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271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아내는 월·목·토 장이 서는 날, 주민 아주머니와 함께 장날에 맞추어 장을 보러 가곤 합니다. 며칠을 지낼 생필품 말고도 과일을 많이 삽니다. 농부들이 직접 장날에 맞추어 따서 나오는 과일은 무엇보다도 싱싱하거니와 가격도 슈퍼마켓의 1/3정도 입니다. 그 과일들을 보면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3, 4개만 사면 다음 장날까지 숙소의 모든 사람들과 나누어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무게입니다. 과일은 무거워서 들고 오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아주머니에게 제안을 합니다. 함께 툭툭(tuk-tuk)을 타자고... 둘 다 짐이 많으니 함께 툭툭을 타면 오히려 수고와 시간을 아끼는 일이라고 설득을 합니다. 그러나 번번이 설득은 실패하고 맙니다.
버스를 고수합니다. 비싸다는 것이죠. 버스비는 1인당 3케찰(550원)이고 툭툭은 2인에 40케찰(7,340원)입니다. 이렇게 아껴 사는 분도 꽃을 사는 것에는 아끼지 않습니다. 장미 몇 송이의 한 다발도 최소 20케찰입니다. 그녀가 꽃을 사는 이유는 다음날 새벽 성당 성모님께 올리기 위해서죠.
안티구아에서 외국인이 느끼는 물가는 상당합니다. 그러나 안티구아 밖의 이웃 마을을 방문하면 이 돈을 받아서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할머니에게 커피를 주문했더니 한 잔에 2케찰이었습니다. 안티구아의 1/10가격입니다.
인력거는 5케찰. 우리를 태워준 분은 팔 하나를 잃은 분이라 오르막을 오를 때 무척 힘들어 보였습니다. 시골 노변의 작은 리어카 하나의 과일과 야채가 모두인 노점 아저씨도 그만큼의 꽃을 함께 팔고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꽃을 사는 것이 식재료를 사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입니다. 이런 것이 이곳 과테말라 서민들의 '평온한' 일상입니다.
#2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각자 최선으로 일하고 주어지는 것으로 각자 가치롭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구매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다시 일터로 나갈 힘을 얻습니다.
지난밤의 '비상계엄'은 이런 소소한 것에 만족하며 평온한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전쟁 같은 충격이었습니다.
오직 정치적 의견이 다른 상대를 초헌법적인 포고령으로 일거에 처단하겠다는 발상은 패거리 집단의 우두머리 정도의 생각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각 분야의 손실은 나라 전체의 경제적 불이익 외에도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한국은 여행 위험국이 되었습니다. 영국과 미국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발령했고 전쟁 중인 이스라엘조차 자국민에게 한국 방문을 재고하도록 경고했습니다. 기가 찰 노릇입니다. 모티프원 블로그로 소통하고 있는 이웃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에선 한국여행을 금했다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ㅠㅠ 먼 타국에서 놀라셨겠어요._by 긍**리
"한국에 대한 긴급 여행 경보를 발령한 국가가 상당수 인 것 같습니다. 계엄 선포 해제 발표 이후에도 잠재적 혼란을 예상해서 여전히 유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의 이미지 손실을 비롯한 경제적 손실은 파악하기 조차 어려울 것 같군요."
-그럼에도 시민들이 몸으로 계엄군을 막는 것 보고, 비록 그동안 정쟁싸움에 민심을 외면했던 국회의원들도 발 빠르게 국회에 모여 비상계엄 해산을 의결해서 가결한 것을 보고 아직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것 같아 희망을 보았습니다. 비폭력으로 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보여준 시민들의 나라입니다. 거기에 걸맞지 않은 대통령이 있을 뿐입니다._by 고**치
"신속하고도 이성적으로 헌법적 절차로 비상계엄을 막아낸 것은 엄청난 소모를 막은 것은 물론 국격을 지켜낸 일이죠. 얼마나 통쾌한지..."
-부끄럽습니다. 이런 대통령이 있는 나라의 국민인 게 어젯밤처럼 부끄러웠던 적은 없습니다. 경악, 공포, 참담, 한탄의 밤이 지났습니다. 저녁에 마신 술이 덜 깨 자살조끼 입고 뛰어들었다 말고는 해석이 안됩니다. 모두 같은 마음으로 밤을 지새우셨으니 이제 편안히 안티구아에서의 시간을 보내시길요~~_by 너**람
"결국은 정당한 분노의 한 분 한 분이 막아내신 거죠. 이번 정권을 통해 얼마나 뼈아픈 공부를 하는지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스테판 에셀 옹이 정정한 육성으로 전했던 <분노하라>로 대신합니다.
스테판 에셀 _<분노하라> INDIGNEZ VOUS!
"나는 여러분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분노의 동기를 갖기 바란다. 이건 소중한 일이다. ...
여러분이 뭔가에 분노한다면, 그때 우리는 힘 있는 투사, 참여하는 투사가 된다.
이럴 때 우리는 역사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며,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우리들 각자의 노력에 힘입어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
이 강물은 더 큰 정의, 더 큰 자유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자유란 제멋대로 누리는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다. 1948년 인권선언이 구체적으로 실천 방안까지 명시한 이 권리는 보편적인 것이다."
'언론의 자유, 언론의 명예, 그리고 국가, 금권, 외세로부터 언론의 독립'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오늘날 바로 이 '언론의 독립'이 위협받고 있다.
인권을 침해하는 주체는 누구를 막론하고 우리의 분노를 촉발해 마땅하다."
인간의 권리에 대해서만큼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_by S***S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계엄사령부에서 내려진 포고령 제1호의 6개항을 읽으면서 신군부시절로 되돌아 간 통한의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국회·정당의 정치활동 금지, 언론·출판을 통제, 시민들의 집회·시위도 금지...
영장 없이 체포해 처단한다는 내용에 경악했습니다.
이에 대한 우리의 평온한 일상을 지켜내는 것은 우리 자신이며 불의에 대해 함께 분노하는 수 밖에요. 모두의 합의된 공분이 기본권을 제한하고 그들의 불의한 목표를 위법한 방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가장 강력한 방어선이 될 것입니다. 지난밤은 그것을 입증하는 밤이기도 해서 우픈 현실 속에서도 큰 위안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늘 정치, 경제적 이유로 외면되는 환경 이슈에 분노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와 동일한 문제일 것입니다."
모티프원에서도 게스트분들과 서재에 모여 비상계엄의 밤을 함께 보냈다고 한다.
"정말 두렵고 놀라웠던 하루입니다. 어젯밤 소식을 듣고 게스트분들과 밤까지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마음을 쓸어내리며 오전 가벼운 아침 식사를 함께 나누고 건강과 안전을 바라며 인사 나누었습니다. 일상이 유지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고 우습게도 그 일상이 얼마나 쉽게 또한 깨질 수 있는지도 느꼈습니다. 이런 일이 2024년에 벌어진다는 것이 정말 놀랍고 슬픈 날이었습니다. 모두의 하루가 안전하게 다시 제자리로 잘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_ by 모티프원 @motif.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