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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팔 Jun 01. 2024

마무리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누군가 볼지 안 볼지 모를 바다 위에 글을 띄우는 이유는 무얼까요? 스스로도 이해를 할 수 없는 일을 할 때는 우린 무얼 한다고 해야 할까요? 예전 어느 여행 방송에서 누군가가 여행자에게 질문을 합니다. “당신은 왜 여행을 하나요” 질문을 받은 여행자는 잠시 먼발치를 바라보고 자신의 발을 한번 보고는 말합니다. “저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려고요” 그 말을 들은 누군가는 말합니다. “그건 집에서도 친한 사람이나 가족에게 이야기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굳이 여행까지 와서 처음 보는 남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그 말을 들은 여행자는 자신의 걸어왔던 뒤를 잠시 보고는 말합니다.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니깐요” 이 방송을 보고 내가 했던 일이 이해가 같습니다.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내가 적는 글은 일종의 배설물일지 모릅니다. 내가 싼 똥을 누군가 봐줬으면 하는 변태적인 성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욕할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무관심일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나무 막대기로 쿡쿡 찔러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도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하는 배설물이 있습니까? 있다면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처리 하시 나요?

저희 동네에는 백구 한 마리가 있습니다. 횟 집에서 키우는 백구인데 덩치는 산만하면서 주인집 아저씨 빼고는 사람을 참으로 무서워합니다. 한 번은 조깅을 하다. 백구 녀석이 똥을 싸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무척이나 커다란 똥을 싸길래 신기해서 쳐다보는데 백구 녀석이 나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 도망가려는데 그런데 도망을 가야 하는데 똥을 싸는 도중이라 어찌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뒷다리 두발을 들어 앞다리 있는 쪽으로 말아 넣고 앞다리로 엉거주춤 기어가듯 뛰는 거였습니다. 똥을 끊지 못한 채 말이죠 그 모습을 보자마자 웃기면서고 괜히 미안해지더군요 내가 백구였으면 얼마나 수치스러웠을까 생각이 들면서 말이죠 그런데 옆에 지나가던 할머니가 백구를 보자마자 “개새끼야 길바닥에 똥을 싸면 어떡해”라고 욕을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더니 맨손으로 개똥을 움켜 집더니 길 옆에 할머니들이 소일거리로 조그마하게 가꾸는 텃밭에다 버리는 겁니다. 그것을 보고 먼가 이상했습니다. 십 분 동안 벌어진 일인데 그것이 하루종이 머리에 잔상으로 남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면서 청소를 하면서 밥을 먹으면서 설거지를 하는 동안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 것입니다. 분명 말이 되는 것들인데 근데 말이 안 되는 일 같기도 이상한 일인데 당연한 일 같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관점’이라는 것일까 싶었습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밖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있는데 친구 녀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와 이런저런 잡이야기를 하다. 이야기 소재가 떨어질 때쯤 아침에 벌어졌던 일을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전 친구의 의미 있는 답변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가타부타 저에게 로또를 사라고 그러더군요. 황당했습니다. 전 친구에게 짜증을 내며 쓸데없는 소리를 할 거면 전화를 끊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말이 잔상에 남았습니다. 개가 똥을 싸는 모습이 잔상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그 똥을 움켜 잡는 모습이 잔상이 남았습니다. 전 봄 잠바를 입고 편의점 쪽으로 걸어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도 그 편의점은 로또 판매점이었죠 그래서 전 개똥과 할머니와 친구의 기억을 떠올리며 번호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 전 그렇게 3등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주에는 평소보다. 당첨금이 적더군요 하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더러웠습니다. 한 가지 차이로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졌거든요. 세상일이라는 게 모든 것이 한 끗 차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붙이면 남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내 것이 아니었지만 내 것 같았던 게 손에서 날아간 것 같은 기분으로 그 주를 보냈습니다.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죠 가족들이 소리치더군요 더 짜증을 내더라구요. 그리고는 그 개가 어디 있냐며 그 개를 만져야 한다며 소리치더군요 거기까지는 이해가 같지만 가족 중 누군가는 똥을 만져야 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나중에는 달여 마셔야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지금은 말도 안 된다 생각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왜인지 그래야 할 것 같아 조깅을 뛸 때마다 백구를 유심이 지켜보고는 합니다. 하지만 백구는 나에 시선을 의식했는지 그 자리에는 잘 나타나지는 않는 듯하더군요. 어쩌다 맞추치면은 먼발치에서 머리만 빼꼼하게 내밀고는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로또 1등 같은 행운은 저놈의 백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질나게 하는 무언가처럼요. 어쩐지 백구는 잘못이 없는데 잘못한 개가 되었습니다. 큼 큼 큼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런 겁니다. 똥을 보세요 그리고 똥을 싸세요.  (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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