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인생을 위하여..
11년 전 북카페를 오픈하기 위해 직장을 다니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났을 무렵 15년 동안 근무했던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친구들이나 주위에서 다들 부러워하는 큰 회사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한번 더 생각해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그 어떤 조언도 내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다. 퇴사를 하고 북카페 오픈 준비를 위해 먼저 경험 삼아 카페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하였다. 그런 뒤 원하던 북카페를 오픈하고 6개월이 지났을 때쯤, 불안과 초조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는데 그 목표를 이루고 나니 가슴 한구석에는 허무함과 더 이상 인생의 무언가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북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표현할 수 없는 불안함에 하루하루를 보냈고 더 이상 북카페 운영이 즐겁지가 않았다. 이 북카페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임대계약이 끝나면 가게를 비어줘야 하는 건 아닌가? 임대료를 더 올려 달라고 하지 않을까? 그다음을 생각하는 것이 고민에 고민의 꼬리를 물다 지쳐 집으로 돌아갔다.
어느 날 카페에 앉아 일기를 쓰다 중학교부터 꿈이었던 '화가'라는 기록을 보며 이것이 나의 제2의 삶이 되겠구나 하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중학교 때부터 미술부였던 내가 가정 형편의 어려움으로 미술을 고등학교 때 놓아야만 했었다. 일기를 보는 순간 이거다! 라며, 내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북카페를 오픈한 지 1년 만에 가게를 내놓았고 나는 바로 미술학원을 등록했다. 이제 더 이상 수입이 없기 때문에 미술 학원을 다니면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그다음은 일반 회사에 계약직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림에 대해 더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미대를 편입했다. 다행히도 다니던 직장의 업무량이 많지 않아 공부하는데 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전공을 졸업하고 또 작가로서의 활동을 위해서는 경제적인 부분도 뒷받침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회사는 계속 다니면서 그림 공부를 계속 이어 왔다. 3년간의 노력으로 졸업을 했고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미 되었지만 작가라고 해서 무조건 수입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작품이 팔려야 하고 그 외 많은 활동을 해야만 수입이 생긴다. 왜 어릴 적 부모님이 화가는 돈이 안 되는 직업이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그래서 결론을 내린 것이 직장을 다니면서 그림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실제로도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급여가 작고 성취감 없는 계약직이지만 나름 편했고 좀 더 시간의 여유가 많아 회사에 계속 다니면서 작가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을 그 무렵..
11년 전에 사직서를 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다시 회사에 재입사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당시 아무런 고민도 없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왕 직장 다니면서 작가 활동을 할 굳은 결심을 했다면 직장도 대기업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연봉의 차이가 사람의 마음 이동이 이렇게 금방 바뀌게 될지는 나 스스로도 놀랬다. 아닌 줄 알았던 나 역시도 자본주의에 물들었다.
11년이란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일까? 업무시스템도 많이 바뀌고 사람들도 많이 바뀌고 어색한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한 달간은 업무를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 긴 공백만큼 습득하는데 시간도 걸리지만 그래도 경력직으로 들어갔고 실수하고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어쩌나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괜히 눈치 보이고 자존심 또한 상했고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혼자 내색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전체가 보이가 시작했다. 역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어딜 가든 적응을 한다는 것이다.
이제 2개월 차 중고 경력직 신입!
앞으로도 위기의 순간은 찾아온다. 하지만, 결코 손을 놓을 수 없는 작가 활동을 위해 그 어떤 위기도 극복 가능하다. 지금껏 많은 여러 가지 일들을 다 해치웠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