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 무관심 Oct 19. 2023

아빠의 육아일기 - 시작

 의진은 코로나19로 아직 일상생활이 자유롭지 않던 시기에 태어났다. 아빠의 산후조리원 출입조차 부분적으로 통제되었기에 다른 가족들은 그저 사진으로만 아기를 볼 수 있었다. 부산에 사는 의진의 할머니가 손자를 안아보기까지는 꼬박 두 달이 넘게 걸렸다.      


 그 두 달보다 부산에서 이곳까지 오는 몇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다는 엄마는 의진을 보자마자 감격했다. 그러면서 연신 의진을 ‘새 사람’이라 불렀다. 나는 그 말이 어쩐지 옛말인 것처럼 어색하면서도 묘하게 신비로웠다. 새 사람. 전에 없던 사람. 어쩌면 한 생명의 탄생을 가장 정확히 표현한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였다. 이 육아일기의 시작된 것은.

      

 ‘전에 없던 하나의 생명이 어느 날 갑자기 존재하게 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일입니다. 그 생명은 자신이 존재함으로 하나의 우주를 가지게 됩니다. 그 생명을 만든 부모들 또한 전에 없던 우주를 경험하게 됩니다. 눈물겹게 힘들고, 눈물 나게 행복한 날들이 펼쳐집니다. 상상, 그 이상이죠. 그 순간들을 이렇게 남깁니다.


  먼 훗날 아이가 자라 이 글을 봤을 때, 나는 사랑으로 충만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먼 훗날 우리가 늙어 이 글을 봤을 때, 그 시절에 우리, 있는 힘껏 사랑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으로 채워질 날들에 이 글이 우리 모두에게 힘이 되어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새 사람. 한자로는 新人이다. 우리 가족은 매해 연말이 되면 우리만의 작은 시상식을 개최한다. 올해의 노래, 올해의 드라마, 올해의 책, 올해의 여행지, 올해의 음식, 그리고 올해의 고양이까지도. 2022년엔 새로운 시상부문이 생겼다. 바로 신인상. 첫 번째 수상자는 단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의진이었다.

이전 09화 아빠의 육아일기 - 할머니와 손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