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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많은얼룩말 May 09. 2024

나무를 찍기로 했다, 나무를 심을 순 없으니까

행복과 우울이 공존하는 구간에서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나는 현재 행복과 우울이 공존하는 구간 어딘가에 있다.


어젯밤 내 옆에 누워있는 남편에게 조이의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며 한참을 떠들었다. 조이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는지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한참 조이 이야기만 한 것 같아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하자고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남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곧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그대로 흘려버렸다. 남편 옷에다 말이다.


남편에게 말했다. 

“나는 분명 행복한데, 마음 한구석에 우울이 있어.”


어쩐지, 계속 하늘이 보고 싶다 했다. 나무를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틈만 나면 나무를 담은 하늘 사진을 찍었다.



한 달 전즈음, 남편과 산책을 하며 이렇게 말을 했다.


“나, 새로운 취미가 생긴 것 같아. 나무 사진을 찍는 거야. 그런데 내가 나무한테 말이라도 걸게 된다면, 그땐 병원에 가야 할지도 몰라.” 


제발 그것만은 안된다며, 둘이서 얼마나 낄낄거리며 웃었는데. 지금은 그 말이 웃기지만은 않다.


오늘도 남편과 산책을 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외쳤다.


“나 지금 당장 글을 쓰고 싶어.”


남편은 그렇게 하자고 했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된다고 했다.


분명 행복만 느끼던 그 시기에는 글을 쓰고 싶었으나 쓸 수 없었다.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것 같아 손에 잡히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구름을 뚫고 하강하고 하강하고 하강하여 땅 위에 발을 디뎠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나의 마음을 어르고 달래며 ‘네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마음은 “숨을 쉬어야겠으니 글을 쓰자”라고 했다.


해야 할 일들을 하느라 하고 싶었던 일은 뒷전으로 미루던 나를 위해. 내 손에 잡히는 것이 지푸라기일지라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고 이제야 글을 써본다.


오랜만에 두근거리는 마음이 들었다. 발길을 돌려 집으로 가던 길에 나는 또 나무를 찍었다.

“그래서 난 계속 나무를 찍을 거야.”


그러자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 당신이 나무를 심을 순 없으니까.”




휴대폰 카메라로 나무를 찍으면서 나는 내 마음에 나무를 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그루 한그루 심어 숲을 만들고 싶었나 보다.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돌보며 내 마음속 나무로 집도 짓고 장작도 패느라 허허벌판이 되어버린 내 마음을 위해.


오늘 내가 마음에 심은 나무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까지.


앞으로 쓰는 글은 아마 나와 남편과 우리를 닮은 조이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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