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희

<지도>

by J팔

소설가라는 사람을 만났던 후로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암울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인데도 어쩐지 기분이 묘했다.

“야~ 그렇게 하루에 아이스크림 서너 개씩 빨고 자빠져 있으면 당뇨와 당뇨 당뇨가 얼많아 나쁜 병인지 모르지”

학교를 등하교하듯이 시간이 날 때면 아니 거의 맨날 카오스 슈퍼마켓 평상마루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어 되니 주인 할매에 잔소리에도 만성이 생기는지 옛날처럼 무섭지 않았다. 귓등으로도 들을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아~ 나두세요. 남이사 당뇨에 걸리든 말든 맨날 매상 올려주는 단골한테 좋은 말은커녕 잔소리 잔소리, 잔소리할 거면 냅도요.”

“망할 년이 단골이니깐 쓴소리 하는 거 아녀 몸에 좋은 약이 쓰다는 말 오다가다 안 들어 봤어”

할매가 자신에 말에 토 달고부터 욕까지 해댔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지금은 뭐 그냥 아이스크림 맛집에 온 거로 퉁치기로 했다. 그나저나 그 미친놈에 자칭 카오스라 지랄병 하는 녀석이 올시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다행히 쌍놈이라는 것을 인정하듯 골목귀 어귀에서 병신 같은 걸음으로 여기로 오고 있었다.

“왔냐, 맨날 그렇게 아이스크림 많이 먹으면 당뇨와 당뇨 당뇨가 얼많아 나쁜 병인지 모르지”

“DNA라는 게 유전자라는 게 참으로 무섭구먼 무서버”

“뭐라는 거야.”

“신경 끄고 할 일이나 하셔 할 일”

슈퍼에 이상한 기계를 설치하며 돈 벌며 밥벌이를 하는 모습을 봤다. 어릴 때 동네에서 가위바위보를 해 이기면 메달을 주고 메달로 과자를 사 먹었던 기억이 나서 뭐 그런 거랑 비슷한 거겠지 하고 기계를 사용했는데 기계가 너무너무 그로데스크 한 분위기를 뿜어 되고 있었다. 기계를 사용하는 네네 X팔 X팔 X팔을 웃으며 조용히 욕을 내뱉었다. 기계에 정체가 궁금해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물어보려 슈퍼아들과는 절대 눈빛조차 마주 치지 않으리라는 마음을 먹었지만 말을 걸어보기로 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먼저 이름을 물어봤는데...

“이름이 뭐예요?”

“카오스”

“.... 뭐요 뭔 오스”

“카. 오. 스”

“...................”

순간 내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나도 느낄 만큼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냥 넘어가면 넘어갈 수 있는 일인데 어쩐지 왜 그렇게 안 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니 더 혼란스러웠다.

“맞아 지금 네가 느끼고 있는 그거 그게 내 이름이야”

생각했던 질문들이 Ctrl Alt Delete 되면서 하나에 생각 많이 마음속 백신프로그램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이 녀석과 절대절대 상종을 하지 말아라라고 하지만 이날 이후부터 이 녀석이 오다가다 만나면 인사를 해댔다.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는다는 옛날 어른들의 말을 갈아먹으려고도 했지만 꾸역꾸역 참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동방예의지국에 태어난 죄로다 말이다.

이런 녀석도 비록 동전 장사이기는 해도 밥벌이는 하는데 혼자 밥 벌어 살면서 나와는 맞지 않은 화기애애한 가족들 곁을 떠나고 싶은데 좀처럼 돈을 벌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이 끝에 다다르자 요즘 동네에서 노인들 수면제로 통하는 언니처럼 저런 일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고개를 절레절례 저었다. 성격상 어지간한 일 아니면 사람과 말썪는 것도 싫어하는 내가 사람의 살이 맞대이는 일을 한다는 것은 절대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만난 소설가처럼 나도 소설가나 돼 볼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나 같은 인간이 소설가가 되면 그 소설책은 글루미선데이가 되고 말 거라는 생각에 접었다. 사람들과 최소한으로 부대끼며 돈벌방법을 찾고 싶었다. 안정 적이고 평생동안 했으면 좋겠고 일하는 시간이 들쑥날쑥 안 했으면 하는 그런 일을 찾고 싶었다.

