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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ESI Aug 03. 2022

나에겐 마음껏 실패할 권리가 있다

 저는 편지 쓰기를 좋아합니다. 어려서부터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주곤 했어요.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말이죠. 그래서 편지는 지금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쓰기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에게 편지를 써볼까 해요. 그러면 조금 더 제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끝까지 읽어주실 거죠? ㅎㅅㅎ




 요즘 여러분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저는 요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푹 빠져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우영우 봐? 꼭 봐야 해.” 하며 열심히 홍보를 하고 있지요. ㅎㅅㅎ


 여러분은 우영우를 보고 계시나요? 아직 안 보셨다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채널 ENA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어요. :>








 오늘 편지는 저번 주 수요일에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9화로부터 시작합니다. 9화는 어린이 해방군 사령관 방구뽕의 재판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사람 말입니다, 참 착하고 좋은 사람인데 어째 현실감각이 조금 없어요. 어린이를 해방시켜야 한다나 놀게 해야 한다나, 하는 말이 이해는 가는데 영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이기만 합니다.




 다행히 자신의 죄를 전부 인정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되는데, 이 방구뽕씨가 최후변론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불안이 가득한 삶 속에서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을 찾기에는
너무 늦습니다.




 이 말을 듣는데 머리를 한 대 맞은 듯싶더군요. 어쩌면 그가 이상적인 사람이 아니라 현실적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잘 알고 있었던 거예요, 이 세상이 불안하고 어렵다는 걸. 그래서 이 불행한 세상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힘을 기르고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던 걸지도요.








 다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 에세이를 읽었는데요, 삶을 트랙에 비유하더라고요. 스스로 트랙을 벗어난 사람이라고 설명하면서요.


 생각해보면 삶을 일종의 트랙이나 통과의례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걸까요, 해외도 그런가요? 해외의 경우는 잘 모르겠네요. 혹시 아는 분이 있으면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




 신기하지 않나요? 독립해 자주국가를 세운 지 100년도 안된 나라에 ‘삶의 트랙’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요.


 도대체 이 트랙은 누가 만든 걸까요?

 이 트랙의 끝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왜 트랙 위에 섰으며,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 걸까요?







 앞만 보고 달리느라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들이 나보다 앞서서 달리고 있는지만 신경 쓸 뿐이었지요. 그들이 내 시야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나보다 뒤처졌다고, 세상에서 도태된 것이 분명하다고 단정 지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의 완벽한 오판이었습니다. 더 빨리 더 멀리 달리기 위해 잠시 쉬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트랙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바보는 그들이 아니라 나였어요. 내가 보는 세상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고 남을 업신여기던 나 말이에요. 왜 엄마는, 선생님은,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길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말한 것일까요? 세상은 성공 아니면 실패라고 겁을 주었던 것일까요?


 세상에는 보장된 성공도, 영원한 실패도 존재하지 않는데 말이죠.








 제가 작가가 되겠다고 하자 사람들이 제게 묻더군요.


 ‘실패하는 게 두렵지 않아? 그러다 안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저는 그 질문을 듣고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참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하면서요.




 만 3년을 조그마한 싱글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매일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죠.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을까.’


 이렇게 해야 했을까, 저렇게 해야 했을까. 내가 어떻게 해야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았을까. 수십 수백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렸어요.


 ‘그때 엄마 말만 듣지 않았어도. 아빠 말만 듣지 않았어도. 선생님 말만 듣지 않았어도. 그 선배한테 넘어가지만 않았어도.’


 천장 위로 수많은 얼굴과 이름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생각의 끝은 언제나 똑같았어요.




 그때로 돌아가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결국 선택은 내가 한 거였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실패할 운명이었고 후회할 운명이었습니다. 비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에요. 시기와 방법, 형태만 다를 뿐 결국 나는 실패하고 후회했을 겁니다. 삶에서 실패와 후회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니까요. 다만 그 시간이 내게는 지금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위의 질문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어차피 삶은 실패와 후회로 뒤덮여있는데 두려워할 게 뭐가 있어요?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문장이 있죠.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저는 그 문장을 이렇게 바꾸고 싶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성공하지만, 실패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실패한다.”




 오랜 시간을 실패, 두려움, 분노, 우울, 억울함 등 부정적인 감정에 억눌려 살았습니다. 그때 후회되었던 것은 단 하나였어요.


 ‘어차피 실패할 거, 내가 선택하고 내가 실패할 걸. 그래서 온전히 내가 다 책임질 걸.’


 내가 저지른 실패를 남에게 책임 전가하는 내 모습이 너무 싫었습니다. 보기 흉하더라고요, 멋없고. 내 실패가 타인의 실패로 전이되지 않길 바랐어요. 내 안에서 끝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온전히 내가 선택해서 실패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실패 좀 해봐서 아는데,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실패가 존재하더라고요. 어차피 예정된 실패라면, 내가 바라는 실패를 얻기로 했어요.


 그래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겁니다. 이 일이라면 실패해도 ‘그래도 살면서 한 번쯤 해볼 만한 일이었어’라고 웃어넘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네, 저는 지금 실패하고 있습니다. 어지간히 실패하면 일이 좀 풀릴까 했는데 영 쉽지 않네요. 실패하면 더 큰 실패가 굴러오더군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한 번의 실패로 완전히 무너졌던 과거보다 수 십 번의 실패에도 웃어넘길 수 있는 지금이 좋아요.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는 제 삶이 좋고, 실패해도 웃어넘기는 제가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방구뽕의 말로 편지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살아야 한다. 그래서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불안한 세상 속에서 여러분도 있는 힘을 다해 행복해지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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