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부터 미리미리

by 비비드 드림

날씨는 어느날 갑자기 확 추워지고 또 더워진다.

그렇다고 사계절이 반복된다는 걸,

여름 다음은 가을이라는 걸 모르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나는 항상 날씨가 바뀐 다음에야

부랴부랴 아이들 옷을 사고 있는 걸까.


내 MBTI는 ESFJ다.

그런데 아무래도 대문자 J는 아닌 듯 하다.

올해도 높은 기온이

꽤 오래간다 싶어 아무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항상 봄이나 작년에 입었던 옷을 찾아

서랍과 옷장을 뒤적여본다.

그리고는 급하게 온라인 사이트로

열심히 옷을 주문한다.


아이들은 잠깐의 성장 정체기가 있을 때도 있지만,

갑자기 사이즈가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가 되어버린다.

작년에 입었던 옷들은

어느새 발목에서 댕강거리고 있는 걸 발견하면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아이가 한명일 때는 그나마 나았던 것 같다.

그런데 성별이 다른 두 아이가 각자 열심히 커가고 있다 보니

이제는 환절기 때마다 배로 바쁘다.

남자 아이의 경우는 상의와 하의, 점퍼, 운동화 정도면 되는데

여자 아이는 치마, 바지, 스타킹, 구두, 머리핀 등

왜이렇게 아이템들이 많은건지.




커갈수록 더 큰 난간을 마주하게 되는데

바로 내가 주문한 옷을 입지 않는 경우다.

엄마 아빠 눈에는 너무 이쁜데 왜 싫다고 하는걸까.

옷을 주문하면 대체로 세탁한 후에 입히기 때문에

이미 세탁까지 했는데 입기를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

그 옷은 새 옷임에도 불구하고

활용 가치는 제로가 되버리고 만다.


그래서 이제 첫째 아이의 경우엔 옷을 사기 전에

꼭 아이와 엄마, 아빠가 모두 마음에 드는 옷으로만 산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직접 고르고,

온라인 사이트의 경우 장바구에서 담은걸

최종적으로 같이 보고 주문을 하고 있다.


최근 자주 구매하던 사이트에서 세일을 했다.

그런데 세일 중인걸 확인하고 할인폭이 커서

남편과 나는 신나게 옷을 골라 주문을 했다.

평소엔 주문하기 전에 아이에게 확인을 하는데

이번엔 놓치고 만 것이다.


결국 이번에도 새 옷이지만 입지 않는 옷이 생겨버렸다.

내 부주의를 탓해야지 누굴 탓하겠는가.


내가 볼 땐 아무리 봐도 이쁜데 왜 싫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의 취향.

그래도 존중 해줘야지.

아이도 자기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을 권리가 있으니.

아무리 엄마라고 해도 내맘대로 할 수는 없다.




문득 아이들에겐 항상 다음날 가져갈 준비물도 숙제도

미리미리 챙기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누구에게 할 소릴 하고 있는건지.


오늘도 주문한 옷들을

사이즈 실수로 반품 신청을 하면서

미리 준비하지 못한 스스로를 반성을 해 본다.

keyword
이전 04화먼저 사과하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