‘임장’ 이 동네에 집을 알아보면서 공인중개사직원들이 ‘임장’을 강조하며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임장이 무엇이길래 저리 진지하게 말할까 하고 궁금해 인터넷으로 찾아 보았다. 무언가는 아니었고 어떤 행동의 말뜻이었다. 사전적 의미로는 ‘현장에 임하다’ 다르게 말하며 흔히들 쓰는 말로 발품을 팔다가 있었다. 무언가를 하려 하지만 막연하고 막막할 때는 멘땅에 헤딩이라도 해야 한다. 그중에 쉽게 헤딩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발품을 파는 게 떠오르는 방법 중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소설가가 소재를 찾듯이 남들은 어떻게 밥 벌어먹고사는지 임장을 아니 걸어보며 둘러보기로 했다. 먼 곳이 아닌 내가 사는 이 동네부터 말이나 이 동네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살았다. 무언가를 알아야 한다면 가장 적합한 장소가 이 동네였다. 타국에 와 막막함 속에서도 밥 벌어먹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을 본다면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다면 뭐라도 깨우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적어도 내가 밥 벌어먹기로 한 곳은 타국은 아니니 더 수월할 거 기 때문이다.

동네를 걸어 다니며 느낀 거지만 이 동네는 생각보다 골목이 너무 많았다. 어떤 생각으로 이곳에 건물을 올렸는지 모르겠지만 하늘 위에서 동네를 내려 보고 싶을 정도로 골목골목 길이 잘 읽히지 않았다. 길을 일을 정도는 아니지만 묘하게 길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근데 더 이상하게 느낀 건 도시계획으로 만들어진 동네가 아니라 지어졌다 무너졌다를 자연스럽게 반복되고 없는 사람들이 모여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곳인데 꼭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동네처럼 느껴졌다. 동네에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 담배꽁초 중학생 남학생들이 SEX라 낙서한 흔적 술 먹고 오줌 싸고 노상방뇨한 흔적 골목어귀어귀마다 관리되지 않아 거미줄이 치렁치렁 쳐져있는 모습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길고양이 들개들 어쩐지 이런 것들이 어쩐지 트루먼쇼 같았다.

처음에는 남들은 어떻게 먹고사나 가 궁금해 외국인들이 골목에 조그마하게 잡화점이나 음식점 여러 가지로 밥 벌어먹는 것을 구경하면서 동네에 대해 다른 곳에 갈 곳 없이 이곳만 관찰해도 되겠다 싶었다. 이곳만 관찰하고 싶은 것은 바뀌지 않았지만 다른 이유로 바뀌었다.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이끼 같은 감정을 가진사람만 알 수 있는 질감이 이 동네에 느껴졌다. 이것에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동네를 걸어 다녔다. 하지만 답답했다. 무언가가 있는데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모르니 아무 이유 없이 무언가를 찾는 것이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답답함이라도 달래 겸 지도를 그리는 그리기 시작했다. 못 그리는 그림을 그려 가며 그림을 그리는데 순간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조금그린 지도그림이지만 인터넷 지도와 확연하게 달랐다. 지도책과 달랐다면 오래된 책이겠거니 하겠지만 인터넷이었다. 업데이트되는 인터넷 지도말이다. 분명 동네를 촬영하는 차를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똑똑히 기억나는 이유는 이런 낙후된 동네까지 찍어가네 라며 신기한 듯 차를 바라본 기억이 있기 때문인다. 혹시나 싶어 인터넷에 뜬 지도 버전을 확인해보았지만 최근 버전이었다.

인터넷에 회사에 문의해보려 전화를 하려 했지만 순간 느낌이 이상했다. 머릿속에 십자가가 그려졌다. 이건 위험신호다. 전화를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왜? 하면 안 되지’ 공룡기업에 인터넷화면까지 바꿀정도면 위험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조심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모른 체 뭘 알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무언가를 알아가기 위해 동네 골목골목을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드믄드믄 들었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지금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인지 계속했다.

무엇보다 이일을 멈출 수 없는 건 물론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동네에 커다란 비밀이 있을 것 같다는 이유도 있지만 유심히 바라보지 않았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유심히 바라보니 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그런 것이 막연함을 느낄 때 다시금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먹고살고 있다는 거였다. 양지에서 음지에서 말이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상상하게 되는 일들도 많았다. 예전에 인터넷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포털사이트에 보여지는 내용들은 인터넷 바다에 빙산에 일각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진말이다. 디지털세상도 그럴 할지인데 실제로 살고 있는 세상은 얼마나 더 큰 그것일지 모를 일이다. 모비딕을 가까이 보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외계인과 신과 귀신 공룡 등등등 상상 속에 무언가 들이 한 대 어울려서 살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상상도 못 하는 존재들과 어울려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믿고 있는 그분들을 늘 부정했지만 이 동네를 관찰하고부터는 어쩌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처럼 평상마루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골똘히 생각하며 오늘은 어떤 곳을 그릴지 골똘히 생각하는데 골목길을 쳐다보는데 병신 같은 걸음으로 자칭 ‘카오스’라는 녀석이 지같은 걸음걸이로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요즘 뭐 하길래 골목여기저기 기웃기웃 거리냐”

“관심 끄시지”

“지도 같은 거 그리냐 인터넷이랑 다르다고 궁금해하고 전화하고 그러지 마라”

“......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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