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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Oct 11. 2022

무심하기도 하지!

무심하다(無心하다) : 남의 일에 걱정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다.


"쟤, 왜 저래요?"

"와, 내가 이런 데도?!"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사춘기가 한창인 아이들에게 갑작스레 닥치는 친구들의 '무심함'은  청천벽력과 같다. 서운한 정도가 아니라 세상에 무너질 것 같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내내 울기도 한다.

이제 그런 감정들은 과거 일기장을 적셨던 소녀 감성이 떠올라야 겨우 소환되는 감정 같아 보이지알고 보면 어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눈물을 조금 더 참을 수 있는 정도의 차이 말고는 사무치는 외로움과 한없이 밀려오는 섭섭함에 온몸에 있던 에너지가 쑥 빠져서 방전 상태가 될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아니 어른에게 무심함은 조금 더 묵직한 것 같기도 하다.



무심하다 = 아무런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없다.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섭섭해서, 관심사가 달라져서 무심해지는 반면에 어른들은 사는 게 바빠져서,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혹은 앞만 보고 달려서 사실 감정의 여유가 별로 없다. 그래서 무심해진 줄 모르고 무심해진다. 그리고 더욱 슬픈 것은 온전히 나에게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어 자신에게 가장 무심하다. 그러다 문득 병이 오고, 외로움을 느끼고 아무 일도 아닌 일에 섭섭해져서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 여드름 소녀 시절처럼  일기장에 끄적이며 속마음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감정 따위에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쉽지 않다.


어른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렇다.


젠장... 나이가 몇이더라?

나이가 몇인지에도 무심해져 버린 지금, 나를 제대로 챙기면서 살지 못하여 세상이 대체적으로 무심해져 버린 오늘 자꾸만 가을 하늘이 외롭다. 창밖 몽글몽글 구름마저 섭섭하게 예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타로점을 봐주며 이렇게 조언해주고 있다.


"친한 친구는 결국 진짜 하나면 돼."

"네가 먼저 손 내밀어 봐."

"네가 무심했던 건 아니야?"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정답은 잘도 알고 있지만 나이를 더 먹더라도 변할 것 같지 않고 무심함은 더욱 자잘한 것에서도 느껴질 것 같아 두렵다.


그러니 이제 그만 무심하도록 하자. 무심한 세상은 변하지 않을지라도 내가 먼저 내미는 관심과 쏟아내는 걱정은 언제고 깊은 마음이 될 것이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모두에게도 무심하지 않게 유심히 살펴볼 수 있는 오늘이 되면 좋겠다.




[오늘의 행시 소회]


무 : 무심한 나에게 유심칩을 넣으면

심 : 심쿵 심쿵 다시 보일 거예요. 먼저 주변을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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