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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Oct 18. 2023

무한한 힘이여 솟아라

feat. 영화 노웨어

무한한: (無限한) : 수(數), 양(量), 공간, 시간 따위에 제한이나 한계가 없다.


새벽 출근이라 이 버스를 놓치면 지각인데, 늦잠이라니!

19분이나 늦잠을 자버린 탓에 워킹맘의 아침에는 진돗개 1호가 발령되었다.


그런데...

평소라면 30분도 넘게 걸릴 일들이 휙휙, 확확, 훅훅 해결되는 기적을 경험했다. 축지법, 철권 등 무한한 능력이 생긴 기분이랄까?

휙휙 날아다니며 아이들 아침밥, 체육복을 준비해 놓고, 확확 세수 양치를 마친 후 훅훅 옷을 챙겨 입는 등 수십 가지의 일들을 처리하고도 정류장에는 3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지난밤 막내랑 음쓰를 버리러 가는 길에  '나 혼자 산다'에 나오는 지린 남의 축지법을 따라 해 봤지만 웃음만 나고 무릎만 아팠던 탓에 초능력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사람이 극한의 상황에 놓이면 무한한 능력 혹은 초능력 비슷한 것이 생기는 것 같다.


최근에 본 영화 <노웨어>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기초 자원 해결'을 위해 아이와 임산부를 죽음으로 내모는 정부의 정책 속에서 주인공 미아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끝내 홀로 출산을 하고 아기 노아를 지켜냈다.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아기에게 젖을 물리기 위해서 태반을 먹고, 날생선을 뜯어먹는 '엄마'의 마음은 이해가 되었다. 나약해 보이지만 아기와의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해내는 미아에게서 그 '무한한' 능력을 보았다.


<노웨어>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이에 비하면 한없이 비루해 보이는 나의 아침 무한 능력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생존을 위해 없었던 능력이 생긴 것이니 결은 같다고 우기고 보겠다. 하하.


하지만 모든 상황이 끝나면 다시 나약하고 나이 든 여자로 돌아온다. 무한 능력은커녕 최소로 맞춰져 버린 유한 능력 때문에 와르르 무너져버릴 때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은 없다는 생각에 놓아버리고 싶어 져서이다. <노웨어>의 미아 역시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는 순간에 생사를 알 수 없는 딸과 남편의 환영이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다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아기를 지켜냈다.


엄마의 무한한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웨어> 출처 : 넷플릭스

사실 기적적으로 가끔씩 뿅 하고 나타났다가 사라질 뿐 무한한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는 강하다', '모성애의 무한한 가능성' 등의 말에는 한계가 있다는 가정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단 한번 보여준 능력을 맹신하여 늘 그러리라고 기대해 버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는 엄마가 제아무리 원더우먼, 캡틴 마블이라 할지라도 와르르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날 아침 '모닝 초능력'이 신기하여 쓴 즉흥 시가 있다.




제목 : 워킹.. 맘 헤이는 아침


1초에 분주한 세안과

1초에 폭풍 빗질과

1초에 잡히는 대로 코디와

1초에 욱여넣은 아침과

1초에  애들을 깨우는 어머니, 어머니


19분 30초나 늦잠을 자버린 까닭에

초능력으로 가득 찬 아침은

워킹맘의 헐떡임을 헤아리지는 못하는 듯합니다.




초능력에는 반전 엔딩이 있었다. 버스 창문에 비친 초능력자의 자태는 가히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안경 없음

눈썹 없음

뒷머리 눌렸음

단추 잘못 맴

셔츠 뒤집어서 입음

마스크 접혀서 해괴함


워킹맘의 아침에 초능력은 하나쯤 필요하지만 그냥 서둘렀을 뿐이다. 그러니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말고, 

가끔씩이라도 도움을 청하거나 방법을 찾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족들은 다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갑자기 무너져내리는 초능력자들을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행시 소회]


: 무한한 능력은 있다

: 한계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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