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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May 29. 2024

1/N로 나눠서 결제하는 것의 장, 단점

n빵에 대하여 

정산과 지출에 대하여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을 만날 때면, 대부분 한쪽이 선 결제를 하고 추후 만남이 마무리된 후에 일괄 정산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오랜 지인들은 대체로 정산을 해주는 사람이 늘 정산 시, 상대방이 조금 더 부담해 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만큼 제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지인이 조금 더 많이 부담한 경우, 다음번 만남에서 제가 조금 더 많이 부담을 하는 식으로 정산을 하거나 무언가를 대접하거나, 선물하려는 식으로 대체하며 지내왔습니다. 


제 주변인들은 모두 이러한 식의 결제 방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이 문화가 익숙했습니다. 너무 10원 단위까지 정확히 나눠서 결제하면, 그 방법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 계산적이라는 기분이 드는 건 아마도 사람이기 때문이겠죠. 다행히 제 주변에는 그렇게 까지 정확한 정산을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내가 조금 더 부담하면, 다음에는 상대가 조금 더 부담하고, 상대가 조금 더 부담하면 그다음에는 내가 조금 더 부담하는 식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지내왔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서로에게 조금 더 무언가를 대접하고 싶을 때는 저녁을 대접하기도 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새롭게 만난 사람들을 만나며,
"아, 이런 결제 방식은 내 주변 사람들만 갖고 있는 문화였구나."라는 걸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는 결제할 때는 새롭게 만난 상대방들은 모두, 정확히 1/n을 하는 정산 방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측에서 뭔가 조금 더 마음을 내서 무언가를 사주려고 하면, 부담스럽다고 했습니다. 선물을 주는 입장에서 조금 서운하기도 했지만 사람마다 경제관념과 지출과 소비에 대한 마인드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들의 마음을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몇 번 더 만나고 보니, 매번 정확한 정산 + 제가 조금 더 무언가를 사주거나 해도 공통 지출 부분에 대한 정산 때는 정확하게 1/n을 하는 것을 보며 조금 헛헛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사고 싶어서 사준 것이었지만, 제가 쓴 부분은 0으로 치부되고, 그 외의 공통 지출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100원까지도 1/n의 정산을 하는 것을 보고 조금 씁쓸했습니다. 이런 분들을 몇 분 더 만나고 나니, "아, 내가 그동안 좋은 사람들만 만나왔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확한 정산. 정말 중요하죠. 저 역시 타인의 금전적인 부분과 경제관념을 존중합니다. 돈 벌기는 상대도 저도 모두가 다 어려운 것은 똑같으니까요. 하지만, 만날 때마다 너무 10원도 틀리지 않고, 정확한 정산. 내가 받는 것은 괜찮지만, 내가 주는 것은 안 되는 방식은 어딘가 조금 이상했습니다. 물론, 주는 사람은 돌려받기 위해 그 사람에게 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감사의 마음 혹은 받고 난 후 공통부분을 결제할 때 많이는 아니더라도 100원 단위까지 정확히 나누는 건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감정을 느끼기에 충분한 행동 같았습니다. 아마도 새로 만난 사람들은 타인에게 조금의 손해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진 분들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는 왜 1/n 정산에 익숙하지 않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주머니가 가벼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 덕분에요. 그렇기에, 제가 뭘 쥐고 있으면 항상 친구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무엇을 나눠주고, 사주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버릇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제 것을 받은 상대방이 기뻐하고, 그 상대방도 나중에 여유로울 때 자신의 마음을 표시해 주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늘 주머니가 두툼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 또한 가벼워서 날아갈 정도였던 적도 있고, 오히려 꽁꽁 말라 붙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조차도 절약하는 것이 아닌, "써야 될 부분은 써야 한다."는 마인드로 지출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가령,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늘 작은 무엇이라도 사려고 하고, 조금 더 부담하려고 하는 식으로 말이죠. 


어떤 이는 경제관념이 없거나, 오히려 자신의 경제 수준을 고려하지 않는 지출 방식이다.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모은다고 그 돈이 평생 주머니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저, 쌓이는 것이 없을 때조차도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면서 그리고,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살면서, 저는 자주 웃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험을 통한 인연에 대한 감사함 


최근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낯선 문화를 접하기도 하고, 그들의 문화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지금껏 만나왔던 인연과 순간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너무 계산적이지 않고, 언제든 상대를 위해 마음을 내줄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왔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앞으로도 계산적이기보다 상대방에게 무엇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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