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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네 Jul 10. 2021

삶의 양 vs 삶의 질

나에게로부터 비롯된 행복 - (5)

삶은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할까 잘 사는 것이 중요할까. 즉, 삶은 양일까 질일까? 어떤 사람은 오래 사는 것이 좋다고 여기고 어떤 사람은 수명에 관계없이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역시나 오래 사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오래 사는 것이 능사일까?



     

노인 복지 시설이나 요양원 혹은 불우한 노인들을 돕는 일에 봉사를 해 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나이 들어 살아가는지, 아니면 삶을 애써 연장하고 있을 뿐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젊었을 시절에는 그 활기와 생기가 영원할 것이라 착각하기 마련이다. 노쇠함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몸은 이미 기력이 쇠하였고 자식들이 집을 떠나고 배우자마저 곁을 떠나 홀로 지내는 노인들을 직접 만나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시중에 돈이 없어 돈을 벌려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고, 더 이상 자신을 필요로 하는 데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를 국가에서 주는 기초생활비로 근근이 살아갈 뿐인 삶이 과연 사람다운 삶일 수 있을까. 거기에 큰 질병까지 걸려 하루 종일 침대에만 누워 있으면 사람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봐야 무방하다.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죽지 못해 수명을 연장할 뿐이다.   



   

좋은 삶의 질은 살아가는 데 있어 부족함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머무를 곳이 있고 배고프지 않으면서 때로는 사치도 부릴 수 있는 상태가 바로 좋은 삶의 질이다. 이 이상의 것을 정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일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은 일이 더 많아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국 운에 어느 정도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상일이 자신의 뜻대로 일어나거나 혹은 노력만으로 이루어진다면 가난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아야 하니까.     




일반적으로 우리의 삶의 질은 노년이 되어감에 따라 급격하게 감소한다. 더 이상 소화시킬 능력이 부족해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도, 멀리 놀러 다닐 수도 없다.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우리는 그동안에 할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하지 못하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노쇠해가며 생기는 문제점들은 우리를 불행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뛰어난 정신력으로 마음속에 행복의 기틀을 마련해두지 않는 이상). 아마 노인 우울증 환자가 점차 증가하는 이유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삶의 질이 높은 현대 사회에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젊었을 적에 누렸던 것들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무한정 수명을 늘리는 것이 사람의 염원이지만, 막상 수명을 늘리게 되면 예상과는 다른 뜻밖의 문제에 부딪히게 되고야 만다. 불행에 빠져있는 젊은이보다는 행복한 삶을 산 노인이 더 행복할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축복을 누리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현실이 이런데 과연 오래 사는 일이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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