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by 안녕 콩코드


한때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 잊히지 않는 사람, 없으면 아쉬운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그런 존재가 되면, 나도 덩달아 의미 있는 사람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인정받고 싶었고, 기억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나를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조율했다. 조금 더 다정하게, 조금 더 유용하게, 때로는 조금 덜 나답게.


하지만 그런 노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마음은 점점 지쳤고, 나는 내 안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어떤 날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 만큼 낯설어졌고, 어떤 날은 왜 이렇게까지 애써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저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그 자리에 남기 위해 계속 나를 깎아내고 있었다. 정작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사람들은 말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우리는 서로 기대며 살아간다고. 그 말은 분명 맞다. 하지만 그 기대가 내 마음의 무게가 되는 순간, 나는 거기서부터 조금씩 멀어지고 싶어졌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나로서 괜찮은 존재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질문이 내 안에 조용히 번져갔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어때서. 꼭 있어야 할 자리가 없더라도, 꼭 불려야 할 이름이 아니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로서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조금씩 나의 자리를 재정비했다. 누군가의 곁이 아닌, 나 자신의 곁으로.


그렇게 멀어지는 일이 있었다. 애써 맺었던 관계, 소중하다고 믿었던 자리에서 내가 한 발 물러났을 때, 세상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아무도 나를 붙잡지 않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엔 그게 서운하고 아팠다. 나 없이도 너무나 잘 돌아가는 세상이 낯설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자 알게 되었다. 나 역시 누군가의 부재 속에서 살아내고 있듯, 세상도 내 부재를 견디는 법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 후로 나는 나를 채우는 일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 앞에서, 나는 나를 필요로 하기로 했다. 내가 나의 첫 번째 친구가 되어주고, 나의 가장 긴 대화를 건네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유용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중심에 있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나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종종 사랑받기 위해 존재하는 듯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사랑은 나를 길들이고, 어떤 인정은 내 방향을 바꾸게 만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물러서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사랑이 정말 나를 위한 것인가. 이 인정이 정말 나를 살게 하는 것인가.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나로서 살아갈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려는 마음에는 외로움이 있다. 혼자라는 감각을 견디기 어려운 마음이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나는 때때로 혼자라는 감각이 밀려오는 밤이면 조용히 내 이름을 불러본다. 꼭 누군가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내가 나를 부르는 이 목소리가 나를 충분히 지탱한다고. 그렇게 하루를 통과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끼려면, 먼저 나에게 내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했다. 그것은 내가 나의 무게를 감당하는 일이었다. 내가 나의 결핍과 허전함을 안고 살아가는 일이었다. 누구의 시선도, 누구의 기대도 없이.


이따금 그런 질문이 다시 올라온다.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정말 혼자서도 괜찮은 걸까. 그럴 때마다 나는 예전의 나를 떠올린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애쓰던 나, 하지만 점점 지쳐가던 나. 그리고 지금의 나. 여전히 서툴고 불완전하지만, 스스로에게 덜 미안한 나. 그 차이가 말해준다. 나는 조금씩 나로 살아가고 있다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도 괜찮다는 말은 결코 사람을 밀어내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을 더 깊고 자유롭게 만드는 말이다. 나는 이제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이, 그 사람을 붙잡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그저 함께 머무는 시간이기를 바란다. 서로를 무게로 느끼기보다, 바람처럼 곁에 흐르는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그 자유 속에서 비로소 진짜 사랑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조금은 알게 되었다.


오늘도 나는 나에게 먼저 말을 건다. 괜찮다고, 고맙다고, 수고했다고. 그리고 그 말이 내 안에 작은 파문을 일으킬 때, 나는 누군가의 필요가 되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음을 느낀다. 내가 나를 지키는 이 시간, 이 고요한 확신이 언젠가 누군가에게도 전해지기를. 아주 조용한 위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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