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키우면서 둘이 참 다르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환절기가 되면서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감기. 둘째는 독감이 지나갔는데도 또 감기가 왔다. 코가 막히고 기침을 하고 이제는 목도 아프다고 한다. 그러면서 꼭 하는 말이 있다.
"엄마 나 병원 가야 해!"
둘째는 병원을 좋아한다. 다행히 약도 좋아한다. 오빠만 감기약을 먹으면 자기 약은 없냐고 물어보기까지 하는 아이다. 등원길에 아이에게 오늘 마치고 병원에 간다고 말을 한 날은 하원할 때 꼭 선생님에게 자랑처럼 얘기한다.
"선생님, 저 오늘 병원 가요!"
병원 가기를 거부하지 않는 아이는 엄마에게는 복이다.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 두 아이가 모두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첫째 아이는 병원을 지독히도 싫어한다.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비염이 감기가 되는 아이다. 그래서인지 병원을 자주 갔고 쓴 약도 많이 받아먹었다. 어릴 때 약을 먹고 알갱이가 잘 안 넘어갔는지 토를 한 적도 있었다. 그런 기억들 때문인지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는데도 병원은 여전히 가기 싫은 곳이다.
어제 둘째의 감기가 심해졌다. 퇴근 시간에 맞춰 방문하기 위해 어플을 통해 시간 계산을 하며 오후 진료를 접수해야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해 접수를 해야 하는 날이면 미리 알람을 맞춰둔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분명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놀래서 들어가 보니 이미 당일 예약 접수는 마감이다.
어쩔 수 없이 병원은 다음날로 미루고 하원을 했는데 아이가 병원에 갈 거라고 들떠있다. 그런 아이에게 접수를 못했다는 슬픈 소식을 전했다. 그 이후 집에 가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아이에게 본인이 얼마나 아픈지, 왜 꼭 병원에 가야 하는지를 수없이 들어야 했다.
"엄마, 나 이제 목도 아파.
엄마 나 기침이 계속 나와.
엄마 코가 막혀서 너무 불편해."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병원에 꼭 가야 한다. 알람을 맞추고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퇴근하고 나서의 나의 일상은 거의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이렇게 병원을 가거나 저녁을 위해 마트를 가거나 미용실을 가거나. 가끔 다른 일정이 있을 땐 남편과 협의를 해서 시간을 낸다. 어떨 땐 아이들이 언제 커서 혼자서 알아서 하려나 하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언젠가 이렇게 알람을 맞춰 접수를 하고 아이를 내가 직접 데리고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겠지. 첫째도 본인이 아픈 걸 참지 못하고 스스로 병원을 찾아가는 날이 오겠지.
그런 날이 오면 편할 것 같으면서도 조금은 시원 섭섭한 마음도 들 것 같다. 아직은 크려면 한참 멀었는데도 한 번씩 미리 내 곁에서 떠나보내 줄 날을 마음속으로 떠올려본다. 키워본 사람들이 다 말하는 것처럼 지금이 행복한 시기이고 행복한 순간일 거다. 아직은 내 곁에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우리 아이들이 있는 이 시간들이.
그래도 이렇게 엄마가 필요한 시기에 엄마인 내가 아이들을 케어해 줄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서 오는 자기 효능감도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더 이상 엄마의 손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들이 올 때 엄마의 상실감이 매우 크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을 최대한 즐기려 노력해야겠다. 하루 종일 엄마를 불러대는 그 목소리들을 귀찮아하지 말고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