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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사라져 버린 턱 선

턱선이 만들어 주는 자존감에 대해서

by 둥이 Feb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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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불독이 되었다.


밥을 먹던 아내는 내가 불독 같아진다고 이야기했다. 순간 불독이 무엇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제약회사 이름인가? 골프복 브랜드 인가? 나는 아내에게 불독이 뭐냐고 물어보았다. 아내는 애완견 불독도 모르냐며 양볼이 축 처진 개라고 말해 주었다. 그제야 난 불독이 개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고 불독이라는 개를 전혀 몰라던 것은 아니었다. 난 불독이 개의 한종이라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밥을 먹다가 맥락 없이 나온 불독이 그 불독인지를 몰랐었다.


아내는 나의 쳐져 가는 두 볼과 부풀어져 가는 턱살을 가리켰다. 일체형으로 되어가는 중년 남자의 턱선은 아주 오래전에 사라져 갔다. 간신히 이게 턱이야 나는걸 확인할 수 있는 정도로, 고개를 위로 올린다거나, 손으로 목선을 누르고 있을 때, 해가 떠오르듯 선명 나게 나타나는 턱선은, 잊힌 청춘을 불러오게 해 주었고 잃어버린 자존심을 세워 주었다.


학창 시절에는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 통 넓은 기지바지와 아저씨들이나 입고 다녔을 어깨뽕이 들어간 재킷을 거칠고 다녔다. 마치 그렇게 입고 다니면 어른이라도 된 것처럼, 우리는 어느 시점을 넘기면서부터는 젊어 보이려 갖은 노력을 했다. 회색 후드티와 청가지를 골라 입고 데님바지와 스니커즈 운동화를 싣고 다녔다. 마치 그렇게 입고 다니면 젊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하지만 아무리 옷으로 가리고 화장으로 치장을 해도, 없는 턱선이 살아나진 않는다. 손등 위로 내려앉은 검버섯과 목선의 잔주름은 지워진 턱선만큼 나를 아프게 하지만, 숨기려야 숨겨지지 않는 것들은, 찾아보자면 여기저기 나의 몸 전체에 붙어 있었다.

 


그렇게 나는 어느 날 밥을 먹다 불독이 되어 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늙는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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