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의 시작점

2025년 6월 25일의 나의 마음

by 슴도치


나도 안 그러고 싶다.

묻다 보면 물었던 질문이고,

듣다 보면 들었던 대답이다.

그런데 울분이 터지면

물었던 것도 다시 묻고 싶고,

들었던 것도 다시 듣고 싶다.

4월 23일,

네가 보낸 메시지를 꺼내 본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날이었다.

그런데 그날,

너는 나를 죽였다.

너에게 그러지 않을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 너는

기어코

나를 죽였다.

내가 너에게

수많은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우리 둘이

해결해보려 했어야 했다.

그것마저 안 되면

헤어졌어야 했다.

그런데 너는

아무것도 끝내지 않았고,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고,

끝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달군 쇳덩이를

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알아서 식혀”

하고 가버렸다.

그래서 나는 죽었다.

불타 죽었고,

얼어 죽었고,

말라죽었다.

그런데도 나는

네 아침을 챙기러

계란을 삶고,

점심을 차리고,

소고기를 굽고,

카레를 만든다.

네가 너무 좋다.

너무 사랑스럽다.

네 입에 밥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행복하다.

그런 너에게

나는 죽었다.

아픈지도 모르고 아팠고,

미친지도 모르고 미쳤고,

죽은지도 모르고 죽었다.

그런데

네가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면

그게 또

보석처럼,

꽃처럼,

별처럼

어여쁘다.

불면의 밤을

보낸다.

너는 나를

죽이고,

살리고,

다시 죽인다.

어떤 아침은

죽은 채로 깨어나고,

어떤 아침은

산 채로 깨어난다.

나는 자꾸 생각한다.

내가 너에게 진작 잘했더라면

너는 좀 달라졌을까.

하지만

아니다.

그래도

너는 바뀌지 않았을 거다.

너는

너의 불안과 결핍과 공허와 상처 때문에

너를 죽이지 못하고

나를 죽였다.

나는 너 대신 죽었다.

너는

너의 죽음을

내게 타자화시켰다.

나는 너에게

내 죽음의 채무를 변제하라는 게 아니다.

그저

같은 죽음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발악이고,

애원이다.

나는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잊고 살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와

함께 잘 살고 싶다.

어려운 일이다.

너무 어렵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잘해보고 싶은 것이다.

갈 길은 멀고,

노잣돈도 부족하고,

다리는 이미 퉁퉁 부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너를 안으면

내가 아무는 느낌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하고 후회도 한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살고 싶진 않다.

우리에게는

큰일이 있었다.

그 일을

그렇게 쉽게

잊을 수는 없다.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힘들다.

나는 졸리다.

역병 같은 의심이

나를 병들게 하고,

옭아맨다.

그래도

나는 너에게 간다.

계란을 삶고,

너를 안는다.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허락된

우리가 도착한

짧은 종착지다.






이 글은 그녀와 나의 아주 긴밀하고 내밀한 이야기입니다. 2025년 4월 28일 그녀가 제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고 그녀는 포기하려고 했지만, 저는 그 상처를 짊어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리하여 우리는 함께 힘든 여정을 떠나기로 했답니다. 그 여정을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신다면 어쩌면 조금은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더 멀리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끝이 끊어진 길일지, 더 이어진 길일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작정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 저와 그녀가 길 위에서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시다면 찾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길도 평안하시길 빌겠습니다. 그럼, 저도 얼른 출발해 보겠습니다.


슴도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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