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게와 태풍

2025년 7월 21일 나의 마음

by 슴도치


요즘 너는

꽤 예민하다.

마치 소라에 들어가서

집게발을 딱딱거리는

소라게 같다.



너는 요즘

다방면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직장에서도

나에게서도

너는 좋지 않다.

마치 적국에 둘러싸인

국경선을 지키고 서있는

초병처럼

너는 어둠 저편을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인가 있는 양

총부리를 겨누고

자주 고함을 치고

시비를 걸고 이죽거린다.

나는 너의 불안을 잘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내가 너의 불안일지도 모르겠다.



천둥이 울고

바람이 불고

벼락이 치고

정신이 없던 새벽

나는 술을 마시고

너의 집에서

잠이 들었다.

너는 새벽에 깨서

열려있던 창문을 닫으며

내게 신경질을 부린다.

젖은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고

잠도 안 자고

내게 소리를 지른다.

아무래도 내가

천둥이고

바람이고

번개였나 보다.

나는 옷을 집어 입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밖으로 나간다.

차라리 이곳이

더 한적하다.



너는 너의 죄책감과

공포와 불안과 초조에

먹힌다.

가장 좋은 먹잇감이 되어서

나를 먹는다.

나는 너의 먹잇감이 되어서

또다시 네가 하루를 버틸 수 있게

가만히 엎드려서 뜯어 먹힌다.

너의 집게발은 사정이 없다.

나를 찌르고 자르고 난도질한다.

모두가 너를 보며 쑥덕거리는 것 같다고

너는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쑥덕거리는 건 그 사람들이 아니라

네 마음일 것이다.



마음에도 근육이 필요하다.

근육은 찢어져야 강해진다.

마음도 찢어져야 근육이 생기고

더 강해진다.

내 마음에도 근육이 많다.

마음의 머슬 대회가 있다면

입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의 마음은 연약하다.

찢겨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나의 울타리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네가 잘 피해 다닌 덕분일까.

누구 덕분일지 모르겠지만

너의 마음은 갓난아이 엉덩이만큼

보드랍고 연약하다.

나는 네 마음이 근육질이었으면 좋겠다.

마음의 코어가 단단하게 잡혀서

올드보이의 이우진처럼

메뚜기 자세 정도는

거뜬히 해냈으면 좋겠다.

하지만 너는 한 발로 서있지도 못한다.

코어가 엉망이야.

그러니 자꾸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나는 운동 코치처럼 타박하듯 나무란다.



네가 너 스스로 서 있었으면 한다.

만약 내가 없더라도

네가 혼자 잠시라도

한 발로 서있을 수 있다면

나는 성공이라고

작게 외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전생에 대해

생각한다.

전생에 나와 나는 어떤 관계였을까.

아무래도

우리는 서로에게

큰 죄를 지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더 큰 죄를

지었을 것이다.



요즘에도 너는 운다.

하루에 한 번씩은

꼬박 운다.

마치 영양제를 먹듯이

운다.

하지만 그 울음의 끝을

마지막이라는 말로

매듭짓지 않는다.

예전에는 너는 쉽게 마지막을

입에 올렸다.

그것은 더 나은 기회

더 나은 만남

더 나은 인생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아무래도 너는

장바구니에 장을 실컷 봐놓고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

다른 장을 보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역시 내가 정답이었다고

너는 말한 적 있다.

처음 고른 답이

정답이듯이.

중간에 즉흥적으로

바꾼 것들은

성공률이 높지 않다.

너는 그것을

왜 모두 다 부서 버리고 나서야

알게 된 걸까.

나는 그런 네가

잠시 얄밉다.



어떤 사람은

끝까지 가봐야

'거기가 끝이었구나'하고

안다.

나는 여기서도 끝이 보이는데

너는 내가 말해도

기어코 그 끝까지 가보고

‘역시, 네 말이 맞았어’

하고 돌아온다.

나는 잠시

분통이 터진다.



요즘 예민했다고

네가 먼저 사과를 한다.

비가 오는데

나를 밖으로 내보내는 건

아니었다고.

먼저 사과를 한다.

이런 적은 또 처음이다.

아이가 클 때

벽지에 키를 재듯이

나는 또 오늘

벽지에 새로 그은 선이

생긴다.

너의 마음이 또 한 뼘 자랐다.

나는 그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마음이 크고 거대해지는 걸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기운이 없을 때

잠시 기대고 있을 정도의

마음이 네게 있었으면

좋겠다.


사과를 하며

너는 울지 않는다.

울지 않는 것으로

나는 성공이라고

작게 외친다.



지금 너의 마음이

지금 나의 마음이

오늘 또

조금 자란다.

천둥도 지고

바람도 없고

번개도 갔다.



비로소

맑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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