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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인생 뭐 없습니다.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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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광쌤 Oct 21. 2023

무한궤도 뜻, 저만 몰랐어요?

feat. (故) 신해철의 노래들

무한궤도(無限軌道): 차바퀴의 둘레에 강판으로 만든 벨트를 걸어 놓은 장치로 지면과의 접촉면이 크므로 험한 길, 비탈길도 갈 수 있다.

'무한궤도'는 탱크, 장갑차, 불도저 등에 사용되는 장치로 캐터필러(caterpillar)라고 불린다. 나에게 '무한궤도'는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로 대상을 수상한 그룹일 뿐이었고 그 의미에 대해서는 암암리에 끝도 없는 세상 정도로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말이다.

무한궤도는 무려 1713년 프랑스 기술자 데르망이 낸 특허에서 출발했다. 이후 기차에 사용하기 위하여 현대식으로 만들어졌고, 급기야 1차 세계대전 중 참호를 돌파하기 위하여 전차로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전차는 무한 변신하여 막강한 추진력과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2개 이상의 바퀴와 그 둘레를 감쌈 벌크 모양의 판으로 구성돼 있는 차량 추진 방식은 무른 땅에서도 가라앉거나 갇히지 않고 무한 질주를 해내기 때문에 여러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전쟁터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곳에서 운반을 위한 기계나 AI 로봇의 발 등으로 개발 중이기도 하다.

그룹 '무한궤도' 역시 1집 발표 이후 해체되기는 했지만 (故) 신해철의 솔로 곡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넥스트의 '날아라 병아리' 그리고 멤버 정석원이 이끄는 '015B'의 '이젠 안녕' 등으로 무한질주를 해왔고, 멤버들이 하나 둘 이 세상을 떠나긴 했지만 명곡들로 영원히 기억될테니 그 의미가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왜 갑자기 '무한궤도' 타령이냐고?

요새 자꾸 영화 <설국 열차>의 43만여 킬로미터의 궤도를 돌고 있는 열차 속 꼬리칸 탑승객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 그 시작점인 것 같다.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만 같은 무한대의 시간을 돌고 돌면서 살아가는 느낌이었달까? 무한궤도는커녕 소형 타이어 하나 없이 두 다리로 애써 뛰어가다 잠시 지쳤고, 끝이 보이지 않는 궤도 속에서 'GG'를 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날아라 병아리'를 들으면 자꾸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치도 못하게 내가 생각하는 무한한 궤도 말고, '무한궤도'라는 용어를 토목, 군사 쪽 사전에서 발견하면서 우울감을 털어낼 수 있었다. '무한궤도'의 한계를 검색하면서 말이다.

[검색] 무한궤도에 한계는 없을까?

- 무거워서 엔진에 부담을 많이 줄 수 있다.
- 고장이 날 경우 타이어처럼 간단한 교체로는 불가능하여 정비반이 출동해야 한다.
- 진흙이 누적되어 낀다거나 부품 하나가 고장 나게 될 경우 멈춰버린다.
- 결정적으로 도로를 파괴해 버린다.

문득 내가 올라타고 있는 이 무한대라는 궤도에서도 살아갈 해법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독한 설원을 비롯하여 무한궤도가 갈 수 없는 길은 많지만 나는 설원을 비롯하여 90도 절벽도 오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지나가던 아들이 엄마는 무거워서 안된다며 콧방귀를 꼈지만 밑에 용암이 들끓거나 티라노 사우르스가 입을 벌리고 있다고 가정하면 악착같이 붙들고 있지 않을까?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있고, 길이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경기(Good Game)를 다시 할 수 있다는 뜻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1988년 대학가요제 마지막 팀으로 출전한 '무한궤도'의 공연 중 1절이 끝난 후 화면에 새겨지는 영상자막이 떠올랐다.

'잃어버린 길을 찾아 떠나는 그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