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오셨어요." 라는 말은 못배웠냐는 잔소리 대신 모처럼 운동을 결심한 아들에게 저녁 먹고 꼭 걸으러 가자 말했다.
하지만 갑자기 과제 제출을 해야할 시간이 다가와서 운동은 정말 내일부터 가자고 말을 바꾸기에 나도 모르게 오만상을 써진 모양이다. 무안했는지 문을 슬쩍 닫고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에다가 따가운 눈총을 마구 쏴댔고, 잔소리 화수분이 터질 것 같아 쓰레기를 모아 들고, "나 혼자라도 간다 가!" 안해도 될 말을 굳이 해대고는 티가 팍팍나게 문을 닫았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울그락불그락 붉어졌던 내 얼굴과 못생겨진 눈으로 노려봤을 망할 내 얼굴을 생각하니 문득 그랬다.
무안했다.
오자마자 핸드폰만 만지고, 불러도 대답없는 막둥이에게도 잔소리 화수분이 터졌다.
"해야할 일을 하지 않으면, 하고싶은 일도 못한댔지?"
"캄캄한 곳에서 보지 말랬지?"
"공부는 언제 할 건데?"
"주짓수 말고, 수학 학원 가야하는 거 아니야?"
막둥이는 목욕을 하러 들어갔고, 자꾸만 튀어나오는 한숨에 어깨가 꺼질 것만 같았다. 목욕을 하고 나온 막둥이는 사인을 해달라면서 단원평가 문제지를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