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정원 가꾸기

by 클레어

이사와 3번째 맞는 봄. 아직까지 제대로 정원을 꾸미질 못했다. 처음부터 앞마당과 뒷마당 상태가 안 좋긴 했다. 집에 오퍼를 넣을 때는 언제든 여유가 생기면 랜드스케이핑 업체를 통해 제대로 꾸며야지, 막연히 생각했었다. 문제는 여유가 영 생기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정원은 계속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페인트를 새로 칠하고, 마루공사를 하고, 블라인드를 바꾸고, 고장 난 부엌 캐비닛을 고치고, 고장 난 전자레인지를 바꾸고. 손보아야 할 것은 계속 생겨났다.


친환경적 정원을 꾸미는 것은 내 오랜 꿈이었다. 그림에 나올 것 같은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 잔디 앞마당이 아니라, 계절마다 색색의 꽃이 피어나고 유기농 채소를 직접 키워 따 먹는 정원. 마음먹고 책도 여러 권 구입해서 읽어보았지만 초보 정원사에게는 실천하기 어려운 지침들이었다. (실내식물들도 이미 여럿 죽이고 만 초보식집사.)


내 정원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 집은 주변에 키 큰 나무들이 많아서 잎이 무성한 여름이나 낙엽이 지는 가을보다 벌거벗은 나무들 틈으로 낮은 해가 빛을 비추는 겨울과 막 새 잎이 돋아나서 틈틈이 햇살이 새어 나오는 봄이 더 밝다. 오랫동안 햇빛에 노출된 겉흙은 영양이 별로 없어 손에서 부서지고, 조금만 더 파 들어가면 물기가 잘 빠지지 않아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고 이끼가 잘 생긴다.


오랜 고민 끝에 그냥 지르자는 심정으로 앞마당 잔디를 다 갈아엎어 새로운 종의 씨를 뿌린 것이 작년 가을이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눈이 두 번이나 내린 춥고 긴 겨울이 지나 드디어 저번주부터 날이 조금씩 풀렸다. 봄맞이 정원 일을 시작할 시간.


저번주에는 잔디 씨를 추가로 뿌려주었다. 작년 가을에 씨를 뿌린 것이 고르게 발아하지 못해서, 앞마당이 얼룩덜룩하기 때문이다. 앞마당에 쌓인 낙엽을 걷어내고 땅을 갈았다.

그냥 땅 가는 기계를 하나 살까

내가 오버시딩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각자 골라온 꽃 구근을 심었다. 첫째는 작약, 둘째는 클레머티스. 설명서에 적힌 대로 잘 심는다고 심었는데 영 불안하다.


올봄의 또 다른 정원 프로젝트는 레이즈드 베드 raised bed에 한국 채소를 심는 것이다. 미리 구입해 놓은 베드를 남편이 미리 조립해 두었는데, 어제 한국 마트에 갔다가 반가운 종자들을 발견했다. 상추와 쑥갓, 대파와 고추들을 사서 오는 길에 흙을 구입하러 홈디포에 들렀다.

봄이 오니 점점 화려해지는 가드닝 센터

레이즈드 베드 용 흙이 꽤 비싸서 챗gpt의 도움으로 흙의 구성을 찾았다. Peat Moss 3cf., Top Soil 3cf., Perlite 8qt. (이건 실수로 너무 적게 샀다), 그리고 Cow Manure 2 cf. 를 구입했다.

챗gpt는 먼저 레이즈드 베드 맨 아래 낙엽과 나뭇가지를 깔라고 했다. 아이들과 즐겁게 낙엽들을 모아 와 깔았다.

방수포 위에서 흙을 모두 섞은 다음 베드에 넣으라는 챗gpt의 지시. 먼저 Peat Moss와 Top Soil를 섞어준 후, Perlite와 Manure를 차례로 넣어 섞으란다. Peat Moss와 Top Soil만 섞는데도 너무 힘들었다. 챗gpt가 레이즈드 베드용 흙을 사는 것보다 이게 더 경제적이라고 했을 때, 나의 노동력은 계산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결국 그냥 다 베드에 넣어서 삽과 꽃삽, 호미로 열심히 섞어주었다.

나의 쪼꼬미 도우미들.

흙이 준비되고, 아이들과 줄을 맞추어 종자들을 심었다. 생각보다 작은 베드. (아니면 내가 너무 간격을 두었나?) 허브 씨들을 잔뜩 사두었는데, 하나 더 구입해야 할까?

마무리로 물을 주었다.

이제 아침마다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귀여운 나의 텃밭에 물을 주는 일. 제발 이번에는 잘 자라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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