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스토리 #4
요즘 북 카페에는 도서관에 볼 수 없는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나열되어 있다. 특히 예술과 관련 책들이 다양하게 있다. 그런 책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책을 손에 들고 있다.
특히, 아티스트의 작품들이 담긴 책의 가격은 일반 책들보다 비싸더라도 구하기 힘든 책이라면 사고 본다. 이런 북 카페나 책방들은 특별하게 인테리어 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 공간은 아름답고 멋지게 보인다. 이런 공간은 몇 시간이라도 앉아 있을 수 있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여행을 다니고 전시를 보고 북 카페를 방문하며 몇 년의 세월이 흐르자 깨 달았다. ‘아 이런 공간에서 내가 위로를 받고 힐링하고 사색을 하는구나!’ 그럼 나도 이 공간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국민 내일 배움 카드를 발급받아 바리스타 실습과 함께 자격증을 취득했다. 로스팅 과정은 물론 카페 메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과 제빵 기술도 한 달간 배워 나갔다. 이 모든 과정은 1년이란 시간을 투자하였다.
여러 카페를 돌아다니며 커피 맛을 보고 카페 메뉴 소스는 어떤 브랜드를 사용하는지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 쇼케이스 등 어느 회사 제품인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매장에서 사용하는 커피잔과 음료수잔 외에도 부자재 등을 눈여겨보는 버릇이 생겼다. 마치 전시 관람 시 작품을 감상하면서 전체적인 느낌뿐만 아니라 작품 앞에 가까이에 다가가 이 작가는 어떤 기법을 사용했는지, 재료와 질감들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디테일하게 살펴보듯이 카페 안의 모든 것을 보았던 것이다.
또 하나 신경 쓴 부분은 경험 없이 무조건 북 카페를 오픈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현장에서 경험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서 실제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고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친구들이나 주위에서 다들 부러워하는 큰 회사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그 어떤 조언도 내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북 카페를 오픈할 만한 가게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아는 동생의 추천을 받아 가게를 인수받았다. 기존에도 카페를 운영했던 공간이라 조금 더 나만의 취향대로 인테리어를 진행했고 집에 있는 수많은 책과 관련 소품으로 카페를 가득 채웠다.
모든 오픈 준비를 끝내고 사업자등록증 신청을 위해 세무서에 방문하여 서류를 작성하고 직원에게 여러 가지 설명을 들을 때만큼의 두근거림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마냥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자등록 신청뿐만 아니라 정화조, 위생교육, 간판 크기 제한 등 여러 가지 등록 및 신고 접수가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오픈을 하였다.
북 카페는 대학교와 원룸촌이 모여 있는 골목길이었고, 카페 운영시간은 오전 10시 오픈을 하고 오후 10시에 퇴근하였다. 특히, 대학교가 근처에 있어 대학생 손님들이 대부분이고 그 주위 교회나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카페 오픈을 하면 좋아하는 음악을 켜고 에스프레소를 먼저 내린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두 줄의 황금빛 색을 가진 커피가 데미타세잔 속으로 담긴다. 한 잔은 버리고 두 번째 잔은 한 모금의 맛을 음미하고 버린다. 그리고 세 번째 잔을 다시 내려 맛을 음미하고 샷을 하나 더 준비해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준비한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첫 손님은 언제나 부산대학교 학생이다. 학교 수업 가는 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 들고 간다. 단골손님이 되겠다는 의지는 커피 쿠폰에 담겨 있다. 첫 손님이 쿠폰을 받아 가면 기분이 좋다. 며칠 뒤에 또다시 카페를 찾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침과 점심 사이에 내가 먹을 브런치를 준비한다. 평소 자주 만들어 먹는 메뉴는 고소한 버터에 노릇하게 구운 토스트나 꾸덕꾸덕한 크림치즈를 잔뜩 바른 베이글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카페에 또 한무리의 단골손님들이 찾아온다. 바로 대학교 교수님 들이다. 항상 점심을 드시고 나의 카페에 와서 오늘의 핸드 드립 커피 3잔을 주문한다. 교수님들이 드립 커피가 다른 카페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지만 커피 맛도 좋다며 매일 오신다. 커피가 맛있다는 소리를 들을 때 카페를 오픈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감사한 마음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교수님들에게 직접 구운 쿠키를 서비스로 드리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영업 마감 1시간 전에는 다음 주에 사용할 생두를 로스팅 한다. 이때 나오는 커피향은 하루 종일 힘들었던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어 로스팅 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주말은 언제나 마음 편하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여유롭게 브런치를 준비한다. 주말 브런치는 무조건 커피와 토스트, 샐러드 그리고 계란 프라이가 진리다. 평일 아침에 할 수 없는 것들을 주말 늦은 오전에 맘껏 멋 부린다.
예쁘게 플레이팅을 하고 맛있게 먹는 브런치는 나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다. 음악을 들으며 고소한 버터 향이 나는 토스트에 커피 한 잔이 행복이다. 이렇게 잠시나마 함께 한 행복에 그 힘들었던 일주일을 버티는 것 같다.
브런치는 일반적으로 서구권에서 아침식사 메뉴와 점심으로 먹는 메뉴가 혼합되어 있다. 'Breakfast'와 'Lunch'를 합성해서 만든 영어 단어이다. 브런치를 흔히들 신조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1896년 옥스퍼드 사전에 처음 등장했을 정도로 꽤 오래전 만들어졌다.
어원은 주일 아침에 미사를 드린 후 조금 일찍 점심을 먹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늦잠 자고 일어나 배가 고프니 점심 전에 먹는 것이며,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제때 끼니를 해결하기 귀찮아하며 직장인들의 주말 식생활로 바뀌었다. 또한 지금은 단순히 식사라는 의미에서 벗어나 지인들과 점심시간을 활용해 사교적인 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침'겸'점심'을 줄여 '아점'이라는 단어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토요일 아침 10시~11시에 먹는 메뉴에 따라 ‘아점' 또는 '브런치'라는 단어를 골라 선택한다. 늦은 오전에 한식이나 라면, 자장면을 먹는다면 '아점'이라고 표현하고 '브런치'로는 표현하지 않는다.
집에서 늦은 아침을 먹더라도 빵과 샐러드 그리고 커피 등의 음료를 차려놓고 먹거나 브런치 카페에 가서 먹는다면 '브런치'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단어 선택이 달라지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영화나 TV 속 드라마 그리고 SNS 등에서 과시용으로 브런치 사진을 올리거나 먹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점'과 '브런치'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나타나게 된 것으로 추정한다.
사실 브런치는 미국에서 바쁜 직장인들이 끼니를 빨리 해결하기 위한 것임에 비해 한국에서는 허세스럽게 과시욕으로 사진을 찍고 자랑하는 것이 대다수이다. 정말로 바쁜 한국 직장인들은 브런치를 즐기지 못한다. 편의점에 파는 김밥이나 샌드위치, 컵라면으로 해결하기 바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