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스토리 #3
나의 여행 원칙에는 3가지 룰이 있다. 첫 번째 카메라, 두 번째 동행자 유무, 세 번째는 여유이다.
첫 번째, 지금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기능이 DSLR 카메라 기능과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핸드폰만 들고 다녀도 충분하지만 필름 카메라만큼 개성과 감성이 있는 결과물은 나오지 않는다.
특히 내가 가지고 있는 수동 필름 카메라의 결과물은 빈티지하면서도 감성이 묻어 있다. 선명한 고화질은 아니지만 필름이 갖고 있는 매력만으로도 충분하고 인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림의 시간도 설레며 의도치 않았지만 나름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 때 그 기분도 정말 좋다.
사진 속은 사람 한 명 없는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는 풍경 사진이지만 그 쓸쓸함과 조용함이 그대로 묻어 나와서 좋고 그것을 또한 그림으로 풀어내는 과정 또한 즐겁다.
두 번째, 혼자 떠나는 여행과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을 정확히 구분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내가 원하는 여행은 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며, 힐링과 배움의 목적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국내든 해외든 어디를 가더라도 박물관, 미술관, 서점, 카페 그리고 멋진 자연 풍경을 보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동행자가 있는 경우 취향이 맞지 않는다면 즐겁게 여행을 할 수가 없다.
특히, 서점을 좋아하고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동행자를 배려해 대충 보고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여행을 하더라도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해외여행일수록 시간이 부족하니 보고 싶은 모두를 다 둘려 보려는 욕심에 무리해서 스케줄을 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보고 싶은 장소를 몇 개 선택하여 여유롭게 구경을 한다. 걷다가 분위기 좋은 카페를 발견한다면 그곳에 앉아 커피 한 잔에 책도 읽고 주변 풍경도 함께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또 경치 좋은 풍경을 만나 그곳에서 오랜 시간 앉아 있을 수도 있다.
이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혼자 떠나는 여행이 나에게 딱이다. 또한, 오랜 여행으로 외로울 수도 있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여행객들과 잠깐의 대화로 외로움을 덜어내면 된다.
걸을 때 무언가를 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머릿속은 항상 바빴다. 니체는 "진정으로 위대한 생각은 모두 걷기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잠시 잊기도 하고 또 무엇인가 얻어 가는 것, 이것이 여행의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여행이 나의 육체적 힐링과 위로를 줬다면 책은 심적 안정 그리고 배움, 가르침을 선물해 주었다.
미술관 박물관 외 여행을 하면서 좋아했던 공간은 여행지에 책이 함께 있는 북 카페를 찾아다녔던 것 같다. 카페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책 냄새가 먼저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 카페가 있는 반면, 커피 향이 먼저 내 기분을 흔들어 놓은 카페가 있다.
우리가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어떤 위정자가 독재자였고, 누가 민주적인 통치자였는지 한 칼에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우리 역사에서 광해군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가장 손쉬운 독재자 판별법이 있다. 책을 불태운 자가 독재자다. 네로, 진시황, 아돌프 히틀러와 같이 책을 불태운 사람들을 독재자라고 부르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책을 불사르는 사람이 빼앗고 없애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상상력, 꿈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다. 또한 ‘남과 다른 생각’이며, 남의 말이나 남의 생각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려는 의지’다. 그렇다. 책을 읽는 일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일이며, 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공임을 우리 스스로 깨닫는 일이다. 그것은 때로 귀찮고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하고 스스로의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러므로, 더욱, 인간으로 태어난 지고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일이다. 책 읽기는 때로 어렵다. 그래도 나는 읽는다.
---「그래도 나는 읽는다」 중에서
서점에 방문하여 책 냄새를 맡으며 책을 구입했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한다. 각종 할인과 이벤트, 포인트 등으로 조금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이다.
또한 매년 연말에 1년 동안 구입했던 총금액과 장르별로 취합하여 나의 독서 성향 등을 파악하여 알려주니 재미있기도 하다.
그러나 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시간이 날 때마다 서점은 자주 가는 편이다. 주제별로 나눠져 있는 공간에 책을 찾아보며 읽는 시간과 그 공간이 좋아서이다.
요즘은 이북 리더기를 통해 책을 읽는다. 지하철, 버스 이동 시 그리고 여행 갈 때 가벼워 휴대하기 좋은 장점이 있다. 때때로 읽고 싶은 책들이 무거워서 전자책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를 제외하고는 종이책을 선호한다.
전자책에서 느낄 수 없는 종이책의 따뜻함이 있다. 아무리 따뜻하고 감성적인 책이라도 전자책으로 읽으면 그만의 매력을 느낄 수 없고 어딘가 모르게 차갑게 느껴진다.
책을 구입하면 먼저 첫 페이지에 내가 구입한 연도와 날짜를 쓰고 사인을 한다. 이런 습관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하는 나의 습관이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밑줄 긋기, 모르는 단어는 찾아서 책에 기록을 하고, 잊을 수 없는 책은 북마크를 꽂아두고, 그 외 형형색색 종이 인덱스를 붙여 쌓이면 책 한 권을 다 읽게 된다.
이렇게 책꽂이에 꽂아둔 책은 몇 달, 몇 년이 지나 다시 그 책을 집었을 때 그 흔적들을 찾아가며 다시 읽고 생각한다. 그때 밑줄 긋기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금은 또 어떤 생각으로 바뀌었는지 그대로인지 알 수가 있다.
가끔 예전에 읽은 책을 꺼내 펼쳤을 때, 그 속에 메모지를 발견하여 읽거나 공연 티켓이나 엽서 등을 찾을 때가 있다. 그때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누구와 만났으며 어디를 다녔는지 그 흔적을 찾아 머릿속이 활발해진다. 마치 지난 일기장을 읽어 보는 듯하다.
전자책 판매가 증가하고 종이책의 위기라고 하지만, 결코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아직까지는 시장에 없는 전자책들이 많이 있다.
전자책의 편리성과 종이책의 깊이를 놓고 봤을 때 서로 경쟁이 아닌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 할 수 있다.
가격과 편리함으로 다가온 전자책과 아날로그적 감성과 깊이감을 느낄 수 있는 종이책, 서로 다른 매력이 있지만 공통점은 모두 책을 읽는다는 그 ‘가치'인 것이다.
읽다 보면 책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 그렇게 연결고리를 타고 읽은 책들이 한두 권이 아니다.
'손으로 책을 넘기며 읽는 그 감성'을 잊을 수 없으며 인간의 감각을 여러 형태로 자극해 준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종이책이 좋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