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아마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일본인 감독 중 하나일 것이다. <너의 이름은>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한계를 가지 고도 당시로선 전무후무했던 흥행을 거둬 그 이후로 국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갖게 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 이 감독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여러가지 특징들을 알 수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그의 작품들은 모두 표면적으로 남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사랑’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렇다면 그들과 비교해 그의 작품이 갖는 특징은 무엇 일까?
먼저 그의 작품의 기본적인 세팅은 항상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 둘을 가로막는 장애물 역시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그 장애물을 헤쳐 나간다. 흔히 재난 3부작이라고 불리는 그의 대표작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너의 이름은>에선 타키와 미츠하의 시공간이 엇갈렸고, <날씨의 아이>에 선 멈추지 않는 비를 그치게 하기 위해서 히나를 하늘에 재물로 바쳐야 했다. < 스즈메의 문단속>에선 도쿄에 일어나는 대지진을 막기 위해 소타가 요석이 되어 희생해야 했다. 이렇게 그의 작품속 남녀 주인공들은 항상 둘 사이의 관계를 막 는 여러가지 요소들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헤쳐나가는 방식은 작품마다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점에서 작품별로 평가가 갈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단순한 사랑얘기만 다루느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 물론 <너의 이름은> 이전 작품들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을 기점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에 재난이라는 배경을 설정함으로써 동일본 대지진을 비롯한 여러가지 재난으로 고 통받았고,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이러한 재난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메 시지를 작품을 통해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다. 또 <날씨의 아이>에선 ‘다수를 위 해 소수를 희생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그의 영화가 담 고 있는 내용이 훌륭해서라고 보긴 힘들다. 그의 진정한 장점은 바로 마치 사진 을 보는 것같이 아름다운 작화와 적절한 장면에 삽입 되어 감정을 증폭시키는 OST 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항상 이 둘이 합쳐져 후반부에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이 있다. 각 영화별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너의 이 름은>에서 미츠하가 넘어졌을 때 타키가 자신의 손에 이름대신 ‘좋아해’라는 문 구를 써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 <날씨의 아이>에서 호다카가 히나를 구하러 하늘로 올라가 자신을 구하게 되면 다시 멈추지 않는 비가 내릴 것이라며 걱정하는 히나에게 너만 있으면 날씨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소리치며 구하 는 장면,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요석으로 변해 죽어가던 소타가 스즈메와의 만 남을 회상하며 죽고싶지 않다고 소리치는 장면이다. 이 장면들을 보면 신카이 마 코토 감독 특유의 감성을 여과없이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품들이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늘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엔 개연성부족이라는 수식어가 달린다. 그 비판의 주된 내용은 남녀 주 인공 둘이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서로에게 닿기를 원하는지 잘 모르겠 다는 내용이 많다. 즉, 둘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그 과정이 불친절하게 서술됐다 는 것이다. 이로 인해 둘 사이의 감정이 이해가 가지 않으면 그들이 하는 행동 역시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고 이는 곧 영화의 개연성 문제로 직결된다. 다른 영 화에 비해 유독 그의 작품에 이런 비판이 많은 이유는 아마 그가 ‘사랑’이라는 감 정의 힘을 굉장히 강력하다고 생각하기 떄문이 아닐까 싶다. 또 ‘사랑’이라는 감 정은 다른 것들처럼 인과관계가 명확하지도 않기에 아주 사소한 것에서 갑작스럽 게, 자기도 모르게 스며들 수 있는, 그런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라고 생각하 기 떄문인 것 같다. 그렇기에 이런 모호한 감정으로 주인공 행동에 당위성을 부 여하는 그의 작품 특성상 개연성에 대한 비판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그의 작품들이 칼같이 인과관계를 따지고 개연성을 생각하면 서 보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고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을 보고나면 뭐랄까 흔히들 ‘후유증’이라고 표현하는,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무언가가 느껴진 다. 나는 그 이유가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일상의 모습들을 아름답게 그려낸 그 의 작화와 적절하게 배치된 OST, 그리고 누군가를 정말 간절하게 지키고 싶어하 고, 보고 싶어하는 주인공들의 모습들이 어우러져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 이 아닐까 싶다.
그의 영화에 삽입된 OST의 가사중 ‘네가 없는 세상은 여름방학이 없는 8 월과 같아’ 라는 가사를 보면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갖는 순수하지만 그렇다 고 얕지만은 않은 그런 소중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느껴진다. 인생을 살면서 그들 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지키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 니다. 이 글을 읽은 모두가 그런 사람과 함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를 보며 서로의 사랑을 얘기하는, 그런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77기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