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사랑을 하는 방법
만물은 일자(一者)다.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따라서 변화는 불가능하다.
파르메니데스에게 만물은 변하지 않는 단일한 일자로 존재한다. 계절이 변하고, 온도가 바뀌는 건 우리 감각이 착각한 거다. 감각은 우리를 속인다. 사랑이 변한다고 한탄할 때, 변한 건 사랑이 아니라 사람이다. 사랑은 배신하지 않는다. 사랑과 돈은 배신하지 않는다. 배신하는 건 언제나 사람이다.
모든 건 일자로서 영원하다. 대립과 변화는 감각의 착각이다.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단순하고 명쾌하다.
“없던 일로 해줄게.”
없던 일로 해준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없던 일로 해주는 거 자체가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서로가 잊었다고 해도 그 사실 자체가 지워지는 건 아니다. 사실은 영원히 사실로써 남는다. 사랑을 나누고, 추억을 새긴 흔적은 사실로써 영원히 남아 있다.
살인자가 살인을 없던 일로 한다고 해서 또는 공소시효를 넘겨 처벌받지 못한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벌어진 일은 벌어진 거다.
잔인한 추억도 마찬가지다. 이별하였다고 사랑했던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망각하여도 남는 사실은 영원하다. 사람들은 영원을 염원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진실은 잔혹하다.
우리는 사랑했던 사실이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길 바라지 않는다. 영원히 함께 있고 싶어 한다.
잠이 들기 전,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즐거워하는 이유는 그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상대를 사랑하는 내 마음도 영원하였으면 좋겠고, 상대가 나를 영원히 좋아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감각은 나를 속인다.
영원히 지속되는 감각은 없다.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면 통각도 금방 아문다는 사실이고, 나쁜 소식이 있다면 행복한 기억도 한순간의 연기에 불과하단 점이다.
어느 날, 왕은 어느 현자에게 물었다.
“근심에 처할 때 근심을 달아나게 해 주고, 기쁨 젖어 있을 때 기쁨을 사라지게 하는 문구를 작성할 수 있겠소?”
현자는 바닥에 글씨를 적고 자리에서 떠났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시간은 모든 걸 떠나보낸다. 걱정도 기쁨도 한 줌 연기로 흩어질 뿐이다.
그러나 현자는 틀렸다. 그 잠언은 내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였다. 근심에 젖은 나를 아프게 만들었다.
밤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린 이 순간이 지워진다니.
지금 당장 끝낼 수도 없는 무의미한 고통을 내가 왜 계속 겪어야 하는 거지?
사랑이 고통스럽다고 포기할 수 있는 거 라면 진작 포기했다.
사랑에 일자가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건 사랑한 순간이다.
순간은 영원히 남는다. 순간은 영원하다.
만약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순간을 붙잡아야 한다.
그건 변치 않는 영원한 사실로 남아 있을 거다.
우리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해야 하는 이유다.
사랑한 순간은 사라지지 않고 영원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