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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Oct 06. 2022

'무난하다' 좋은 거죠?

반대말은 뭐지?

무난하다 (無難하다)

 :별로 어려움이 없다. 성격 따위가 까다롭지 않고 무던하다.


무난하게 지나간 하루, 좋은 거 맞아? 별로 어려움이 없이 지나갔지만 분명한 것은 특별한 일도 없었다는 것이다. 평생 적응은 어려울 것 같은 대환장 새벽 출근, 언제나 고군분투 역사교사의 하루, 1시간 30분 기절 퇴근버스, 홈 스위트 홈에서의 주부 라이프, 녹다운되지 않는다면 겨우 쓰는 블로그와 브런치... 24시간은 꽉 차 있는 느낌으로 그저 무난하게 흘러간 느낌이다.


'무난하다'라는 단어의 반대말을 찾아보았는데 특별한 것이 나오지는 않았다. 반대말은 어려울 '난(難)'자를 품고 있는 단어이기 때문에 '어렵다'라고 할 수 있지만 왠지 '특별하다', '위대하다', '멋지다', 환상적이다'라는 말도 맞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친구와 삼청동을 걷다가 타로를 본 적이 있다. 나의 사주는 놀랍도록 무난했다. 그래프를 그린다면 굴곡 없는 무난함이라나 뭐라나! 흔들림이 없어 과학이라고 큰소리치는 침대도 아니고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얼마나 특별한 반전이 없었으면 그리 말하셨을까 싶어서이다. 나 스스로가 달라지면 될까 싶어 그 뒤로도 여러 번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지만 돌아보면 내 인생은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았다. 매해 변함없이 나이만 들어갈 뿐 반복되고 또 반복된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물론 영화 <데스티네이션>에서 처럼 우연한 듯 보이지만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충격적이고 소름 끼치는 사고가 없어 매일매일이 감사한 것도 사실이다. 미사일이 떨어지고, 축구 경기를 보다가 폭동이 일어나 큰 사고로 목숨을 잃는 등 거짓말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현실 속에서 맛있게 밥 먹고, 영화를 보다 쪽잠을 자고, 아이에게 잔소리하며 쌓여있는 살림에 한숨짓는 내 평범한 일상에 안도하고 만족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심심했다.

인생 떡상은 아니어도, 너무 퍽퍽하고 칙칙해 보이는 내 피부 같은 하루에  변화로 인한 기대감 에센스 정도는 발라줘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1년 전 블로그를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평소처럼 무지성으로 시작했고, 결과는 무난했다. 아마도 그렇게 블로그를 했으면 지금도 무난했을지도 모르겠다. 저품질 없이 좋은 댓글과 내 글에 대한 만족감 정도로 무난하고 또 무난하게 말이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해서 시작한 블로그이기 때문에 악착같이 방법을 찾고 또 찾아 10개월 걸려서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그 사이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기자단 활동에 <실록>을 함께 읽는 스터디를 하며 줌 강의도 하고 있다. 덕분에 아주 바쁘고 눈이 빙빙 돌아갈 만큼 재미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이 또한 무난해졌다. 상위 탑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내가 쓰는 글에도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지 않고 말이다.


앗! 이제야 알겠다!

아마도 인생은 도전과 변화의 연속이 아니라 도전이 익숙해지면 무난해지고, 무덤덤해지는 것이었다. 나와는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보며 나의 무난한 삶을 무시하며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 있는 그것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소중하게 가꾸고 발전시키는 것 또한 위대한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이미 무난하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괜찮다고 다독거리며 참고 살았던 시간들도 가끔씩은 꺼내보면서 말이다.



[오늘의 행시 소회]


: 무어라! 인생이 무난해서 심심하다고?

 : 난감하네~ 벌써 잊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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