은 향기가 산에서 내려온다
햇볕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가을 발자국이 남았다 산은 여위어 간다 그러다가도 햇볕이 맑은 날이면 수리산은 제 몸집을 불려간다 선명한 자태로 버티고 서있는 수리산은 맑은 기운을 쏟아내고 더 가까워진 산기슭은 남아있던 경계마저 무너 트린다
산기슭과 닿아 있는 성당과 교회 소방서와 주택과 아파트들은 ᆢ
강원도 산기슭에 붙어 있는 넓디 넓은 배추밭과 대파밭의 모습으로 서있는듯 했다
닿아있고 붙어 있음으로 공존 하는듯 했다
해질녁이면 산과 하늘의 어둠의 명도는 뒤바뀌어 멀리있는 산등성의 윤곽이 한발치 안으로 들어서고 어둠이 삼켜버린 산허리는 시야에서 사라진채 평면의 조형물로 우뚝 서있는다
푸르스름한 새벽녁 기운을 받을 때래야 사라졌던 산허리와 산맥들은 제 모습을 갖춘채 돌아와 있는다
검색창에 수리산을 검색해봤다
- 수리산은 광주산맥을 구성하는 산지 중의 하나로 군포시의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태을봉(489m)을 중심으로 남서쪽에 슬기봉(451.5m), 북서쪽으로 관모봉(426m), 남서쪽으로 수암봉(395m) 등이 있다.
봉우리 및 절벽은 대체로 규암이고 계곡지대에는 풍화에 약한 흑운모호상 편마암이나 안구상 편마암이 많으며 부분적으로 백운모 및 흑운모 편암이 협재되어 있다.
숲의 상층부는 낙엽활엽수로서 굴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가 우점하고 있고 상록침엽수로는 소나무가 일부지역에 소규모로 분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수리산에서 나타나는 포유류는 종류와 개체수가 비교적 적은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두더지, 멧토끼, 청설모, 들개, 너구리, 족제비 등이 서식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사람 사는곳이 산과 닿아 있어서 일까 !! 이곳은 버스와 지하철에서 내리게 되면 산향기가 밀고 들어온다 수리산에서 불어오는 산 향기는 도시 곳곳을 휘감아 돌아 지친 마음밭을 쓰다듬어준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비에 젖은 숲향기는 비비린내에 실려 후각과 청각을 마비시킨다
수리산 산책길은 흙길이다
흙길은 산의 색과 잘 어울려 조화 롭다
뽀얀 길이 끊기지 않고 산세를 넘는다
정갈하고 예쁜 길들로 이어져 있다 흙길은 자갈길로 이어지다가도 잘 다뎌진 황톳길로도 더러 이어져 걷기가 만들어주는 행복을 만끽할수 있다 걷기에 좋은 길이다
너댓명이 이야기하며 걸을 만큼의 길폭으로 산세를 깍여 지르지 않고 계곡과 산맥의 흐름데로 닦아놓인 흙길을 두어시간 걷다보면 생각을 잃어버린다 잃어 버린 생각을 주으려 하지 않고 청정한 산속으로 발길을 디뎌본다 흙길을 따라 걷다보면 물길은 따라오다가도 사라져 버리고 다시 보이다가도 꺽여 방향을 달리한다
흙길을 걷는 내내 발자국 소리는 뒤따르며 쫒아 온다 낙옆 밟는 소리와는 사뭇 다르면서도 편안함을 안겨준다 울림 있는 소리, 아름다운 소리 이다 산세로 조금만 접어들면 박새 까마귀 딱다구리 직박구리 방울새 숫꿩 청솔모 다람쥐 ᆢ여러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밀려온다 잃어버린 생각의 자리에 다른 존재의 공간이 생겨나는 순간이다 소리는 마음방으로 들어와 앉는다 흙길을 걷는데서 공존의 배움을 익혀 나간다 나를 품어주는 모든것에 감사함을 배우고 내가 움겨잡고 내려 놓치 못하는것들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왜!! 아니 감사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
내가 만들어 내는 소리와는 다르지만 섞이려 하기보단 서로의 존재로 마음방문을 활짝 열어 젖혀 인사를 해본다 어서 들어 오라고!! 산속에서 산은 보이지 않는다 산속에는 길과 길로 이어진 뽀얀 흙길만 보일뿐 가파른 산세도 봉우리도 시야에 묻힌다 객체로서의 산은 산을 떠나야만 볼수 있었다 수리산은 네개의 봉우리를 거느리고 길게 늘어서 있다 가파름을 모르고 암벽의 위세를 찾아 볼수 없지만 산과 산은 서로의 허리를 맞닿아 이어지며 자연림의 수목과 날짐승을 불러 품의며 마을과 마을을 지켜내고 있다 품어내고 길러냄을 잊지 않음으로 그 안에 거하는 모든것을 소생케 한다 어찌 감사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
삶과 맞닿아 있는 수리산은 존재로서 잊혀져 있다가도 불현듯 눈만 돌리면 보게 되는 웅장한 모습에 상처받은 마음은 치유하게 된다
산은 나무를 길러내고 길러진 나무들은 기공을 열어 산소를 빚어낸다 흙을 부여 잡고 물줄길을 따라 뿌리내린 각양각색의 나무들은 산의 정체성을 부여해준다
고맙다 수리산아 늘 그곳에 있어 주어서
고맙다 수리산아 받기만 하는 우리들을 내내 품어주어서 !!
누구라도 기댈만큼 넓은 어깨를 가진 너가 있어서 !!
존재로서 마음밭을 치유해주는 수리산 곁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
수리산 골짜기 마다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