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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라 Oct 30. 2022

국립 암센터 입원 준비

수술 전 주의사항, 입원 준비물 팁, PCR 검사

암 진단을 받으면 치료 방향 대부분은 주치의 샘이 결정하지만, '환자 본인'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고민해야 한다. 무엇이 더 나에게 최선의 방법인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을지 카푸치노를 먹을지, 새로 나온 프라푸치노를 먹을지. 케이크는 티라미수로 할지 초콜릿 케이크로 할지. 이런 것도 결정하려면 꽤나 신중해지는데, 죽고 사는 문제를 결정하려니 환자들은 몸뿐 아니라 머리도 아프다.      


나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왔다. 예정대로 4월 11일에 수술을 받을 건지, 아니면 26일에 나오는 브라카 검사(유전자 변이 검사) 결과를 들은 후, 다시 수술 날짜를 잡을 건지.     

 

두 가지 옵션이 생긴 이유는 브라카 검사 결과에 따라 수술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11일에 수술했다가 26일 브라카 검사에서 유전자 변이가 나오면 추가 수술이 불가피하다. 부분 절제했던 가슴까지 다 '전 절제' 해야 할 것이고(안젤리나 졸리 따라가나요.ㅠㅠ) 경우에 따라 난소 제거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할 수 있고'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추가 수술에 대한 두려움은 없지만, 지금부터 3주 이상 '또' 수술을 기다려야 한다. 이 기다림 역시 생각보다 힘들고 두렵다.     


잠시 고민하다 처음 계획대로 11일에 수술하기로 했다.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건 하루빨리 내 몸에서 암세포를 지우는 것이다. 이 자식을 몸에 품고 하루하루 불안해하며 사는 게 싫다.      


게다가 26일 브라카 검사 결과에서 변이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냥 두 주를 염려와 걱정으로 흘려보낸 셈이다. 가족이나 친척 중 암 환자가 많았다면 좀 더 신중히 생각했겠지만, 왠지 내 암은 유전과 관련이 없을 것 같았다. 막연히 괜찮겠지 하는 희망적인 생각이 위험하다는 건 경험으로 알고 있지만, 이 녀석을 빨리 내보내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더는 미룰 수 없었다.      


11일에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자, 간호사 선생님이 '수술 전 안내 사항'을 설명하셨다.      


1. 입원기간     

3박 4일에서 6박 7일(재건술 하는 경우 입원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음)     

2. 입원 시 준비물     

 개인 세면도구 및 실내화, 컵, 샴푸, 휴지 등(대부분 지하 1층 편의점에서 판매함)     

3. 주의사항      

-아스피린이나 혈소판 작용 억제제 등은 수술 1주일 전부터 복용 중지(출혈을 조장할 수 있음)      

-양파즙, 마늘즙, 인삼, 홍삼 등 건강보조식품 섭취 금지(독성간염, 혈소판 감소증 유발     

-젤 네일 미리 제거     

-고혈압, 당죠, 천식약 복용하는 사람은 복용하고 있는 약과 처방전 가져오기(복용 약 10일 치 준비)           

     


1번과 3번은 일반적인 내용이라 딱히 궁금한 게 없지만, 2번 입원 시 준비물은 안내된 목록 이외에 더 필요한 게 있을 것 같았다. 내 경우 수술 후에 두 팔을 모두 쓰기 어렵기 때문에, 유방암 카페 조언+내 상황(양쪽 팔 수술)을 잘 버무려 필요한 목록을 작성했다.      


<입원 준비물>     

*효자손- 물건 끌어당길 때 유용. 안 가져갔다가 5cm만 뻗으면 닿을 휴지를 잡지 못해 눈물 흘림.      

*줄 긴 멀티탭- 수술하고 나면 팔 움직이는 게 불편하므로 이리저리 끌 수 있는 긴 멀티탭이 유용     

*수면 양말- 양쪽 팔이 아프니 일반 양말 당겨 신는 것도 힘듦. 부드러운 수면 양말이 신고 벗기 편함.     

*휴대폰 거치대- 팔 움직이기 힘들 때 & 누워서 휴대폰 볼 때.     

*앞에 지퍼나 단추가 달린 넉넉한 사이즈의 옷- 두 팔이 생각보다 위로 안 올라감. 지퍼로 쉽게 여닫을 수 있는 있는 넉넉한  옷 추천.     

*개인 담요- 여러 모양으로 구겨서 베개나 아이패드 거치대로 변형 가능, 애착 이불 기능이 있어 불안한 병실 생활 속 심신의 안정을 줌. 병원 이불은 두껍고 무거움.       

*일회용 순면 팬티- 매우 추천! 빨아 쓸 필요 없이 입고 버리면 됨. 천이 생각보다 좋음.(한 번 입고 버리기 아까울 정도) 보통 해외여행 갈 때 많이 사 입는 듯.(나도 해외여행 가고 싶다 ㅠㅠ) 팬티 라이너는 촉감이 별로고 질염을 유발할 때가 있어 제외.      

*빨대- 실리콘 캡이 달린 빨대를 많이 추천(다이소에 있음). 나는 일회용 빨대 몇 개로 충분했음.      

*비데용 물티슈와 그냥 물티슈: 수술 후 샤워하기 어려움.       

*일회용 접시, 포크- 간식 먹는다면 필요     

*핸드폰 충전기     

*귀마개, 안대- 1인실이 아니면 들락날락 거리는 환자들과 소음, 불빛으로 잠을 설칠 수 있음.     

     

<편도 약한 사람들이 챙기면 좋은 준비물>     

*머플러- 두르고 있으면 목도 보호되고 체온도 유지돼서 유용.     

*텀블러&티- 마취하면 목에 삽관을 하니, 수술만 하고 나면 목이 심하게 아픔. 이때 따듯한 차를 자주 마시면 통증이 완화됨.     

*가습 마스크- 목이 건조하고 불편할 때 쓰고 자면 좋음.       

위 <입원 준비물>은 수술하고 나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작성한 목록이다.      


PCR 검사를 위해 국립 암센터에 갔다. 병원에 입원하려면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선별 진료소는 사람이 너무 많기에 검사비 4천 원을 내더라도 병원에서 받기로 했다.      


토요일 오전 암센터는 매우 한가했다. 간호사 선생님 한 분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월요일에 있을 수술 때문에 PCR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하자, 오늘 받아야 소용이 없다고 한다. 월요일에 다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분명 입원 안내문에  <9일(토) PCR 검사 →10일(일) 병원 입원 → 11일(월) 수술>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나를 '환자'가 아닌 '보호자'로 착각한 것. 월요일에 환자 수술받으면, 그때 PCR 검사받고 면회하라는 말이었다. 하긴 암센터에서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호자'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부축해서 진료도 다니고 입원 수속도 하는. 잠시 마음 한 구석이 아릿했다.        


복도 으슥한 곳으로 끌려가(?) 고개를 하늘 높이 치켜올리자, 간호사님이 면봉을 콧구멍에 넣고 능숙하게 스윽스윽 돌린다. 처음 받는 PCR 검사가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콧구멍에 파스 약간 바른 느낌.      


검사를 끝내고 집에 오니 암센터에서 톡이 왔다.      

수술 이틀 전인데도 입원 확정은 아니라고 한다. 


읽고 나니 속이 메슥거렸다. 짐이나 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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