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에는 제대로 된 텃밭과 예쁜 꽃밭을 만들겠다며 열의에 차 있었는데. 분명 그랬는데.
집을 둘러싼 나무들의 잎이 무성해지니 정원과 마당이 온통 그늘이다. 이제야 깨달았다. 식물은 빛이 8할이라는 것을.
그늘 속 텃밭의 현실
아무리 물을 주고 거름을 주어도 빛을 못 받으니 크질 못한다.
레이즈드 베드의 상황:
쑥갓은 위로 위로 키만 자라다가 결국 꽃이 피어 뽑아 버렸다
대파는 쪽파보다도 얇고, 부추는 종자 때 그대로다
고추는 찬 기온에 잎이 다 떨어졌다가 힘겹게 다시 자라는 중. 종자 때보다 더 작다
상추는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뒷마당 텃밭도 마찬가지:
토마토는 잘 자라지 못해 지금까지 네 개의 작고 소중한 토마토만 수확
피망은 하나 겨우 열매를 맺어 열심히 자라는 중
시금치는 작은 잎을 장식처럼 달고 위로만 자란다
그나마 미나리가 가장 잘 자란다. 내년에는 미나리만 키워야 할까 보다.
그래도 살아남은 아이들
블루베리의 기적: 남편이 실수로 제초제를 뿌려서 죽은 줄 알았는데, 반은 죽고 반은 살아났다. 그나마 힘을 내서 조금씩 자라주고 있다.
허브들의 선택과 집중: 바질과 파슬리를 더 자주 쓰는데, 고수만 살아남아서 잘 자라주고 있다. 고수를 더 많이 먹어야 하나. 로즈마리도 죽지 않았다!
작은 기쁨들
정원을 빼꼼 밝혀주는 샤스타데이지
이사 온 해에 심은 나무가 천천히 자라고 있고, 이사 온 후 3년 동안 영 꽃을 피워내지 못하던 수국도 올해는 두 덩어리의 꽃을 피워냈다.
가장 놀라운 야생화들: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작년 가을에 씨를 뿌렸는데, 보라색이 섞인 파란색의 콘플라워가 한가득 자랐다. 올 가을에 추가로 씨를 뿌려서 더 풍성한 메도우를 만들어야지.
현실을 받아들이고
앞마당 잔디의 패배: 뿌린 씨가 잡초 씨에 밀려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제초제를 뿌려서 잡초를 최대한 많이 없애고, 가을에 잔디 씨를 오버시딩 해야 한다.
새로운 계획: 이 집에서 텃밭을 가꾸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레이즈드 베드를 정리하고 잘 자라지 못하는 꽃들을 모두 뽑은 후에 가을에 잔디 씨를 뿌려야겠다.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를 한 후에 작은 구역으로 나누어서 조금씩 바꾸어 나가야겠다. 이 집만의 특성을 살린 정원을 만들어가는 첫걸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