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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라 Oct 30. 2022

수술 전 정밀 검사

혈액, 소변, 유방초음파 검사를 받다

오늘은 혈액, 소변 , 유방 초음파 검사가 예약되어 있다. 혈액은 피만 뽑으면 되는 간단한 검사지만 무려 '12시간' 동안 금식을 해야 하는 슬픈 검사다. 소변은 뭐 조준만 잘해서 제출하면 끝. 


그리고 마지막 검사. 유방 초음파.     


침대에 누워 담당 샘을 기다렸다. 침이 꼴깍 넘어간다. 차가운 젤이 가슴 위로 뿌려지니 마음이 서늘하다. 나의 유방암을 처음 발견해 준 고맙고도 무서운 유방 초음파.

      

의사 선생님이 세밀하게 구석구석 살피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 왼쪽 가슴이 늘 따끔거리는데요. 왼쪽 좀 자세히 봐주세요."     


초음파도 사람이 하는 지라 혹여 놓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니 의심되는 구석이 있으면 꼭 선생님께 꼭 말하라는 지인의 조언이 있었다.      


말없이 양쪽을 꼼꼼히 훑던 선생님이 검사가 끝나자 딱 한 마디 하신다.      


"초음파 상에선 잘 안 잡히는데 mri 검사에서는 왼쪽에도 안 좋은 것들이 발견되었어요. 자세한 건 외래 때 주치의 샘이 알려주실 거예요."      


쿠궁!


안 좋은 것. 안 좋은 것들이라. 역시 왼쪽 통증이 가벼운 게 아니었구나. 이번엔 뭘까. 여기도 암일까. 아니면 암 전 단계? 아니지, 그냥 단순 혹일 수도. 유방암 카페 가면 'mri에서 의심스러운 것들이 있었다고 했지만 그냥 단순 혹이었어요.'라는 글이 꽤 많잖아.      


하지만 만약 왼쪽도 암이라면, 


어. 떡. 하. 지???     


어떡하긴 뭘. 암이면 뭐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나? Nope!! 아무것도 없다. 수술 전이지만 암 진단 이후 내 몸은 이미 수술대 위에 올라가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때그때 검사 결과에 따라 의사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몸을 내맡길 수밖에 없는.  여기에 나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그걸 인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눈앞에 수풀만 헤치며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거다. 벌써 이 길의 끝을 보려고 하지 마라. 불가능하다.     

12시간 금식으로 배가 고파 그런가 우울의 땅굴을 포클레인으로 파기 시작했다. 이럴 땐 배를 든든히 채워줘야지.  


다행히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있지 않은 가. 집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배달의**을 주문하는 것!!      


오늘은 추어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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