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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르무 Sep 08. 2021

미워했던 사람을 용서하는 법

아직 모르겠다

지독하게 미워했던 사람이 있다.

인생에서 가장 미워했던 혹은 미워하는 사람을 한 명만 꼽으라면 주저 않고 이 사람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그 미움은 깊이 파고들면,

결국 나를 향한 미움에서 파생된 것이다.

당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했던 내 자신이 미웠다.

물론 그 사람이 객관적으로 잘못한 것이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그 사람의 행동이 내게 상처를 준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상처가 나를 미워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아프게하고 나 스스로를 미워하게 만든 그 사람이 죽도록 미웠다.


피해자인 나를 가해자인 그 사람과 그 지인들은 자초지종은 묻지도 않은 채 그 사람의 말만 믿고 나를 가해자로 몰아붙이며 내게 상처를 주었다.

그 사람의 가족들까지 나를 괴롭혔다.

내 자식이 그럴 애가 아니라고.

직접 찾아와 쌍욕까지 날리며 무조건적으로 날 비난하고 그 사람을 감쌌다.


사람들이 무서워졌고 매일이 지옥이었다.

잠을 못 자서 며칠을 밤새다 쓰러지다시피 잠들곤 했다. 길 가다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러다 탈이 심하게 나서 입원 치료까지 받게 됐다.

그 사람과의 일들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서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도 모두 끊어버렸다.

그 사람도 나름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고 전해 들었는데 그렇게 힘들다고 사람들에게 얘기한다는 것조차도 부러웠다.


시간이 지나고 상처 받고 지쳤던 몸과 마음도 조금씩 회복됐다.

물론 너무 많은 시간과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아직까지도 문득 그때 일들이 떠오르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저리고 몸까지 아파온다.

아직도 나는 친한 사람들 외에는 이 얘기를 하지 못했다.

사건 당시 알고 지낸 사람들은 아직도 그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그게 진실인 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 그 사람의 소식을 접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궁금해진다.


저 사람은 아직도 본인이 피해자라 생각할까.

나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을까.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미안한 마음 정도는 가지지 않을까.


이제는 이 상처를 온전히 털어내고 싶어서 우연히 그 사람과 마주친다면 먼저 말 걸어볼까 상상해보곤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났고 나도 저 사람도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 테니 서로 터놓고 화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그때의 그 사람을 생각하면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데, 괜히 먼저 손 내밀었다가 또 상처 받을 것만 같아 생각을 거둔다.


그러다 그 사람에게서 시선을 돌려 나를 깊이 들여다봤다.

그렇게나 상처 받고 왜 나는 자꾸 나를 후벼 파는 짓을 하려고 할까. 그 일로 상처 받은 나 자신을 스스로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워했으면서, 상처 준 사람에게 대체 뭘 바라는 거지?

그렇게 오랜 시간 나와의 대화를 이어간 끝에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화해가 아닌 사과를 받는 것이었단 걸 깨달았다.

사과받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 나는.

하지만 그 사람은?

그 사람은 내게 조금의 죄의식이 있긴 할까?

어쩌면 그 사람도 그저 미움만 가지고 나와 마찬가지로 내게 사과를 바랄지도 모른다.

.

하지만 상대방의 사과 없이 용서하는 것은 힘들다.

그냥 나 혼자 삭히고 용서하는 게 빠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사과할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 역시 할 짓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도 그냥 그때를 떠올리며 아파하다

잊어보려 애쓰다

용서하려 발버둥 쳐보다

혼자 스스로를 토닥이며 나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그때의 나를 미워하는 나를 먼저 용서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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