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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팔 May 25. 2024

추상

머리가 복잡했던 주말입니다. 머리가 복잡해지면 잠이 옵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으니깐요. 점점 박약해져 갑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생물학적 늙음만을 말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창문밖 세상을 바라봅니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무언가를 했던 기억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것을 하고 난 후 감정과 생각을 상상하고는 안 하게 됩니다. 예를 든다면 술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방금 했지만 지난날 술을 먹고 기분이 좋았던 기억 지나치게 많이 먹고 속을 비웠던 기억을 상상한 후 그 일을 하지 않았지만 했다고 치고 술을 안 먹게 되는 겁니다. 이런 쪽으로는 제법 소용 있는 뇌 작동법이지만 하지만 나라는 존재는 항상 반대입니다. 공부 운동 독서 청소 일은 이런 식으로 잘 작동하면서 술 폭식 게임 같은 것은 지난날을 금방 잊어버리니 말입니다. 웃긴 일이죠 그래도 모처럼 자신을 객관화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조깅까지는 안이어도 산책이라는 것을 해보려 합니다. 산책을 좋아하시나요.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좋아했습니다. 산책을 하면 멈춰있는 생각이 흐르는 것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이 생각과 저 생각이 만나 다른 생각이 됩니다. 그럴 때는 기분이 무척 좋아집니다. 문뜩 번뜩이는 생각이 들 때면 휴대폰을 꺼내어 메모를 해둡니다. 이런 종류의 기억들은 금방사라 지니깐요. 나중에 집에 와서 적어야지 하면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별똥별 같거든요 찰나에 순간에만 보여주는 그런 별 그래서 사진을 항상 찍어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습니다. 산책로를 걷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벤치 하나가 덩그러니 있습니다. 흠집하나 없는 것으로 보아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입니다. 항상 이 길을 걸을 때마다 벤치 한 개쯤은 있었으면 했는데 내가 하는 생각은 누군가도 하기 마련인가 봅니다. 그 누눈가가 대단합니다. 저는 생각만 했는데 그 누군가는 생각했던 것을 현실에 가져다 놓았으니 말이죠 벤치에 앉아봅니다. 바다가 보입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바다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고요합니다. 그래서 어쩐지 바다를 보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찍은 커다란 사진을 본다는 느낌이 더 큽니다. 지금 내게 불어오는 살랑이는 바닷바람 만이 이건 사진이 아니라고 말해줍니다. 한참을 바다를 봅니다. 날씨가 상당이 더운데도 해무조차 보이지 않아 저멀이 있는 곳까지 보입니다. 항상 이 장면을 보고 있을 때면 모든 것이 단순해짐은 느낄 수 있습니다. 괜히 손을 쫘악하고 폈다. 주먹을 꽈악 하고 줬다를 반복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나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멈춰있는 것 같은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이라는 게 참 별 볼 일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많은 것을 보태고 빼고 해도 결국 먼가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당신은 그런 감정이 없으신지요. 세상이 참 허무하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신 지적이 없으신지요. 어쩌면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일수록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졌다는 것은 그것을 지켜내야만 한다는 필연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생기기에 허무하다는 생각을 할 수 없지 않을까 합니다. 뭐 있어본 적도 그렇다고 무작정 없어 본 적도 없는 사람의 넋두리입니다. 혹시 눈을 감고 과거의 나를 생각해 보시 적이 있나요 슬프거나 즐거웠던 때가 아닌 평범한 어느 날을 생각해본 신적이 있나요. 예를 들어 맛집을 기다리고 있는 날이라던지 집에서 아무 의미 없이 창문밖을 보고 있었다던지 출근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날이라던지 그런 날로 돌아가보는 겁니다. 눈을 감고 조용히 숨을 쉬며 명상하듯 그날로 돌아가봅니다. 깊은 생각에 깊은 생각을 하다 보면 어떤 감정이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에 따라 지금의 당신을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정답을 이야기해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당신이니깐요 나는 나고요 그러니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건 남이 아닌 나에게 물어봐야 할 문제입니다. 눈을 감고 자신을 만들어 보세요 그리고 나에게 물어보세요. ‘평범했던 나를 그러니깐 너를 떠올려보니 어떤 감정이 느껴졌어 그리고 어떤 의미인 것 같아’ 대답을 안 해줄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대답을 받을 때까지 끝까지 질문해 보세요. 만약 어느 날 질문을 받는 날이 오면 부럽습니다. 저도 아직까지 대답을 듣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물어봅니다. 넌 어떤 감정이니 넌 어떤 감정이니 넌 어떤 감정이니 그러면 뭐라고 대답해 줄까요. 욕을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왜 함부로 감정을 낭비하면 사냐고 비난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평생을 듣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 편이 속편 할지도 모릅니다. 생각보다 나라는 존재를 사랑해 주는 경우 잘 없는 것 같으니깐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나와 너로 이루어진 곳에 살아가고 있으니깐요 날 사랑하지 않으므로 누군가는 사랑받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누군가가 본인을 사랑하지 않으므로 내가 사랑받을지도 모릅니다. 그걸 희생이라 말해야 할까요 상부상조라고 말해야 할까요. 바닷가 앞에서 잡생각이 많아집니다. 피곤해져 옵니다. 집에 들어가 한숨 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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