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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회귀 Jun 22. 2021

딱 한마디

하늘이 무너지던 날

밥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다 큰 어른은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사춘기 이후 부모님 앞에서 엉엉 소리 내어 우는  처음인 자식을 보며 위로받아야 하는 부모는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고 애써 담담하다.  '내 하늘이 무너졌다.' 이보다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는 표현은 없다. 정작 무너진 하늘은 소리조차 못 낸다. 지독히 이기적인 자식은 눈물조차 자신밖에 모른다.


하늘이 무너져도 생계형 직장인은 출근을  했다. 매 순간 많은 사람을 대면하고 쉼 없이 말과 행동으로 표현해하는 직장인은 어떤 표정으로 말하고 움직이고 있는지 모른다. 고장 난 뇌는 자기 몸과 표정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며칠이 지나자 조금씩 음식이 목구멍으로 들어가고 심지어  맛있다는 생각이 다. 들리지 않던 동료들의 수다 속에 재미가 느껴진다. '이 상황에 밥이 맛있니?', ' 이 상황에 웃음이 나니?' 어처구니없는 자신을  보며 끊임없는 자학이 영혼을  집어삼킨다. 얼굴은 눈과 입 따로 멋대로 움직이며 괴이한 표정을 짓는다. 


진심으로 함께 울어주고 더없이 따뜻하게 내밀어주는 주변의 위로들도 꽉 차버린 감정 작은 빈틈도 내주지 않는다.


'웃을 수 있어. 웃을 수 있으면 웃어야지. 더 많이 웃어야지 왜 못 웃어.' 애써 일상을 이야기하는 나에게 무심한 듯 덤덤하게 툭 건네진 한 마디. 따뜻한 위로도 포근함도 없는 이 한 마디 '웃을 수 있어.'는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마법 같은 주문이었다.  


웃음이 나면 웃었다. 슬프면 울었다. 아프면 찡그리고 좋으면 신나 했다. 24시간 매 순간 같은 감정만 느낄 수는 없는 거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며 조금씩 표정을 되찾아갔다. 내 슬픔이 깊숙이 스며든 자리에는 타인의 위로가 자리할 공간이 생기고 스멀스멀 가슴속에 온기도 채워졌다.


무너진 하늘에서 구름 한 조각을 붙잡고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어릴 적 구름을 봉지에 넣어서 붙잡으면 하늘을 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아이는 구름은 수증기일 뿐 언젠가는 비가 되어 땅으로 스며들면 끝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내가 붙잡은 구름 한 조각은 영원히 둥둥 하늘에 떠있을 거라 믿는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데 팩트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듣고 싶은 딱 한마디면 된다. 오늘은 오늘만 있으면 된다. 그뿐이다. 나의 구름은 오늘도 나를 둥둥 날 수 있게 해 주니 됐다.




웃을 수 있는 하루살이가 웃고 싶은데 울어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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