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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계산할 수 있나요?

사랑이 수학인 이유

by 비평교실

피타고라스는 만물을 수(數)라고 보았다.


수라는 건 요상한 놈이다. 자연수 1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걸 추상하고 추상했을 때 1이라는 수로 적용할 수 있다. 세상에 다양한 컵이 있다. 그 컵을 추상화시키고 추상화시켰을 때 자연수 ‘1’이라고 환원할 수 있다.


피타고라스는 철학자가 아니라 교주였다. 그는 수학을 통해 세상 원리를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떤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도 정했다고 한다.


마음의 끝판왕 종교와 이성의 끝판왕 수학의 만남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나는 사랑에 이성이 필요하다는 걸 계속 주장하였다.

감정을 이성으로 다스리고,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랑을 절제할 줄 알았을 때 비로소 사랑이 완성된다.


이러한 추상화가 사랑을 정말로 가능하게 하는지 한 번 의심해 볼 필요도 있다.

마치 사랑이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절차가 정해져 있는 거처럼 느껴지지 않은가?

요동치는 자연을 추상화시키는 작업을 거쳐 하나의 공식을 발견하는 일은 놀라운 작업이다.

일정한 시기에 비가 내리고, 일정한 온도에서 물이 끓고, 일정한 계절에 꽃이 핀다.

일정하다는 건 반복을 의미한다.


8.jpg 사랑은 수학이다.


수학은 반복의 학문이다.

1+1=2
2=1+1

라는 건 하나에서 하나가 더해지면 두 개가 된다는 거다.

반대로, 두 개라는 건 하나에서 하나를 더한다는 의미다.

2*1=2라는 건 2가 자기 자신을 한 번 거듭하였을 때 2라는 의미다.


반복은 의미를 낳는다. 수학은 지금까지 반복되었다. 등식(=)이 성립한다는 건 똑같은 말을 다르게 말했다는 뜻이다. 1+1과 2라는 건 같은 말이지만 다른 의미다.


사랑은 계산 가능하다. 다만 알고리즘은 아니다.

조건을 따지거나 작업 절차가 정해져서 결괏값을 이끌어낸다는 건 아니다.

좌변과 우변의 수식이 같은 말이고, 반복된 말이라는 의미다.


사랑은 반복이다.

어제의 만남과 오늘의 만남이 거듭되면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


사랑은 반복이다. 추상적인 반복이 새로운 의미를 낳는다. 무수한 반복은 권태를 낳는다. 오랜 사랑이 권태로운 이유는 사랑은 반복이기 때문이다. 의미가 멈추어도 반복은 지속된다.
사랑은 반복이다. 추상적인 반복이 새로운 갈등을 낳는다. 무수한 반복은 문제를 낳는다. 오랜 사랑이 갈등인 이유는 사랑은 반복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외면해도 갈등은 지속된다.


피타고라스는 혼란스러운 자연 속에서 반복을 찾아냈다. 그리고 피타고라스 정리를 발견했다. 반복 끝에 자기만의 의미를 발견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복하고 거듭에 거듭을 더해야 한다. 반복을 거듭하여 자기만의 사랑을 찾아야 한다.


반복적인 만남은 사랑을 거듭하고,

거듭한 사랑은 의미를 낳는다.

그 의미는 오직 그대만의 의미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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