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죄수에게

2025년 7월 12일 나의 마음

by 슴도치

밤에 잠에서 깬다.

네가 울고 있다.

나는 술이 좀 과했다.

술이 과한 날에

나는 늘 너를 울린다.

그것은 내 안에 남아있는

너에 대한 울분과 분노와

응어리진 것들이

한꺼번에 제어가 풀려서일 것이다.



나는 한 마리의 야수가 된다.

먹잇감을 노리고

포효하고 할퀴고

뒤쫓는다.

너는 내게 먹힌다.

영혼이 찢기고

너는 또 작아진다.

내가 먹은 만큼

너는 작아진다.

우리의 세계는 또다시 멸망한다.



잠에서 깬 나는 거실에 누워있다.

내가 너를 위해 꾸며준

방에서 너는 울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도망친 것이다.

술에서 깬 나는

영문을 모르고

일단 너를 껴안는다.

그리고 달래준다.

그런 촌극이 없다.

나는 너를 울린 기억조차 없다.

그것은 마치

늑대인간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 것과

비슷한 일이다.

사냥감이 다쳤고 지쳤고

울고 있다.



점점 내 인생의 목표가

너를 행복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울리지 않는 게 되어가고 있다.

너를 울리고 싶지 않다.

이렇게 사랑하는데

하지만 내 마음은 이중적으로 생겼다.

각각의 주인이 번갈아

점령을 한다.

마치 십자군 전쟁 때의

예루살렘처럼.

내 마음에는 부서진 성곽과

쓰러진 시체 밖에 없다.

울리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는 또.

정말 헤어지는 게 답일까.

그런 고민도 하게 된다.

하지만 헤어진다고

무엇이 나아질까.

죽는 건 너무 쉽다.

오늘 당장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는 건 어렵다

백 년이 지나도 어려울 거다.



그날 이후

나는 너와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어려운 결심이었기 때문에

나는 더욱 어려워지기로 했다.

그날 이후

너는 내게 죄인처럼

잡혀 지낸다.

입으로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어느 부분 나도 너를 죄수처럼 대했나 보다.

나의 친애하는 죄수.

울고 있는 너를 침대에 눕힌다.

나는 나를 자책한다.

또다시 짐승처럼

되는대로

내뱉는 대로

본능적으로 움직였을 나를.



나는 너를 동정한다.

그 짐승을 맨 몸으로

대항해야 하는

여린

그 공포심을

그 무력함을

그 실망감을.

또다시 반복되는

일과 상황에 지친

너의 신음 같은 울음을

나는 기억한다.



나의 친애하는 죄수여.



나는 너의 옆 감옥 문을 열고

들어간다.

내게 죄수복을 입히고

족쇄를 차고

찬 바닥에 앉는다.

나의 친애하는 죄수여.

나는 너와 같은 죄인이 된다.

나는 나 스스로

죄를 짓고 너와 같은 신분이 된다.

네가 내게 죄를 지은 만큼

나도 네게 죄를 짓는다면

우리는 죄수로서

서로를 긍휼하고

애정할 수 있을까.



나의 친애하는 죄수여.



우리가 서로에게

하나뿐인 죄수이며 간수라는 것을

네가 알아준다면.

네가 덜 울 수 있을까?

나는 내 알몸의 몸뚱이를

차디찬 감옥에 눕힌다.

내가 수치스러운 건

발가벗어서일까

짐승이었기 때문일까.

자고 있는 너의 얼굴에는

이제 어떤 고통도 없다.

그 얼굴은 백지 같고

천국 같고

전쟁이 끝난

폐허 같다.

지금 나의 마음은

그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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