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음악으로 사랑을 기억한 것만은 분명하다
* 영화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생각을 담았으며, 영화 <Once>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독/각본 - 존 카니
출연 - 글랜 핸사드, 마르게타 이글로바 외 다수
음악 - 글렌 하사드, 마르게타 이글로바, 인터피어런스
배급 - 폭스 서치라이트 픽쳐스, 영화사 진진
장르 - 드라마, 멜로/로맨스
시놉시스 - 이제 사랑은 더 이상 없을 거라고 믿었던 ‘그’와 삶을 위해 꿈을 포기했던 ‘그녀’와의 더블린의 밤거리에서 마법처럼 시작된 만남을 다룬 로맨스.
내용 출처 : 네이버 영화, 다음 영화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을 관람하고 한 동안 그 영화 속에 푹 빠져 살았었다. 그러다 문득 감독의 첫 번째 영화가 보고 싶어졌고, 그렇게 ‘원스’를 접하게 됐다. 영화는 몰라도 원스의 ost를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랬다. 처음 영화를 시도할 때는 이 ost를 영화의 장면들과 함께 듣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으니까.
사실 첫 장면이 시작되고부터 조금 당황스러웠다. 기존 영화들의 촬영 기법들과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감독이 찍은 듯한 느낌이 아니라, 그저 일반인이 캠코더 하나를 가지고 찍어놓은 듯했다. 실제로 존 카니 감독이 캠코더로 모든 씬을 촬영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낯설게만 느껴졌으나 영화를 다 본 후에는 감독의 선택이 나름 탁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이 영화는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거나 연출이 대단하다거나 하지 않는다. 어쩌면 누군가에는 ‘도대체 이 영화가 왜?’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또 기대했던 것보다 주인공들의 감정의 폭이 크지도 않다. 그런데 영화의 엔딩 크레딧과 함께 대표 ost, ‘falling slowly’가 흘러나오는 순간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눈물은 영화의 막이 내리고 나서도 쉬이 멈추지 않았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들의 이름도, 이 영화의 결말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이 어떠한 감정을 느꼈는지도 명확히 알 수 없다. 모든 게 ‘그저 그런대로’ 흘러가 버리고 만다. 이 두 사람이 사랑의 감정을 인지하고 둘만을 위한 여정을 떠나는 것이 과연 해피엔딩일까? 사랑을 포기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 것은 결국 새드 엔딩인걸까? 사실 그렇지도 않다. 각자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순간의 감정은 추억 속에 묻어둔 그들의 결정이 어쩌면 해피엔딩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알 수는 없어도 이름 없는 ‘그’와 ‘그녀’가 음악으로 사랑을 기억한 것만은 분명하다. 거창한 사랑 고백이나 스킨십 없이 오직 음악으로 서로를 마음에 담고 눈으로 기억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인상적인 작품이다.
존 카니 감독의 작품들을 볼 때면 ‘음악의 힘’을 깨닫게 되고 한다. 또, 음악을 사랑하고 진정으로 아끼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그렇게 감동으로 다가올 수가 없다. 특히 ‘원스’를 통해서 음악은 진심을 담는 행위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멜로디를 일기장 삼아 나의 마음을 적어 내려가고, 이 마음에는 특별한 음표들이 붙는다. 그리고 내 일기장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져서 공감과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이렇게 음악의 엄청난 힘을 깨닫게 되었다.
음악과 인간의 감정들을 진정으로 아끼고 섬세하게 다룰 줄 아는 감독의 영화가 우리에게 소소하지만, 큰 감동을 전해준다.
73기 권효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