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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가영 Apr 05. 2024

아기를 만날 준비

설렘과 두려움

 임신 35주를 넘어서면서 드디어 만삭 임산부가 되었다. 38주 이후로는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주수라고 많이 걸을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13kg이나 늘어버린 체중에 행동은 점점 둔해지고 발바닥이 아리고 무릎이 쑤셨다. 많이 걷고 싶었지만 5분만 걸어도 무릎에서 뚝뚝 소리가 났다. 최대한 무리 주지 않는 선에서 운동하려고 짐볼을 샀다. 임산부에게 좋은 운동이라 하길래 짐볼 운동을 도전했다.


 밤마다 잦은 배뭉침으로 문득문득 겁이 났다. 갑자기 배가 딱딱해지면서 뭉치는 느낌인데 만삭 임산부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지만 이게 혹시나 출산의 신호인가 싶어서 겁이 나곤 했다. 매일밤 배뭉침과 잔뇨감으로 인해 화장실을 2~3시간에 한 번씩 들락거려야 했다. 당연히 깊은 잠을 잘 수 없었고 결국 불면증을 얻게 되었다. 불면증에 좋다는 상추를 사다 쌈을 싸 먹기 시작했고 표고버섯을 넣고 밥을 지었으며 잠자리에 들기 전 우유를 데워 먹었다. 하지만 나에게 식이요법은 도통 통하지 않는 해결책이었다.


 매일 나가던 가게를 100% 예약제로 체계를 바꾸었다. 신규손님을 더 이상 받지 않았고 기존 손님, 단골손님을 위주로 하루에 한두 명만 받기로 했다. 몸이 힘들어져서라기보다는 혹시 일하다가 배가 아파 올까 봐 무서웠다. 임신초기보다 만삭이 더 조심할게 많았다. 배가 조금이라도 아픈 거 같은 느낌이 들면 겁이 났고 혹시나 이게 진통일까 노심초사했다. 주수가 찰수록 가끔 가진통이 오기도 해서 더욱 두려웠다.


 임신 막바지에 들어서니 다시 또 매주 병원에 가야 했다. 매주 태동검사를 하고 아기가 잘 크고 있는지 확인했다. 막달검사에서 철분과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아기가 주수에 비해 조금 작다는 말을 들었다. 덜컥 겁이 났다. 그날부터 우리 식탁에선 소고기가 빠지지 않았다. 소고기 구이, 소갈비찜, 소고기 미역국, 곰탕등을 열심히 먹었다. 철분제도 처방받아 챙겨 먹었다. 


 신경 쓰고 먹은 덕분인지 그다음 주 검사에서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 엄마가 신경 쓰고 노력을 많이 하셨나 보네요. 철분 단백질 치수는 좋아졌어요. 아기도 많이 자랐네요. 하지만 아직 주수에 비해선 작은 편이라 더 잘 챙겨드세요."


 다행이었다. 초보 엄마는 의사 선생님 말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미루고 미루던 숙제를 할 차례였다. 다들 이걸 빨래지옥이라고 부른다. 아기를 만날 대망의 준비를 하는 것. 아기용품 세척과 각종 천류 세탁, 대청소, 젖병 소독, 포트기 등의 기구 세척. 그야말로 아기를 만날 최종 단계였다.


  세탁은 세탁기 청소부터 시작된다. 업체를 이용한다고도 하던데 우린 세탁기를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유튜브를 틀고선 공부하며 청소했다. 다음은 세탁. 세탁은 세탁기가 해준다. 아기세제를 넣고 아기옷 모드로 돌리기만 하면 된다. 들리던 악명보단 쉬운 듯했다. 세탁이 다 되면 자연건조를 해준다. 건조기에 돌리면 구김이 생겨 손수건이나 천 기저귀 등을 쓰기 힘들다고 했다. 햇볕에 말리는 게 살균소독이 된다고도 했다. 다 마르면 죄다모아 건조기의 먼지 털기 모드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과정을 3번 반복하면 세탁이 끝난다. 다들 3~4번씩 하고 삶고 하던데 난 2번으로 타협했다. 2번도 내겐 고난의 과정이었다.


자동 분유 제조기는 식초물로 소독하고 4시간 방치한 뒤 깨끗한 물 4통을 빼줘야 했다. 젖병 소독기는 깨끗한 거즈로 벽면을 닦고 거치대등은 싰어서 자연건조뒤 건조기에 넣었다.


 젖병은 열탕소독을 해야 했다. 아기용 세제로 씻은 뒤 끓는 물에 제품에 맞는 시간 동안 열탕소독을 한 뒤 젖병건조대에서 자연소독 후 소독기에 넣어 마지막 소독을 한다. 


 아기침대, 아기띠, 기저귀갈이대, 장난감, 모빌등에 붙은 천들은 남편 찬스를 써서 손빨래했다. 카시트와 유모차는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개당 5만 원이었다. 그냥 전체 물품을 업체에 맡길걸 이라고 남편은 얘기했다. 남편은 손빨래 후 이틀 동안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화장실 청소, 아기방 청소를 했다. 거실과 나머지 방들은 남편이 하기로 했다. 


 집안일을 시작으로 아기 만날 최종 준비를 했다. 이제 내 마음만 준비되면 되는데 두근거리는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허리 아프고 무릎이 아프고 몸이 무거워 빨리 지치곤 하는 자신을 보면 빨리 아기가 나와줬으면 했고 출산의 고통을 생각하면 두려웠다.


 임신 막달, 출산예정일이 가까워질수록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축하를 받았다. 선물도 많이 들어왔다. 오랜 친구에게는 평소 내가 감귤주스를 즐겨마시던걸 보고 천혜향 한 박스를 보내줬다. 남편 친구들은 곧 태어날 조카를 위해  돈을 십시일반 모아 줬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육아선배인 친구는 초점책등의 교구를 선물해 줬고 젖병, 배냇저고리, 내복, 모자, 양말 등 아기용품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남편과 내가 잘 살아서가 아니라 다올이가 앞으로 잘 살아야 될 이유였다.


"다올아, 너 벌써부터 이렇게 이모, 삼촌들한테 인기가 많네. 태어나면 엄마아빠뿐 아니라 이모 삼촌들한테도 효도해야겠다. 빨리 커서 재롱부리고 이쁜 짓 많이 해야겠네. 얼른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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