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지 2년 만에 드디어 앞마당을 손 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앞마당을 버려둔 건 아이들이 어려서 신경 쓸 틈이 없기도 했지만, 사실 내가 마음을 정하지 못한 탓이 컸다. 미국의 전형적인 작은 꽃 정원과 크고 단조로운 잔디의 구성이 내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잔디가 관리하기에 품이 많이 들고, 친환경적이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렸다.
잔디를 없애고 친환경적인 앞마당을 꾸미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먼저 랜드스케이핑 디자인을 짜야했다. 디자인을 짜기 위해서는 토질과 일조량을 살펴야 한다. 디자인에 맞추어 돌길이나 버드 베스 같은 하드 요소들을 준비한다. 정원 부분에는 토질과 일조량에 따라 심을 식물들의 레이어를 구상한다. 토양을 준비하고 시기에 맞춰 식물을 심어야 한다.
디자인을 짜려고 보니, 내가 정원 관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식물들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큰 앞마당을 모두 꽃으로 꾸미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예 돌과 자갈로 앞마당을 채우는 제리스케이핑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고심 끝에 앞마당에 야생화 믹스 씨앗을 뿌려 꽃이 만발한 초원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남편과 잔디와 잡초를 모두 죽이는 제초제를 뿌렸다.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죽은 식물들을 갈퀴로 다 긁어내었다. 토질을 개선하기 위한 비료를 뿌리고 시드를 뿌릴 준비를 하는데, 땅 속에 있던 잡초들이 또 무성히 자라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력한 제초제를 뿌려도 잡초는 나고 또 났다. 땅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씨앗을 뿌리면 결과가 안 좋을 걸 알았기 때문에, 우리는 한 달 간격으로 계속 제초제를 뿌리며 잡초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근 일 년의 시간이 흐르고 노출된 흙의 토질이 점점 나빠지는 것이 육안으로도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생각이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랜치 하우스의 넓은 앞마당이 모두 야생화로 뒤덮이면 집이 더 허름해 보이지 않을까? 야생화는 키가 크고 낮은 종이 섞여 있는데, 큰 종들은 성인의 허리 위로 올라올 정도로 길었고 낮은 키의 야생화들은 그늘에서는 잘 자라지 못했다. 아이들이 마구 뛰어다니면서 놀 수도 없게, 집을 가릴 정도로 키 큰 꽃들이 앞마당을 덮을 것이었다.
결국 고민 끝에 잔디 씨를 뿌리기로 결정했다. 대신 그늘에서 잘 자라고 따로 물을 주지 않아도 잘 견디는 종으로.
우리 지역은 USDA Zone 8a로 봄잔디와 가을잔디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봄 잔디로 조지아 종을, 가을 잔디로 파인 페스큐를 골라놓고 고민하다 가을 잔디를 심기로 했다. 그늘에 더 강하고 상대적으로 초기 비용이 저렴한 씨를 뿌리기에 좋은 종이 파인 페스큐였기 때문이다.
일단 잔디 씨를 뿌려놓고, 봄가을에 오버시딩을 해서 빽빽하게 잔디를 채워나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천천히 랜드스케이핑 디자인을 완성하고 구역별로 조금씩 꽃 정원을 늘려 나갈 것이다.
이렇게 결정을 하고 나니 이제부터는 정말 노동이다.
먼저 제초제를 뿌렸음에도 살아남은 잡초들을 일일이 뽑고, 이끼를 최대한 걷어내었다.
잡초 정리를 끝내고 갈퀴로 땅을 골랐다.
남편이 땅을 고르는 사이, 나는 홈디포로 가서 잔디 씨를 뿌릴 때 쓰면 좋은 흙과 영양제를 사 왔다. 흙과 영양제를 고루 뿌리고, 기존 흙과 잘 섞어주고 나니 땅이 준비되었다.
씨를 스프레더에 넣고 지시에 맞추어 땅에 골고루 뿌려준 후 물을 흠뻑 적셔 주었다.
하루를 꼬박 들여 땅을 정리하고 씨를 뿌리고 나니 어찌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다음 날부터 일주일 동안 온몸이 욱신거리긴 했지만 말이다.
씨를 뿌리고 난 후에는 흙이 마르지 않게 매일 물을 주어야 한다. 급하게 스프링클러를 구입했다.
스프링클러를 한 대여섯 번 정도 옮겨 가며 물을 주어야 해서 시간과 품이 많이 들었다. 하루에 30분에서 한 시간은 물을 주어야 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버티고, 주말에는 태풍으로 비가 많이 내렸다. 이렇게 비가 반가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태풍에 흙과 함께 씨가 조금 쓸려가긴 했지만, 삼 주 정도 지나고 나니 조금씩 발아하는 잔디들.
잔디 팔레트처럼 빼곡히, 촘촘히 자라지는 못했지만, 나름 열심히 커가는 중이다. 잔디인형을 군데군데 심은 것처럼 듬성듬성 자란다.
그렇게 이제 딱 한 달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