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전업주부의 길을 선택한 한 새댁이 거실 소파에 누워 창밖에 떠다니는 구름을 보며 한껏 풀이 죽어있던 날이었다.
그 새댁은 당연히 나였고, 풀이 죽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구름보다 내가 하는 일이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정말 아직까지도 난 그날의 장면과 그때의 기분이 생생히 기억난다.
2021년 8월의 어느 날. 그때도 어김없이 하늘을 찍고 있었다.
빈틈없이 살던 삶을 정리하고 주부가 직업인 삶을 시작했을 그땐, 가만히 있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물론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여백이 많아진 일상을 도통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 시절엔 노는 것조차 어려웠다. 아니, 어렵다 못해 마음이 굉장히 불편했더랬다.
어찌 되었든, 그날 아내의 상태를 민감하게 알아차리지 못했던 남편은 그날의 비행이 어떠했는지 상세히도 설명하다가 아내의 눈에서 물이 떨어지는 광경을 목도해야만 했다. 하고많은 이야기들 중 하필 하늘을 나는 이야기라니! 하늘을 나는 구름보다 남편이 더 얄궂었다지.
남편은 하늘을 나는 군인이다. 조종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는지 그 과정을 지켜본 나는 지금 남편이 조종사로서 일하고 있음에 참 감사하다. 더군다나 햇수가 더해지니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렇기 때문에 출근할 날을 내심 기다리고 있는 남편의 마음이 육아로부터의 도피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던 지난날들의 나에게도 그런 마음이 들었다.
나도 안다. 남편도 자신의 일을 하러 출근을 하지만 그 어깨엔 아내와 딸을 향한 책임이 얹어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육아도 지금 내가 해야 하는, 나의 일인 것을 말이다.
이걸 모른다고 우울해지는 것도, 또 안다고 안 우울해지는 것도 아니다. 거창하진 않았지만 나름의 멋진 포부로 시작한 이 일이 매일 낯설어서 그랬다. 아무리 육아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공부를 한다 해도, '무슨 일을 이렇게 맨땅에 헤딩으로 하나' 싶은 기분이 매일 들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육아를 인턴십 프로그램 하나 거치지 않고 시작해 1년이 넘도록 온몸과 정신으로 부딪혀 배우며 하고 있기에 그랬다.
우리 눈앞에서 꼬물거리던 조이가 태어난 지 484일이 되었다. 내가 엄마가 된 날수도 그와 같다. 집밖으로 막 나오기 시작한 조이를 볼 때면 '처음 보는 이 세상이 얼마나 신기할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도 그렇다. 엄마가 되어 내딛는 세상이 신기할 정도로 낯설었으니까.
그래도 힘에 부치도록 아이를 키워내던 그날들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다. 눈앞에 있으니 전전긍긍 키워내야만 하던 때는 지났다. 이제는 조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육아를 한다. 그렇게 하루 또 하루가 지나다 보면 어느샌가 내가 하고 있는 이 육아라는 일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남편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쓰고 싶었던 글을 쓰며 내 마음에 나무를 심어보자고 오늘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