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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Aug 28. 2024

일을 끝내고 먹는 뜨끈한 밥 한 끼.

나는 전생에 남자였나..


나는 여태 나 스스로 생각하는 모습과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는 걸 자주 경험했다.


예를 들면,

나는 나 자신을 우유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이나 타인은 나에게 "자존감이 높고 자기주장이 확실한 사람이라 좋다."라고 했다.


또 다른 경우에는,

나는 나 자신이 매우 게으르고, 제대로 하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타인은 "왜? 너 ㅇㅇ 잘하잖아. 너 엄청 열심히 살잖아."라고 한다.


가장 괴리가 큰 경우는,

나는 나 자신이 내숭도 없고, 남자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남자가 앞에 있어도 한 번도 내가 아닌 모습으로 조신하게 앉아 있거나, 사투리를 쓰지 않거나, 정제된 단어를 써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남자 포함 동성 친구들은 모두 나를 여성스럽다고 표현한다.


왜 이렇게 내가 생각하는 모습과 남이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이렇게 다른 걸까 싶은데... 그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 이런 괴리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나는 역시 남자 스타일에 가깝다는 것이다.


어제 허리 주사를 맞고 아팠음에도 갑자기 무슨 감정에서인지, 미뤘던 것들을 모두 몰아서 해내고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

눈 뜨자마자 일을 시작해서, 오후 5시 쯤되어서 일을 마무리했다. 그러고, 겨우 먹은 한 끼.


내가 선택한 메뉴는 뜨끈한 국밥이었다.

어찌나 배가 고팠던지 '다진 양념, 파, 젓갈, 고추다진 양념 등등'을 다 넣어서 휘휘 비벼 먹었는데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먹어버렸다.


여자 혼자서 국밥 집에서 초 저녁이 되기 전에 이렇게 국밥을 시원하게 말아먹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않을까?


이렇게 국밥을 먹으며 생각했다.

혼자 시술대에 올라 주사도 맞고,

당일 새벽까지 일하고,

또 다음날 일찍 일어나 사업자 등록하고,

혼자서 밥도 먹고.


혼자서 이렇게 다 하는데,

나는 전생에 남자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남자친구가 없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혼자서 척척 해내는 나를 보며, 오늘은 조금 뿌듯했다.

이게 나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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