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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art k Jul 14. 2024

작가의 시선 5. 나비의 날개

다시쓰는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스토리 #5

오픈빨이라고 했던가? 3개월까지는 매출도 좋았고 혼자서 카페를 운영해 나가기 힘들었지만 힘든지 모르고 일했다. 힘든 만큼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학교 근처다 보니 시험기간에 학생들이 왔다 하면 카페에서 나가지를 않았다. 

오전 10시에 카페에 와서 마감할 때까지 커피 한 잔으로 9시간을 앉아서 시험공부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났고 그런 손님들이 너무 미웠다. 그만큼 테이블 회전이 안 되는 것이다. 나의 북 카페는 3개의 테이블과 벽에 붙어있는 bar 형식의 2인 테이블 하나인 작은 카페이기 때문이다.


금방 채워진 카페 공간을 외부에서 보면 만석이라 잘 되는 카페라 생각하겠지만 좀처럼 나가지 않고 공부하는 학생들로 나의 속만 태우고 있다. 때마침 테이블이 생겨도 일반 손님들이 왔을 때 옆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때문에 편하게 대화를 못해 그냥 가는 손님들도 종종 있었다. 카페를 그만둔 지금의 나는 개인 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오랜 시간 책을 읽는 일은 없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카페 사장님에게 폐를 끼치기 싫었던 것이다. 


이처럼 시험 기간에만 힘들었던 건 아니다. 학교가 방학을 하면 학생들이 오지 않기 때문에 대학생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간간이 오는 동네 사람들과 주말 교회 손님들이 다였다. 설상가상 더 힘든 일이 눈앞에 벌어졌다. 

작은 골목에 위치한 나의 카페 바로 앞에 대형 로스터리 숍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나의 카페 로스팅기의 용량은 최대 500g이라 여러 번 로스팅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바로 앞 카페의 로스팅 기계의 용량은 10kg 이상이었다.  


카페 문을 열고 열 발자국 나서면 바로 경쟁 카페가 눈앞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 더 화가 나는 건 공사를 진행하면서 그 카페 주인 일행들이 나의 카페에 와서 커피를 마시고 회의를 진행하고 가는 것이다. “상도덕이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화가 치밀었지만 말도 못 하고 삼켜야만 했다. 

두 카페 모두 오픈형이라 외부에서 매장 안의 모습들이 훤히 보여서 손님들이 얼마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앞에 카페가 오픈한 이유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상대가 되어야 했고 스트레스는 점점 쌓여갔다.

 

그렇게 원하던 북 카페를 오픈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어지자 불안과 초조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는데 그 목표를 이루고 나니 허무함이 밀려왔다. 더 이상 인생의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북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표현할 수 없는 불안함에 하루하루를 보냈고 더 이상 북 카페 운영이 즐겁지 않았다. 


이 북 카페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바로 앞 카페와는 언제까지 경쟁을 해야 하나? 임대계약이 끝나면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건 아닌가? 임대료를 더 올려 달라고 하지 않을까? 그다음을 생각하는 것이 고민에 고민의 꼬리를 물다 지쳐 집으로 돌아갔다. 

좋아해서 시작한 카페 운영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았고 불투명한 나의 미래를 생각하니 가슴이 조여왔다.





작은 몸에 비해 큰 날개를 가진 나비의 양 날개는 자신이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삶의 무게일까? 내 양어깨는 그러지 못한 것 같다. 항상 이기지 못하고 짊어지고 끙끙거리는 삶의 무게이다. 


나비를 그리면서 들었던 이야기인 것 같다. 자유롭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지낸다고 주위 친구들이 부럽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다. 타인의 시선에서는 나의 삶이 부러울 태지만, 속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목표를 향해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아직도 힘들어하고 있는지 모른다. 타인의 시선에서는 나의 삶도 아름다운 나비의 날개와 같을 것이다. 겉모습은 화려하고 멋지게 보일지라도 나의 양어깨는 나비의 화려한 날개가 아닌 무거운 삶의 무게를 항상 달고 다닌다.모두가 각자 자신의 환경에서 삶의 무게들을 달고 살아가기 때문에 겉모습으로만 보이는 타인의 삶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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