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스토리 #2
언제나 인생에 대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는 청소년이라는 시기에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가기도 바쁜데 꿈이 멀어져 가는 현실에 부딪혔을 때 그 불안감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 꿈은 이미 정해졌고 그 꿈을 위해 한 발짝 내딛고 있는데 현실은 그만두어라 한다. 화가라는 꿈을 이루기에는 나의 청소년 시절 형편은 넉넉하지 못했다. 언제나 부족하게 살아야 했고 고생하는 부모님을 보며 내 꿈을 키우기엔 불효를 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붓을 놓고 공부라도 열심히 해서 부모님 말씀 잘 듣는 딸이 되어야 했다. 희망이 없는 ‘두려움’은 늘 내 곁에 있고 항상 방구석에 쪼그려 라디오만 듣던 고등학교 시절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본다는 것은 그 자체가 중요하고 노력을 요하는 창조적인 일인데 보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림은 더 그릴 수 없었다. 옥상에 올라가면 보이던 우리 동네는 더 이상 볼 수 없었고 마음의 문은 더 단단하게 잠겼고, 우울한 고등학교를 보낸 기억밖에 없다. 그림은 또 다른 나의 세계인데 그 세계가 굳게 닫혔다. 쾅!
내 앞에 인생의 모든 문이 닫혔다고 느껴본 적이 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통스러운 한두 번의 사건만 아니라 가는 곳마다 닫혀 있는 그런 좌절, 실패를 경험한 일들이 너무 많다.
이런 경험이라면 굳게 닫힌 문을 보면 답답할 이유가 충분한데 왜 나는 닫힌 문을 보면 알 수 없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까? 그건 닫힌 문 뒤에 나를 숨겨 놓은 것 같아 심리적으로 그 안은 안전하고 아늑한 나만의 공간이 있을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항상, 삶의 경계는 안과 밖이다. 그 경계가 문이며, 늘 안쪽에서 바깥쪽을 바라보지만 나는 안 쪽에 있고 안에 있는 한 밖은 존재한다. 내가 있는 안은 안락한 집일 수도 있고, 자본주의 사회 속일 수도 있다. 늘 어떤 세계 안에 속해 있다. 하지만 삶은 바깥에서 온다. 감당해야 할 현실도 저 바깥 어딘가로부터 두려움이 몰려오고 있다. 그렇기에 안쪽에 있는 나는 언제나 저 바깥과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바깥과 이어진 통로를 통해 속수무책으로 그 삶 또는 현실을 맞이해야 한다. 가끔 삶은 다가오는 바깥으로 인해 안쪽이 무너진다. 세월의 무게와 삶의 고난에 낡고 녹슬어도 어쩔 도리가 없다. 나의 삶이 힘들고 지칠 때는 타인이 나를 몰랐으면 한다. 그래서 굳게 잠겨진 문을 보면 난 항상 안정감이 들고 이유 없이 계속 바라보고 싶어진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한두 개쯤의 꺼내지 못하는 비밀이 있듯이 그 비밀이 힘들고 버거우면 영원히 닫아 버려도 좋다. 억지로 열려고 하지도 말자. 마음만 아플 뿐이다. 꺼내고 싶은 말이 있지만, 이야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어 조용히 접듯이 마음속에 문을 그려 놓고 닫아버리자. 내가 속해 있는 안은 부드러움과 평온, 따뜻함, 안락, 환상의 세계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안정과 평온을 보장하는 것은 언제든지 바깥을 보고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세상과 단절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안과 밖의 경계를 두듯이 나를 보호할 이중의 존재를 만드는 것이다. 단지, 닫힌 문 뒤에는 나를 감싸 안을 수 있는 비밀의 공간을 만들어 마음 편히 쉬고 싶은 것이다. 아직도 현실의 불안 속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단한 삶은 졸업 후 취업을 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여전했다. 집안의 경제적인 책임은 늘 나의 몫이었다. 집안 환경에 벗어나기 위해 언니는 이른 나이에 결혼이라는 걸 선택해 타 지방으로 떠났고, 남동생 대학 등록금과 부모님의 병원비 생활비는 나의 직장 생활에서 벌어온 월급으로 이어 나갔다.
오로지 일만 했던 나에게 위로와 힐링은 언제나 여행과 책이었다. 홀로 해외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쉬는 날은 책을 읽었다.
'여행'이란 단어는 언제 들어도 설레며, 떠나기 전 짐을 챙기고 필요한 안내서나 미리 정리해둔 여행 노트와 카메라까지 준비를 끝내면 떠날 준비 완료!
해외여행은 직장인들에게 힘든 스케줄이지만 매년 맞이하는 명절 연휴인 설날과 추석 그리고 여름휴가를 이용해 여행을 떠났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